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지웅 기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2023년 1조15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재무구조는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9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영업권 손상차손 발생으로 유상증자 효과가 크게 반감된 영향이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 1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하는 형태로 1조1540억여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시 대규모 현금 유입으로 카카오엔터의 재무 건전성 및 부채 상환 능력이 개선됐다. 같은 해 카카오엔터의 순차입금은 4668억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절반가량 줄었다. 순차입금/EBITDA 역시 2022년 8.2배에서 2023년 2.7배로 대폭 축소됐다.
하지만 대규모 영업권 손상 인식으로 유상증자 효과는 뚝 떨어졌다. 순손실로 처리되는 영업권 손상차손이 2023년 말 기준 9245억원 발생한 탓이다. 이는 1조원에 달하는 카카오엔터의 무형자산 손상차손 중 91.8%에 해당하는 규모다. 카카오엔터의 영업권 손상 처리는 자회사 타파스엔터테인먼트(4597억원)와 멜론 사업 부문(2313억원) 등에서 이뤄졌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영업권 손상 처리는 사업 환경 변화에 따른 가치 저하와 회사 투자 프로세스 등을 고려해 보수적으로 적용됐다"며 "인수 시점과 비교해 변화된 대외여건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타파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엔터가 2021∼2022년 조 단위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출범시킨 북미 웹툰·웹소설 플랫폼이다. 카카오엔터의 북미 진출을 위한 전초기지로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 사업 성과는 미흡한 수준이다. 타파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엔터에 인수된 2021년부터 3년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에 카카오엔터는 타파스엔터테인먼트의 영업권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대부분의 영업권을 손상 인식했다. 타파스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5453억원의 영업권 손상을 인식한 데 이어 2023년 4597억원을 추가로 손상 처리했다. 남은 영업권 잔액은 114억원이다.
멜론 사업 부문도 2023년 2313억원의 영업권을 손상으로 인식하며 전액 상각했다. 이 외에 이담엔터테인먼트(251억원), 지라인(194억원) 등 다수의 자회사가 영업권을 손상 처리했다.
그간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지분 투자 등으로 외형을 빠르게 확장해온 카카오엔터가 인수 기업들의 가치가 떨어지면서 역탄을 맞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영업권 손상 처리는 카카오엔터 실적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 영업이익을 흑자로 바꿨지만 당기순손실은 오히려 적자 확대됐다. 이처럼 순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이익잉여금을 갉아먹게 되고, 결과적으로 자본 감소로 이어지게 된다. 카카오엔터의 자본총액은 2022년 1조6190억원에서 2023년 1조4267억원으로 줄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엔터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을 흑자로 전환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2023년 9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영업권 손상차손을 선제적으로 반영했기 때문이다. 다만 손상처리 가능한 영업권이 4373억원이나 남아 있어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현수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대규모 손상 인식은 타파스엔터테인먼트, 멜론 등의 부진한 영업실적과 금리상승 등 대외여건 저하에 기인한다”며 “영업권과 관련해 추가적인 손상인식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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