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를 계기로 저비용항공사(LCC)의 조종사와 정비사 인력 부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조종사와 정비사들의 업무 과중과 피로 누적이 항공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LCC의 전반적인 안전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7일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2024년 기준 국제선 여객기 운항 편수가 4만7026편으로 국내 LCC 가운데 가장 많았다. 제주항공의 운항 편수는 대형항공사(FSC)인 아시아나항공(4만7781)과 비슷했는데 조종사 수는 670명으로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수(1357명)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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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수 대비 비행 스케줄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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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항공운송사업자의 피로 관리는 근무 시간 제한 방식으로 운영된다.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국내 항공기 조종사의 비행 시간은 연간 1000시간 이내, 30일 연속으로는 100시간 이내로 제한돼 있다. 운항 편수에 비해 조종사 수가 부족해 법의 범위 내에서 무리하게 스케줄을 조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LCC는 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취항해 이·착륙이 잦은 데다 소형기종 위주여서 조종사와 승무원의 피로가 누적되기 쉽다"며 "1년에 1000시간을 꽉 채워 근무하는데 근무 시간에 맞춰 운항하더라도 야간비행, 시차까지 고려하면 피로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권고한 피로위험관리시스템(FRMS)을 도입해 승무원의 피로를 과학적으로 관리하고 피로로 인한 사고 위험을 줄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항공안전법 제56조(승무원 피로관리)에 FRMS 운용에 대한 근거가 포함돼 있으나 실제 시스템 구축과 시행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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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 정비사 FSC 대비 연간 최대 4배의 여객기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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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말 기준(2024년도 수치는 국토교통부가 공개 하기 전에는 대외비여서 2023년이 가장 최신 수치임) 적정 정비 인력을 확보한 국내 LCC는 한 곳도 없다. 국내 주요 LCC의 항공기 한 대당 정비 인력은 ▲제주항공 11.2명(42대) ▲티웨이항공 11.5명(30대) ▲진에어 10.1명(27대) ▲에어부산 8.2명(22대)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 16.5명(161대)과 아시아나항공 16.1명(81대)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대형기를 주로 운항하는 FSC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운항 편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LCC 정비사들은 고강도 노동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LCC 정비사 한 명이 일 년 동안 정비한 국제선 여객기 수는 ▲제주항공 96.1기 ▲티웨이항공 86.5기 ▲진에어 92.4기 ▲에어부산 108.1기다. 정비사 1명이 한 해 30기 수준을 맡는 FSC(▲대한항공 25.5기 ▲아시아나항공 31.6기)와 비교하면 최대 4배에 달한다.
국토부는 정비 인력 확충과 근무 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있지만 항공사들의 현실적인 인력 충원 속도는 더디다. LCC들은 수익성 강화를 이유로 비용 절감을 최우선시 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국내 LCC들이 최근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노선 다변화와 중·장거리 노선 확대 계획을 발표함에 따라 조종사와 정비사의 업무 과중은 심화할 가능성도 크다.
권보헌 극동대 항공안전관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19 당시 경력직 조종사와 정비사의 인력이 많이 감축됐고 여행 수요 증가로 조종사와 정비사의 업무 과중이 더 심화했다"며 "항공 인력은 전문직이다 보니 양성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걸려 정부 차원의 항공 조종·정비사 양성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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