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개발 사업, 일명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막대한 재정적 부담과 환경적 위험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사업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는 국제적 흐름에 역행하며, 잠재적 탄소비용만 최대 2416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후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은 8일 '시대착오적 ‘대왕고래 프로젝트’ 추진, 무엇을 놓치고 있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 사업이 채산성, 환경, 경제성 모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 가스·석유 수요가 2050년까지 현재 대비 79% 감소할 전망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개발을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대왕고래 프로젝트가 약 140억 배럴의 석유·가스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발생할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최소 213조원에서 최대 2416조원의 잠재적 탄소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탄소부채를 전가할 위험성을 의미한다.
더욱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신규 석유·가스 사업에 대한 투자와 보험을 제한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보고서는 세계 50대 은행 중 52%와 상위 50개 손해보험사 중 26%가 이미 화석연료 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가스전 개발로 인해 동남권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과거 2017년 포항 지진과 같은 사례가 재발할 우려가 있으며, 특히 대왕고래 프로젝트 탐사지역에서 40km 떨어진 지역에서 유사한 지진이 발생했던 점을 들어 위험성도 짚었다. 영국 더럼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석유·가스전에서 발생한 인공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인한 지진의 2배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대신해 동해안 해상풍력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기후솔루션은 동해안 해상풍력의 기술적 잠재량이 정부가 기대하는 석유·가스전 에너지 확보량을 초과한다고 밝혔다. 해상풍력을 통해 2만 6142 PJ(페타줄)의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으며, 이는 석유·가스를 전기 생산에 활용할 때 발생하는 40~60%의 에너지 손실을 고려할 때 더욱 유리하다는 주장이다.
오동재 기후솔루션 팀장은 “석유가스 개발은 높은 비용과 환경 리스크, 글로벌 에너지 전환 흐름과의 괴리로 경제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가스전 개발이 아닌 해상풍력 보급과 그린수소 같은 미래지향적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로드] 박혜림 기자 newsroad01@newsroa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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