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도 2년 새 10배 가까이 늘었다.
7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전국의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집합건물 기준)는 4만 7343건으로 전년(4만 5445건)에 이어 다시 한번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2022년 312건에 그쳤던 대전의 경우 2023년 1602건, 2024년 3119건으로 급증했고 세종 역시 2022년 42건, 2023년 321건, 2024년 349건으로 늘었다. 또 충남은 같은 기간 262건, 795건, 1422건으로, 충북 역시 156건, 560건, 794건 등 증가세를 보였다.
임차권등기는 임대차 계약 종료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등기부등본에 미반환된 보증금 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명시하는 제도다.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서는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해야 하는데 다른 곳으로 이사를 나가면 이 효력이 사라진다. 이에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하기 위해 임차권 등기를 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 인천 등 수도권의 임차권 등기 신청 건수가 전년보다 각각 줄어들며 전세 피해가 어느 정도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지방 신청 건수는 급격히 증가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전세사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임차권등기나 전세권 설정 등기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권 설정 등기는 세입자가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전세보증금을 지급하고 집주인의 집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것이다. 전세권 설정 등기가 돼 있으면 세입자가 후순위 권리자, 기타 채권자보다 보증금을 먼저 돌려받을 수 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에 놓인다면 세입자가 별도 소송 절차 없이 집을 임의경매로 넘길 수 있다.
다만 전세권 설정에는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실제 전세권 설정 등기를 신청한 부동산(집합건물 기준)은 2022년 5만 2363건, 2023년 4만 4766건, 지난해 4만 3885건 등으로 줄어드는 추세다.
조길상 기자 pcop@ggilbo.com
Copyright ⓒ 금강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