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LCC] 좁은 국토에 과도한 LCC·지방공항...적자 피하려다 안전 '뒷전'

[위기의 LCC] 좁은 국토에 과도한 LCC·지방공항...적자 피하려다 안전 '뒷전'

아주경제 2025-01-07 07:29: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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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마지막 시신 일부를 찾기 위한 꼬리부분 동체를 끌어 올릴 준비하고 있다사진김옥현 기자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해 마지막 시신 일부를 찾기 위해 꼬리부분 동체를 끌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김옥현 기자]

"저렴한 티켓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이제 항공기 기종까지 공부해가면서 여행해야 되나요? 앞으로 저가 항공은 믿거(믿고 거른다)입니다."(A 여행 커뮤니티)
 
전남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지방공항과 LCC(저비용항공사) 이용객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모처럼 기지개를 켰던 LCC 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LCC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건 이번 참사의 책임을 저가항공을 이용한 사람들 탓으로 돌리는 무분별한 '2차 가해'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 탓에 제주항공은 사고 직후 24시간 동안 약 7만건의 취소자가 몰리기도 했다.

근거 없는 비난은 사태의 본질을 흐릴 뿐 아니라 항공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항공업계에서는 막연한 'LCC 포비아'를 잠재우려면 관계 당국의 명확하고 신속한 원인 파악과 함께 제2의 무안공항 참사를 막을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익명을 요구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버드 스트라이크, 랜딩기어 오작동, 관제 센터 및 운영시설 관리 미비, 비상상황 시 공항의 대처능력 상실 등 발생 가능성이 낮은 여러 문제들이 동시에 겹치면서 발생한 항공 참사"라며 "불안한 국내정세, 경기상황과 맞물려 LCC 수요에 장기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원인 규명에는 최소 6개월~1년 이상, 사회적 불안감과 트라우마 해소에는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 올해 사업 계획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토로했다.
 
국내 LCC 사업자는 2005년 제주항공 출범 이후 현재 9곳에 이르러 사업자 수로는 미국(9곳)과 함께 세계 1위다. 전국 지방공항도 15곳으로 국토 규모에 비해 지나치다. 전 국민 해외여행 일상화와 국제공항 유치 도시라는 지역민들의 정치적 염원이 맞물린 결과다.

LCC 주요 수익모델은 중장거리 노선을 중심으로 일평균 5~6회 릴레이 운항을 하는 '전세기 패키지'나 여행사 '특가 프로모션' 등이다. 연말연시에는 여객 수요가 몰려 운항 스케줄이 더 바쁘게 돌아간다. 실제 지난달 29일 무안공항 사고 제주항공 여객기는 28~29일 8곳의 공항을 오가며 13차례나 운항했고, 이 기간 티웨이항공의 한 여객기도 14차례 운항했다. 
 
LCC들이 무리한 운행을 강행하는 이유는 수익성 탓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LCC 4곳(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티웨이)의 지난해 매출액 추정치는 5조9560억원으로, 2023년(5조2400억원)대비 1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530억원으로 전년(6510억원)대비 15.1% 줄었다. 운임 수익률보다 국제유가, 환율, 인건비, 공항관련비 등 부대 비용 증가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나머지 LCC인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에어로케이 등은 자본잠식 상태고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등은 각각 사모펀드(PEF)인 VIG파트너스와 AP홀딩스가 최대 주주로 있다.

지방공항의 부실 운영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한다. 전국에서 운영 중인 지방공항 15곳의 지난해 활주로 평균 이용률은 2%에 불과하다. 엉터리 수요예측의 결과다. 가령 무안공항의 경우 타당성조사 당시 연간 900만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난해 이용객은 30만명에 그쳤다. 그 결과 지난해 무안공항은 253억원의 적자를 냈고, 양양공항 211억, 청주공항 122억, 대구공항은 40억원의 적자를 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전관리 시스템도 부족하다. 각 공항이 공개한 항행안전시설 현황에 따르면 청주공항은 계기착륙시스템(ILS)과 정밀접근레이더(PAR) 등 2개의 시설만 갖춘 상태다. 양양공항은 PAR이 없어 비정밀접근레이더와 계기착륙시스템(ILS) 등으로만 운영 중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PAR 사용을 권장하고 있고, 주요 국제공항 대부분은 해당시설을 갖추고 있다. LCC를 거점항공사로 두는 대부분의 지방공항의 실태가 이렇게 열악한데도 현재 울릉도, 가덕도, 흑산도 등 10곳의 지방공항이 추가로 건설 중이거나 논의 중이다.
 
전문가들은 제2의 참사를 막기 위해 LCC 경쟁력 제고와 함께 지방공항의 내실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공항의 안전을 담당할 전문 기구 설치도 주문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항공우주정책대학원장은 "국가에서 공항을 관리하는 이유는 적자가 나더라도 안전 관리에는 최소한의 인원을 둬야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라며 "'항공청'과 같은 전문적인 기구 설치로 안전 규정을 철저하게 준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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