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가 쟁점으로 부상한 가운데,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판단할 사항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정치권이 헌법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제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의 쟁점과 전망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한 법조계 전문가들의 논의가 주를 이뤘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되는 대통령 탄핵심판은 최근 국회 탄핵소추단이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에 해당하는 부분을 빼겠다고 밝힌 점을 두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탄핵반대 진영에서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다시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헌재는 지난 6일 “재판부의 판단 사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소추 사유에 어떤 법이 적용되는지 여부는 헌재의 직권 판단 사항”이라며 “헌재가 탄핵소추위원의 의견에 구속되는 게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헌재 헌법연구관이었던 노 변호사는 “탄핵소추 사유가 철회됐으니 국회에서 재의결을 받아야 된다는 얘기는 법리적으로 전혀 맞지 않는 억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노 변호사는 “지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때에는 강요죄와 뇌물수수죄 부분에 논란이 있었다, 헌재가 형사소송법을 엄격하게 준용해 판단하기에 부담이 있어 당시에는 헌법 위반으로만 정리해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이번에는 증거가 차고 넘친다. 재판관들이 다 판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재가 단호하게 과도한 증인 신청이나 불필요한 증거 조사 신청 등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꼭 필요한 증거들만 채택해 신속하게 재판해야 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조유진 처음헌법연구소 소장도 “소추위원단과 상관없이 헌재에서 직권으로 내란죄 부분을 판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소장은 “헌재가 내린 재판 결과에 대해 거의 모든 국민들이 승복하려면 내란죄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있기에 이 부분도 함께 판단하는 게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조 소장은 “적법 절차의 원칙은 헌법상 원칙이기에 존중돼야 한다”라며 “이번 탄핵 심판에서 적법 절차 원칙을 형사소송과 완전히 동일하게 할 수는 없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때보다는 더 엄격하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국민여론이 굉장히 양극화됐다. 나중에 후유증이 없으려면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방승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조사를 생략한 것은 국회법 제130조에 따라 본회의 재량 사항”이라며 “비상계엄 선포의 헌법 위반 중대성이 명백해 법사위 조사가 불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회에서 일사부재의 원칙을 어겼다는 주장에 대해선 “제1차 탄핵소추안은 정기회에서 부결(지난해 12월 7일)됐고 제2차 탄핵소추안은 임시회에서 가결(지난해 12월 14일)돼 서로 다른 회기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방 교수는 “탄핵심판의 목적은 헌법과 법률 위반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데 있다”라며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 제77조와 계엄법을 위반했을뿐 아니라 국가적 위기와 대외적 신뢰 하락을 초래했으므로 탄핵심판의 필요성은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계엄군의 국회 난입, 국회의원 체포 시도 등에 대해선 “헌법기관의 기능을 강압적으로 무력화하려는 폭동으로 내란죄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인 정지웅 변호사는 “내란죄 문제나 체포 영장의 적법성에 대한 문제제기 등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위법이나 편법이라는 판단을 누가 하고 있나. 윤석열 대통령과 경호처가 판단할 수 있냐”고 반문했다. 그는 “심판이 레드카드를 들었는데 축구선수가 따를 수 없다고 계속 경기장에 남아있으면 경기를 할 수 없다. 관중석에서 훌리건들이 난입해도 막을 수 없게 된다”라며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됐는데도 윤 대통령이 버티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정 변호사는 “헌재를 창설한 주요 목적 중 하나가 정치권력이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다”라며 “윤 대통력 측의 주장들에 대한 판단을 하려고 헌재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은 국가가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기에 국가를 조직한 근본인 헌법으로 돌아가고 있다”라며 헌재의 역할에 기대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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