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도 없이 채용부터 덜컥…우리금융 임종룡 '성공 조급증' 논란

준비도 없이 채용부터 덜컥…우리금융 임종룡 '성공 조급증' 논란

르데스크 2025-01-07 18:24:09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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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투자증권을 둘러싼 '반쪽자리 증권사'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 배경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조급증이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적지 않아 주목된다.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약을 목표로 우수 인재를 대거 영입했지만 아직까지 '라이센스(자격)' 조차 얻지 못해 조직 전체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심지어 영입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인건비 효율은 크게 저하됐고 이는 고스란히 우리금융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쉽게 말해 사람을 뽑아 놓고 제대로 된 일을 못 시켜서 인건비만 낭비하고 있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투자증권 안팎에선 임종룡 회장이 과거의 성과에만 매몰돼 무리수를 던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은 과거 NH농협금융 회장 재직 당시 우리투자증권 인수 작업을 일선에서 도맡아 성공시키며 NH투자증권(구 우리투자증권)을 증권업계 1위까지 올려놓기도 했다. 앞서 임 회장이 취임 당시 '관피아' 논란과 노조의 거센 반발 속에서도 우리금융 회장에 취임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컸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가도 없이 인력부터 대거 확충, 결국 인건비 부담 확대 "조급증이 부른 오판이었나"

 

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7월 말 금융위원회로부터 투자매매업 예비인가를 받은 이후 현재까지 본인가를 받지 못한 상태다. 당초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3분기 중 본인가를 취득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어떠한 결론도 내지 못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2014년 우리금융지주가 농협금융지주에게 우리투자증권을 매각한 이후 지난 해 8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의 합병으로 공식 출범했다.


▲ 우리은행 본사 전경. ⓒ르데스크

 

우리투자증권이 출범 이후 지금까지 IB업무에 필수적인 투자매매업 본인가조차 획득하지 못하면서 '초대형 IB 달성'이라는 최종 목표 달성 또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설령 연내에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취득한다 하더라도 초대형 IB로 거듭나기 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이하 종투사) 라이센스를 취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금융그룹은 우리투자증권을 출범시키며 '10년 내 자기자본 5조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며 초대형 IB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종투사 라이센스 제도는 2013년 대형 증권사의 자본력을 활용해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기업금융 시장을 활성화하고 국내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증권사가 종투사로 지정되기 위해선 별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현재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1조2000억원으로 종투사 라이센스를 취득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5대 금융지주 증권 계열사 중 종투사로 지정되지 않는 증권사는 우리투자증권이 유일하다.

 

주목되는 점은 초대형IB 달성의 첫 번째 관문인 투자매매업 본인가조차 받지 못한 상황에서 인력 확보를 위해 적지 않은 투자를 단행했다는 사실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은 이미 IB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해 진용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직후 ▲남기천 대표이사 ▲양완규 전 미래에셋증권 대체투자금융부문 대표 ▲박현주 전 미래에셋증권 기업금융1본부장 등 IB 전문가들을 대거 영입하며 IB 업무 개시에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남 사장은 1964년 경남 하동 출생으로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9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공채 출신이다. 그는 대우증권에서 영국 런던법인장, 대체투자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양 전 대표는 1973년생으로 연세대 도시계획학과를 졸업한 후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대우증권이 미래에셋증권에 합병된 이후에는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IB 전무를 맡았다. 박 전 본부장 역시 미래에셋증권 출신이다.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일반 직원도 대거 늘렸다. 지난해 9월30일 기준 우리투자증권의 총 직원 수는 442명에 달했다. 우리투자증권 출범 전인 6월 말 기준 우리종금(289명)과 포스증권(100명) 전체 직원 보다 53명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무리한 인건비 투자는 곧장 부담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인건비 부담액은 지난해 2분기(합병 전) 216억원(우리종금 138억, 포스증권 78억원)에서 3분기(합병 후) 230억원으로 1분기(3개월) 만에 무려 14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 쳤다. 지난해 3분기 우리투자증권의 누적순이익은 90억원으로 전년 동기(합병 전) 우리종금(180억원)과 포스증권(-59억원)의 순이익 총합 121억원에 비해 25% 가량 줄었다.

 

우리금융 주주들 사이에선 '임종룡 회장의 조급증이 부른 역효과'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의 성공에 심취해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턱대고 인력부터 충원하는 바람에 오히려 그룹 전체의 부담만 커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임 회장은 민·관을 두루 경험한 전문가라는 수식어 외에 'M&A의 귀재'로도 불렸었다. 취임 당시 우리금융 내부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지만 곧 잠잠해진 것도 '외형 확장'이라는 성과를 기대하는 여론이 더욱 컸기 때문이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금융의 사업 다각화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취임한 임종룡 회장이 보험사 인수 절차에 나섰던 것은 기업의 이윤과 자신의 명성을 함께 챙기려는 목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자신의 이름값에 걸맞게 임기 내에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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