[프라임경제]
"전기차 시장 성장세의 회복 등 외부 환경 변화를 기다리기보다 내부 역량 강화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녹록지 않은 지정학적 요인에 발맞춰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에 속도를 내 시장과 고객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 유정준 SK온 부회장·이석희 SK온 사장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 이어지면서 K-배터리업계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 변화까지 맞이하게 된 상황이라 업계는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국내 배터리 3사인 △LG에너지솔루션(373220) △삼성SDI(006400) △SK온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10%로 주저앉았다. 최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3사의 합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7%포인트 하락한 19.8% 기록했다.
지난해 11월6일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5 미국 대통령 선거 승리 선언 방송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이들의 점유율은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진 2020~2021년 30%대를 기록한 뒤 2022년 1~11월 24.4%, 2023년 23.5%로 하락세를 보이다가 이번에 10%대로 내려앉은 것.
반면 중국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53.9%에 달했다. 중국 두 기업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안정적인 내수 시장 바탕 초과 물량을 신흥국으로 확대 판매하면서 선전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국내 3사의 작년 4분기 실적 역시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캐즘 장기화와 K-배터리의 강점인 삼원계 배터리 경쟁력 약화 등이 겹쳐서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정책 변화에 따라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 축소 등이 실행될 경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배터리 3사. ⓒ 각사·연합뉴스
SNE리서치 관계자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IRA 정책 무력화 가능성이 높아지며 전동화 전환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라며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해 배터리 업체들의 가동률 역시 하락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시장 중심인 한국 3사 점유율은 더욱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국내 3사는 대응책으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꼽았다. 리스크를 분산하고, 전기차 외의 사업에서 우위를 점해 위기 상황을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주목하고 있다.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로,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한화솔루션 큐셀부문(한화큐셀) 미국법인과 4.8GWh,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테라젠과 최대 8GWh, 미국 엑셀시오 에너지 캐피탈과 7.5GWh 규모의 ESS 공급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차세대 전력용 ESS 배터리 '삼성 배터리 박스(SBB) 1.5'를 미국에서 출시하는 등 ESS에 힘을 주고 있다. SK온 역시 최근 기존 ESS 사업부를 대표이사 직속으로 개편하고 나섰다.
둔화한 전기차 시장과 다르게 전망도 밝다. 블룸버그 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은 지난 2021년 110억달러(약 16조원)에 불과했지만, 2030년에는 2620억달러(약 38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업계 '맏형' LG에너지솔루션의 김동명 최고경영자(CEO) 사장도 최근 신년사를 통해 앞으로의 ESS 시장을 예상하며 목표를 제시했다.
그는 "지난해 ESS 분야에서 유의미한 수주 성과를 달성했는데, 시장은 우호적인 정책들과 빅테크·인공지능(AI) 기업들의 전력 수요 증가로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LFP 대용량 셀 개발, 고집적 시스템 및 SI 역량 강화로 ESS 부문 수주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의 경쟁 심화, 캐즘 장기화,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 등으로 국내 배터리 3사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태다"라며 "버티기보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ESS 기술력 강화와 차세대 배터리 개발 등에 몰두할 때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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