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산 상속, 해외와의 차이… 국내 제도 정비 시급

디지털 유산 상속, 해외와의 차이… 국내 제도 정비 시급

이데일리 2025-01-07 17:48: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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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의 고인 SNS 정보 공개 요구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유족들은 고인의 SNS에 남은 정보를 공개해 달라고 네이버와 카카오에 요청했지만, 회사들은 국내 개인정보 보호 정책과 기술적 이유로 고인의 계정 정보를 유가족에게 전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디지털 유산 상속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기업들이 ‘디지털 유산 관리’ 기능을 도입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내에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7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주요국에서는 디지털 유산의 상속과 관리에 관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시행 중인 반면,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은 ‘살아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만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고인의 개인정보나 데이터 처리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다.

해외 주요국들이 관련 법률을 제정한 배경에는 디지털 유산과 관련된 법적 분쟁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2014년, 미국에서는 고인의 프라이버시와 의도를 존중하면서 디지털 자산에 접근하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신탁자에게 부여하는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신탁자의 접근에 관한 통일법(UFADAA)’이 제정됐다. 이 법은 현재까지 48개 주에서 입법이 이뤄졌다.

유럽에서는 디지털 유산에 관한 법규정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판례를 통해 디지털 유산 상속을 인정하는 사례가 있다. 2018년, 독일 연방대법원은 페이스북 이용 계약상의 지위가 상속인에게 승계된다고 판시하며 디지털 유산 상속을 폭넓게 인정하는 선례를 남겼다.

법안 제정이 이루어지자, 기업들도 디지털 유산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약관을 마련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법원의 명령이나 관련 법률에 따라 계정 접근 권한을 부여하며, 구글은 이용자가 사전에 지정한 사람에게 계정을 관리할 수 있는 ‘휴면 계정 관리자’ 기능을 도입했다. 애플은 아이클라우드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최대 5명까지 미리 지정하면, 사후에 아이폰에 저장된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유산 관리자’ 기능을 제공한다. 텐센트는 보유한 게임 자산을 특정인에게 양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메타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용자가 사망하면 계정을 기념 계정으로 전환하거나 삭제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으며, 고인의 계정 승계를 허용하지 않는다. 다만, 추모 계정 관리자는 추모에 필요한 범위 내에서 계정을 관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메타와 유사한 수준의 약관을 도입하고 있다. 네이버는 계정 승계를 허용하지 않으며, 유족이 요청하면 고인의 계정을 삭제할 수 있다. 카카오는 계정 삭제만 가능하고, 사용자가 직접 대리인을 지정하면 사후 추모프로필로 전환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기업들에 비해 디지털 유산 관리에 소극적인 이유는 관련 법 제정이 미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행법상 고인의 비공개 정보를 유가족에게 제공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는 상황”이라며, “만약 제공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유족의 요청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디지털 유산에 대한 제도적인 변화가 선행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디지털 유산에 관한 문제는 법적인 이슈가 있다. 미국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통일 신탁 접근법이 있고, 유럽도 판례 등을 통해 이를 인정하고 있지만, 국내는 아직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데이터가 기업 입장에서 하나의 자산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약관을 정하고 폐기 여부를 논의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대 교수는 “미리 지정한 사람에게 처리 권한을 주는 시스템은 관련 법 없이도 기업의 약관 개선만으로 구현할 수 있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기존 데이터의 가치가 삭제되는 것과 시스템 개선에 드는 비용 등을 고려할 때 시스템을 바꾸는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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