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어쩌다 논란의 중심에 섰을까?

공수처는 어쩌다 논란의 중심에 섰을까?

BBC News 코리아 2025-01-07 18:20:14 신고

3줄요약

고위공직자 비리 근절과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지난 2021년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4년 만에 논란의 중심에 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과 관련된 수사를 공수처가 진행할 권한과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공수처 무용론'마저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가 출범 초부터 현재까지 걸어온 과정을 짚어보며, 현재 공수처 논란의 중심을 살펴봤다.

큰 기대 속에 출범한 공수처

고위공직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수사기관을 설치하자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96년의 일이다.

참여연대는 검찰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독립된 기구가 수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 따라 지난 1996년 제안한 '부패방지법'에 대통령 직속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듬해 있었던 15대 대선에서 당시 김대중 후보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공약으로 내놓은 뒤 당선됐으나, 재임중 검찰의 반발로 설치가 무산됐다. 참여정부 때도 설치가 추진됐지만 역시나 검찰 반발로 무산됐다.

공수처가 추진될 때마다 검찰은 권한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며 반대했다. 2004년 참여정부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이 공수처가 "검찰의 권한 약화를 노린 것"이라며 "차라리 내 목을 쳐라"라며 맞선 것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정부 때이던 2020년 우여곡절 끝에 공수처법이 통과돼, 이를 근거로 21년 1월 공수처가 출범했다.

공수처법의 기초가 된 법무·검찰개혁위원회안 작성에 참여했던 명지대학교 법학과 이윤제 교수는 BBC코리아에 공수처의 설립 취지에 대해 "하나는 고위공직자의 부패 또는 비리 범죄의 엄중한 처벌"이며, 또 하나는 "검찰에 대한 견제"라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 개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았던 2021년 출범한 공수처는 검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지 여부가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대 법학과 한인섭 교수는 지난해 있었던 공수처 관련 국회 토론회에서 "공수처는 대검을 압수수색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공수처가 담당한 대표적인 사건은 지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검찰이 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사주' 사건, 해병대 채상병 사망 당시 수사외압 의혹 등이 있다.

그러나 공수처는 현재까지 큰 성과가 없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에 대한 수사로 큰 주목을 받은 고발사주 사건은 1심에서 손준성 검사장이 징역 1년을 선고받았으나, 이 판결은 지난달 2심에서 무죄로 뒤집혔다. 채상병 사건은 현재 진행중이다.

윤 대통령 수사에서 드러난 '한계점'

윤 대통령 관저 앞에서 제지당하고 있는 공수처 이대환 검사
Reuters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체포 집행에 실패하면서 공수처의 수사능력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일주일에 3~4일은 밤을 새야 할 정도로 업무가 과중돼있는 상태입니다. 파견된 분들마저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 상황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공수처 수사관 출신의 한 변호사는 7일 통화에서 공수처의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며 "채 해병 사건 등 처리해야 할 사건이 쌓여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공수처가 "설립 초기라 존립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독으로 수사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번 사건에 나섰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현재 공수처의 수사 인력은 검사 15명, 수사관 36명이다.

이 변호사는 "이미 개인별로 배정된 사건이 많아 이 인력들이 (윤 대통령 수사에) 다 투입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공수처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공수처가 이처럼 인력과 수사력 문제를 여러 차례 노출해왔으며, 이번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이러한 문제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입을 모은다.

윤 대통령 관저를 나오고 있는 경찰
Reuters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30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도 지난 6일 브리핑에서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인력이 다 끌어봐야 50명이고 현장에 갈 수 있는 건 30명 정도"라며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윤 대통령 영장 집행을 경찰 국수본에 일임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전 법무・검찰 개혁위원장인 김남준 변호사는 BBC와의 통화에서 "수사능력 자체가 약하고 인력이 부족하니 체포와 같은 부분에서 좀 강하게 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직원들이 많았다면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고 경찰과 협조도 훨씬 원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검찰은 검사가 2300명이 넘고 수사 인력도 6000명이 넘는다"며 공수처가 "지방 검찰청보다 작은 규모"라 전했다.

공수처 출범을 주도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2019년 당시 공수처의 규모를 검사 50명, 수사관 70명으로 제안했으나 국회는 이 규모를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인 법무부안을 받아들여 통과시켰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도 이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2023년 2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공수처의 검사정원 23명은 남양주지청의 검사정원과 같다"며 검사 증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공수처의 기소권 논란

이번 수사 과정에서 공수처가 사건을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권리, 즉 기소권과 관련된 문제도 드러났다.

현재 공수처는 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는다.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 등에 대해서는 수사는 할 수 있으나 기소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이윤제 교수는 "지난 4년 동안 이런 부분에 대한 정비가 하나도 안 된 채로 너무 큰 사건을 맡게 돼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 교수는 "영장 발부는 판사가 하고 집행은 검사가 한다는 것이 기존 형사소송법의 원칙"인데, "공수처가 대통령, 국회의원, 도지사 등에 대해서는 수사권밖에 없는데 영장 집행을 할 수 있냐" 하는 부분은 현재 "명확히 규정되어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공수처가 경찰에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넘기려고 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 교수는 "일반적으로 영장은 집행 지휘는 검사가 하고, 실행은 경찰이 하지만 지금 공수처법에는 집행 지휘 부분이 명확히 없다"면서 "업무 협력으로 해석할 수는 있지만 다른 해석의 여지도 있다"고 전했다.

"기소권을 분리했으면 이런 부분을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죠."

이 교수는 이어 법안 제정 과정에서 설립 취지가 "상당 부분 변질됐다"고 지적한다.

실제 제정 당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제출한 법안 초안엔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어있지 않았고, 공수처의 규모도 더 컸다. 그런데 이어 법무부는 공수처 규모를 대폭 축소한 안을 제출했고, 국회가 여기에 일부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권을 빼 제출한 안을 통과시키면서 현재의 모습이 됐다.

이 교수는 당시 검찰의 반발로 법안이 상당 부분 후퇴했다며, "개혁의 대상이었던 검사들이 내용을 왜곡한 법무부안을 따라 공수처가 운영된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며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공수처의 김 전 처장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발간한 저서에서 "공수처에서 기소권이 없는 사건의 경우 효율적으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다른 수사기관과 권한 다툼이나 갈등 요인만 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며 "결국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오동운 공수처장은 7일 오후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참석해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무산에 대해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오 처장은 "저희가 체포영장을 집행했는데 경호처의 빌미로 인해 영장 집행이 무산됐다"면서 "사법부에 의해서 정당하게 발부된 체포영장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해서 법치주의가 훼손되는 그런 모습을 보이게 한 점에 대해서 공수저창으로서 매우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2차 영장 집행이 마지막 영장 집행이라는 비장한 각오로 철두철미하게 준비해서 2차 집행에 대해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공조본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공수처는 6일 저녁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수색영장을 서울서부지법에 재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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