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PRESS] ‘베트남 영웅’ 김상식 감독 “박항서 감독 못 넘어, 내 길 묵묵히 가겠다”(전문)

[IN PRESS] ‘베트남 영웅’ 김상식 감독 “박항서 감독 못 넘어, 내 길 묵묵히 가겠다”(전문)

인터풋볼 2025-01-07 20:30:00 신고

3줄요약

[인터풋볼] 주대은 기자 = 베트남의 영웅으로 떠오른 김상식 감독이 박항서 감독의 업적을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상식 감독은 7일 오후 3시 2024 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 우승 화상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베트남은 지난 2024 아세안축구연맹(AFF) 챔피언십(미쓰비시 일렉트릭컵)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단순한 우승이 아니었다. 베트남은 첫 경기였던 라오스전 4-1 대승을 시작으로 7승 1무를 기록하며 무패 우승을 달성했다.

김상식 감독은 지난 5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에 부임한 뒤 8개월 만에 우승 쾌거를 이뤘다. 베트남이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건 2018년 12월 박항서 감독 시절 이후 6년여 만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상식 감독은 “동남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미쓰비시컵에서 무패 우승을 달성해서 너무나도 기쁘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점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사진=단찌
사진=단찌

[이하 김상식 감독 우승 기자회견 전문]

소감

동남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미쓰비시컵에서 무패 우승을 달성해서 너무나도 기쁘다. 한국 축구 팬들에게 인사드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점 기쁘게 생각한다.

태국과 결승전이 짜릿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

한 편의 드라마를 쓴 것 같다. 매 순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들이 펼쳐졌다. 나도 당황한 면도 있고, 슬기롭게 헤쳐나간 면도 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두 번째 골 실점 장면이다. 태국의 비매너 장면에서 실점하게 됐다. 그 덕분에 우리 선수들이 투지를 낼 수 있었다. 우승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대회 기간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나?

컨디션적인 부분이 제일 어려웠다.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8경기를 해야 한다. 4번의 비행 원정도 있었다. 선수들이 힘들었을 것이다. 체력 관리. 부상, 날씨, 음식 모든 걸 신경 썼다. 선수들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했다. 모든 스태프들이 노력을 많이 했다. 베트남 선수들이 강한 것 같다. 불평불만 없이 잘 따라준 게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다.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환경에서 선수들을 알아가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한국 선수와 베트남 선수들 간 비슷한 부분이 많다. 예의를 잘 지키고 불평하지 않는다. 경주 전지훈련 때부터 전술과 방향을 꾸준히 이야기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왔다.

베트남 1급 노동 훈장을 받은 걸로 알고 있다.

팀에 주신 상이었다. 서기장님은 따로 훈장을 생각하고 계신다고 했다. 외국인이다 보니 절차가 필요하다고 했다. 너무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좋은 결과가 있었다.

전북 현대 감독에서 물러나면서 마음고생했다. 우승하면서 그때 생각이 나지 않았나.

생각이 많이 났다. 아직 살아 있다는 걸 이번 우승을 통해서 한국 팬들과 전북 팬들에게 보여줬던 것 같다. 사람이라는 게 고운 정과 미운 정도 있다. 전북 팬들의 ‘나가라’는 함성 소리가 한 번씩 그립다.(웃음)

박항서 감독에게 축하 메시지를 받았나?

박항서 감독님은 경기가 끝날 때마다 항상 격려와 많은 조언을 해주신다.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과 베트남에 올 수 있었던 부분엔 항상 박항서 감독님의 지분이 있구나 생각한다. 우승했을 때도 연락을 주셨다. 항상 격려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베트남에서 맛있는 거 많이 사주셨다. 박항서 감독님의 혜택을 나도 같이 누리고 있다.

우승에 대한 열기를 실감한 순간이 있나?

TV로 봤을 때도 열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때보다 현지에 도착하고 공항에서부터 길거리에 많은 베트남 국민들이 박수쳐주셨다. 도로에 차보다 많은 인파가 있어서 놀랐다. 또 총리님과 축하 행사를 했는데 직원분들과 국민분들이 많이 환영해 주셔서 흐뭇했다.

K리그에서 다소 불명예스럽게 나왔다. 이번 우승으로 명예 회복이 됐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어떻게 보면 우승을 했지만, 바보 소리를 들은 건 맞다. 전북은 항상 우승을 해야한다. 나는 전북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많은 우승을 했음에도 좋지 않은 비판을 들었다. 아직 살아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다.

인도네시아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감독과 운명이 엇갈렸다. 같은 대회에 참가했던 한국 감독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번에 인도네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경기를 보러 갔다. 그때 신태용 감독님과 결승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게 돼 뭐라고 표현하기가 힘들다. 너무 훌륭한 지도자다. 앞으로 좋은 길은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충분히 어디를 가든 해내실 거다.

이번 대회 후반전에 나온 골들이 많았다. 일부 베트남 언론에서 이 부분을 비판했다.

비판은 있을 수 있다. 전반전도 좋은 찬스를 만들었다. 단지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인내심을 가지고 경기를 했기 때문에 마지막에 좋은 장면에 있었다. 그런 비판은 대표팀 감독이라면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개의치 않는다.

응우옌 쑤언 손의 활약이 인상 깊다. K리그에서 경쟁력 있을까?

