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최근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다.
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미국으로부터 수입한 원유는 1억5629만 배럴에 달해 전년도 수입량인 1억4237만 배럴을 크게 초과했다. 이로 인해 수입액은 약 19조6000억원에 이르렀으며, 이는 미국산 원유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입량을 기록한 것이다.
한국의 정유사들이 미국산 원유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덕분에 미국산 원유에 대한 3%의 관세가 면제되어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다. 중동산 원유는 관세를 부담해야 하므로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 둘째, 미국은 2018년 이후 셰일가스 개발로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으로 부상했으며, 이에 따라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최근 3년간 무려 19.9%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이 시작되면 미국 내 원유 시추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미국산 원유의 수입량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가 556억9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한 만큼, 정부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정유사들이 수입하는 원유와 달리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수입하는 LNG가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량은 약 8500만 배럴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6월에는 수입량이 1394만 배럴로 전년 대비 23.6% 급증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신용평가기관 스탠다드앤푸어스(S&P)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의 주요 정유사들이 미국산 저유황 경질유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물류 리스크가 적고 탱커 보험료도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한미 FTA의 가격 이점과 함께 미국산 원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최근 러시아산 원유의 서방 수출 중단과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원유 수입량을 늘리고 있는 상황이다. 물류 조사업체 케이플러는 이번 달 미국산 원유의 아시아 수출량이 역대 최대인 하루 180만 배럴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한국의 수입량은 61만9000배럴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중국과 인도도 미국산 원유의 수입량을 늘리고 있으며, 중국의 경우 2020년 12월 이후 가장 많은 45만 배럴, 인도는 지난 3월 이후 최대 수입량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한동안 값이 싸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했던 이들 국가가 할인폭이 커진 미국산 원유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반적으로 볼 때,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증가 현상은 가격, 안전성, 그리고 정치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특히 중동의 불안정성과 관련된 물류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미국산 원유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정유사들이 가격과 관세를 고려하여 최적의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정책 방향에 따른 시장의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미국산 원유 수입 증가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한국 정유업계의 전략적 선택과 더불어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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