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온누리상품권 플랫폼 갈등 보니…민간·공기업 달랐다

[기획] 온누리상품권 플랫폼 갈등 보니…민간·공기업 달랐다

더리브스 2025-01-07 09:10: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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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지 기자]

온누리상품권 플랫폼 운영 문제와 관련해 기존 사업자인 비즈플레이와 신규 사업자인 한국조폐공사 간 갈등 골이 깊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비즈플레이가 차기 운영사인 조폐공사에 대해 운영 준비가 미흡하다고 지적하자 조폐공사는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정면 반박했다.

잘잘못을 떠나 두 기업은 민간기업과 공기업 사이에 간극을 보여준다. 비즈플레이는 준비 미흡 및 서비스 공백 기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소상공인 피해 등을 우려한 반면 조폐공사는 점검 중이라 시간이 걸린다는 게 주된 입장이여서다. 민간기업과 공기업이 비교되는 대목이다.


비즈플레이, 사업 특성 감안 조폐공사 운영 우려


3일 간담회 발언 중인 웹케시그룹 석창규 회장. [사진=비즈플레이 제공] 
3일 간담회 발언 중인 웹케시그룹 석창규 회장. [사진=비즈플레이 제공] 

비즈플레이는 지난 3일 오전 모회사인 웹케시그룹 본사에서 디지털 온누리상품권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비즈플레이에 이어 온누리상품권 신규 운영을 맡게 된 조폐공사가 지난 1일 정상 오픈을 하지 못하고 오는 3월 1일로 그 시점을 미룬 가운데 이 마저도 우려하는 입장에서다.

이날 직접 발표에 나선 웹케시그룹 석창규 회장은 과거 서울페이,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운영 등 직접 체득한 경험 등을 바탕으로 사업 특성을 감안해 조폐공사가 봉착한 문제점과 심각성을 짚었다.

석 회장에 따르면 온누리상품권 운영은 시스템 구축 사업이 아닌 운영 대행 사업이다. 모든 일정이 수립된 플랫폼을 전제로 계획되는 만큼 신규 시스템 구축은 실패로 이어질 위험이 크며 기존에 검증된 플랫폼 사업자만이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게 석 회장의 주장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석 회장은 최소 6개월 이상 사전준비와 테스트가 요구되며 데이터 이관도 검증된 시스템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 대용량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수라는 점, 전자금융법상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써 하도급이 불가하다는 점 등 자격과 책임도 강조했다.

이밖에도 석 회장은 모바일과 카드형 서비스를 동시에 오픈하고 데이터를 이관해야 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서 고려해야 할 리스크가 적지 않기에 조폐공사의 역량은 사실상 이에 못 미친다고 우려했다. 다양한 결제 채널과의 원활한 연동도 필수인데 검증도 미흡한 상태란 게 석 회장의 지적이다.


반박하는 조폐공사…“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이에 반박하는 입장문을 지난 6일 냈다. 조폐공사는 온누리상품 사업 관련 발주기관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조달청 입찰 평가에 따라 적법하게 사업을 진행 중이며 오는 3월 1일 정상 오픈을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조폐공사는 기존 운영업체인 비즈플레이가 모든 자료를 이관하고 기술보조, 업무보조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하나 그간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으며 데이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ERD(플랫폼 설계도) 자료를 요청함에도 법적 대응을 제기해 해당 자료를 활용하지 않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조폐공사는 정상 오픈을 위한 필수 공지 기한을 초과했다는 비즈플레이 지적에 카드형 온누리상품권 기한에는 문제가 없으며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비즈플레이와 조율 중이라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대용량 이관 사전 준비 및 방법론이 부재하다는 우려와 관련해선 비즈플레이에 ERD를 요청한 게 이관 경험 및 방법론 부재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설명도 더했다.

조폐공사는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총 41회로 지역사랑상품권 통합관리시스템 및 디지털상품권 플랫폼을 이관한 경험이 있으며 현재 온누리상품권 관련 데이터 분할 및 적재프로그램 개발까지도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드형의 경우에는 분석을 완료했으나 모바일 관련 일부 오류가 확인돼 부득이하게 ERD 자료 및 이관에 필요한 데이터들을 요청했다고 했다.

플랫폼 필수 테스트와 관련해선 조폐공사는 모바일 및 카드형 모두 정상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13개 VAN사에 대한 1차 테스트를 완료해 내달 데이터 이관 후 추가 최종 테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9개 카드사와도 전용선 구축 및 개발을 완료해 이달부터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민간기업 vs 공기업 차이는? 


조폐공사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비즈플레이도 반박했다. 오는 3월 1일 정상 오픈이 불가할 거라는 우려의 핵심은 카드형 온누리상품권보다 데이터 용량과 업무 범위가 3배 이상 상회하는 모바일 형에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게 비즈플레이의 입장이다.

비즈플레이 주장을 감안하면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에 편중된 조폐공사의 입장은 오히려 더 열악한 상황임을 드러내는 방증이다. 조폐공사는 기업구매 사이트 개발을 완료하고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카드형 온누리상품권인 경우 기업구매 데이터 이관에 문제가 없으나 모바일은 데이터 분석을 진행 중에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종합해보면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관리업에 대해 조폐공사가 비즈플레이보다 1년 앞선 2019년 7월 등록되긴 했지만 기술력이나 노하우 등에서 밀려 보이는 건 사실이다. 다만 비즈플레이는 민간 중소기업으로서 기술적으로 보다 완벽한 준비가 이뤄지지 않았을 시 온누리상품권 운영권을 획득하기조차 어려웠을 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보다 엄격한 관점에서 우려를 제기했던 걸로 보인다.

반면 공기업인 조폐공사는 결과적으로 사업자 이전 간 발생하는 프리징 기간이 비즈플레이가 말한 통상 7일보다 늘어났는데도 ‘테스트 진행 중 혹은 분석 중’이라는 입장 외에 서비스 지연에 따른 소상공인이나 소비자 손해에 대한 언급은 없었는데 이는 민간기업과의 간극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비즈플레이는 간담회 이후에서야 선물하기 및 기업 구매를 오는 11일부터 중단하고 고객 이관 고지도 같이 병행하도록 통보받았으며 그간 조폐공사가 이관 일정 요청을 무응답으로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뒤늦게 고지를 하게 된 건 다행이지만 조폐공사가 지난 1일 정상 오픈했다면 선물하기와 기업구매 중단과 같은 사태는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고도 지적했다.

이를 들어 비즈플레이는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설 명절 특수기간 선물하기와 기업 구매 중단은 이미 피할 수 없음은 사실”이라며 통상(7일)보다 추가된 7일의 프리징 기간이 조폐공사의 미진 업무 보완을 위한 시간이라면 결국 이들의 손해를 담보한 것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김은지 기자 leaves@tleav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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