대표팀에 들어와서 너무 멋진 활약 보여줬다. 안타깝게도 결승 2차전에서 큰 부상을 당해서 슬프다. 정말 베트남 국민들과 선수들을 너무 좋아하고 잘 적응해서 좋은 활약 보여줬다. K리그 가면 무조건 통한다. 한 개인이 팀을 바꿀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쑤언 손은 K리그뿐만 아니라 아시아, 어떻게 보면 유럽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다.

쑤언 손 부상 정도는?

일단 6개월에서 8개월 정도 걸릴 것 같다. 쾌유를 빌겠다고 했다. 조만간 병문안을 가서 격려를 해야할 것 같다.

최원권 코치, 이운재 코치 등 한국 코치진이 얼마나 도움 됐나?

언제 잘릴지 모르는 나를 믿고 베트남까지 와서 고생 많았다. 각자의 환경이 한국처럼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코치진이 각자의 위치에서 잘했다. 큰 무리 없이 좋은 성과를 이뤘다고 생각한다. 코치들에게는 인사가 부족했다. 축하한다고 전하고 싶다.

직전 베트남 감독이 트루시에 감독이었다. 당시 베트남이 부진했다. 어떤 걸 바꾸려고 노력했나?

박항서 감독님의 성공과 전 감독님의 실패를 두고 어떻게 변화를 시킬까 고민했다. 발품을 팔아서 선수들의 상태, 전술, 퍼포먼스를 발전시키려고 했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트루시에 감독은 세대교체가 너무 빨랐던 것 같다. 너무 어린 선수들을 많이 기용했다고 생각한다. 어린 선수들은 기량이 떨어지는 것보다는 경험이 떨어진다.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전북 시절처럼 우승한 뒤 댄스 세리머니를 펼쳤다. 미리 준비했나?

무게 있는 감독, 호랑이 선생님을 해야 하는데…항상 그런 이미지다.(웃음) 베트남 국민들과 선수들이 더 좋아한다. 선수들이 부탁해서 한 번 춤을 췄다.

춤은 언제부터 잘 췄나?

춤은 전 세계 1등 감독이다.(웃음)

결승 직후 베트남 취재진이 ‘김상식’을 연호하는 장면을 접했다. 당시 분위기와 기분은?

난입해도 되는지 깜짝 놀랐다. 아무튼 대단하다. 베트남 현지에선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너무 축하를 많이 해주셨다. 박항서 감독님 시절 모습을 멀리서 보다가 직접 그런 축하를 받으니 감개무량하다.

새로운 귀화 자원 발굴 계획.

해야 한다. 그래야 시대의 흐름에 따라가는 것이다. 베트남 축구가 동남아시아를 넘어 아시아에서 경쟁력이 있는 팀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준비는 하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선수가 있다면 협회에 요청하고 나름 발품을 팔아 찾아야 할 것 같다.

베트남 감독으로서 가장 큰 꿈이 무엇인가?

동남아시아에서 우승했다. 이제 시작이다. 베트남 축구가 발전해야 한다. 대표팀 감독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이룰 수 있는 것도 더 많아진다. 베트남과 월드컵 본선에 같이 나가보는 게 이루고 싶은 소망이다.

박항서 감독 시절 좋은 성적으로 인한 부담은 없었나?

박항서 감독님 업적은 너무 커서 따라갈 생각도 안 한다. 단지 베트남 축구의 발전을 생각해 노력을 하면 결과는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박항서 감독님을 능가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한다.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나는 내가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가겠다.

K리그 감독 시절 이후 유럽을 돌면서 축구 공부를 했다고 들었다.

그냥 (이)재성이랑 (김)민재랑 밥 먹었다. 전북에서 나오고 힘든 시기를 겪었다. 시작은 해야 하고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큰 무대에서 머리도 식힐 겸 축구를 보면서 배울 게 있으면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갔을 때 재성이가 2골 1어시스트를 하면서 살아났다. 민재도 내가 왔다고 비싼 밥을 사주더라.(웃음) 고마워서 다음에 내가 한 번 사야 할 것 같다.

축구로 인해 한국과 베트남 사이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한국분들을 많이 만났다. 고맙다고 하신다. 사업하시는 분들도 축구 이야기만 한다고 하셨다. 일이 잘 된다고 고맙다고 하시더라. 박항서 감독님 이후에 내가 와서 도움을 조금이라도 드릴 수 있어서 뿌듯하게 생각한다. 금의환향하겠다.

전북에서 지도자로서 바닥까지 내려갔던 상황이었다. 이렇게 도약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나?

바닥이 아니라 1등하고 나왔다. 확신이라는 건 없다. 멈추지 않고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다. 직업이니까. 가족들도 먹고 살아야 한다.

축하 행사를 많이 했다고 들었다. 몇 가지 소개해달라.

어제 총리님, 체육부 장관님과 축하 행사를 했다. 여기는 사원에 가서 기도하는 문화가 있다. 오늘 아침부터 등산하고 사원에서 감사하다고 기도를 했다.

이번 우승 키워드가 있다면?

변화라고 생각한다. 아까도 이야기했듯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에 맞춰서 변화를 시도했다. 선수 선발, 기용, 전술 등 철학을 가지고 일관성 있게 추구했던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그래서 승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일정은?

며칠 동안은 남은 일정을 소화하고, 명절도 있으니 한국에 들어갈 생각이다.

베트남에서 관심이 크다. 부담으로 느껴지거나 과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나?

6개월 동안 변화를 통해 좋은 성적을 냈다. 우리 선수들에게 고맙다. 부담은 없다. 잘될 때는 박수를 쳐주고, 못 할 때는 질책받는 게 당연하다. 감독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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