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22·삼성생명)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획득한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낡은 관행과 불합리한 규정을 두고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이는 '체육계 개혁'의 불씨를 댕겼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배드민턴 여제'의 진짜 이야기는 묻히고 말았다. 일간스포츠는 가족·은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세계 톱랭커' 안세영의 성장기를 2회에 걸쳐 전한다.
(1편에 이어) 안세영은 천위페이(중국)와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단식 결승전에서 1게임 막판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하고도 승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통증을 다스리며 승부를 3게임까지 끌고 간 뒤 지친 상대가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 '강철 체력'은 안세영이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가장 큰 경쟁력이다.
안세영의 어머니 이현희 씨는 "(초등학교 시절 지도자) 최용호 감독님은 '운동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체력'이라고 강조하시며 (기술보다) 기본기·체력 훈련을 더 많이 시키셨다. 학부모 입장에선 그런 방식에 의구심도 생겼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감독님께서 잘 이끌어 주신 거였다"라고 전했다.
정작 최용호 감독은 유별난 안세영에 혀를 내둘렀다. 안세영의 동생 안윤성(현 삼성생명)도 함께 지도했던 최 감독은 키에 비해 체중이 많이 나갔던 안윤성에게 매일 운동장 20바퀴씩 뛰고 귀가하라고 별도로 지시한 적이 있다. 그런데 며칠 뒤 최 감독은 이현희 씨에게 "(안)윤성이가 아니라 (안)세영이가 뛰고 있다"라는 전화를 받았다. 최 감독은 안세영을 불러서 "쉬는 것도 운동"이라고 당부했다. 그가 제자에게 그런 말을 한 건 처음이었다고 한다. 주어진 훈련량 이상 소화하고 시키지 않은 훈련까지 찾아서 한 선수도 안세영이 유일했다고 한다.
안세영은 몸을 날려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벌떡 일어나 다시 플레이할 만큼 뛰어난 순발력을 갖췄다. 이런 강점도 초등학생 시절부터 힘써 익힌 결과다.
최용호 감독은 가동성 향상과 부상 방지를 위해 유연성이 좋아야 한다고 봤고, 매일 20분씩 따로 시간을 내서 제자들이 관련 운동을 소화하도록 이끌었다. 스매싱을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최 감독은 "기술 훈련은 중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많이 할 수 있다"라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승의 생각에 공감한 안세영도 유연성 훈련에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길 바랐다. 이에 최 감독은 한국체육대학교 출신 전문가를 초빙해 이후 안세영이 매일 1시간씩 요가를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이현희 씨는 "목표치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달성하면 이용대 선수의 사인 라켓 같은 선물을 주며 동기를 부여한 감독님의 지도 방식 덕분에 세영이가 운동에 더 매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했다. 최 감독은 "세영이는 '배드민턴으로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라는 독려에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다. 또 세계 무대를 누비기 위해 영어 공부까지 열심히 했다. 항상 스스로 더 좋은 길을 생각을 하는 제자를 둔 내가 행운아"이라고 웃어 보였다.
어린 시절부터 눈앞에 놓인 현실과 조건에 안주하지 않았던 안세영은 결국 가장 큰 목표였던 올림픽 금메달(2024 파리)을 획득한 뒤 국가대표팀 운영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비합리적인 규정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논란이 커지며 마음고생도 했지만,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지 않았다.
안세영은 "배드민턴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라고 힘줘 말했다. 여전히 협회는 어수선하고, 달라지지 않은 것도 많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