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최소 여건을 갖춘 항공사들을 승인하며 LCC 난립을 부추겼다. 항공사들이 경쟁하면 소비자 선택권이 늘어나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항공사는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정리될 것으로 판단했다. 현실은 달랐다.
항공업계는 정부의 이 같은 판단을 두고 '여행객이 많고 항공사들의 체력이 있을 때'나 현실성이 있다고 본다. 현재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에서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비행기가 뜨고 내리며 여행객을 실어 날랐고 이 과정에서 조종사를 비롯한 항공 승무원, 정비인력 모두 피로가 누적돼 있다. LCC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심정으로 바쁘게 비행기를 띄웠지만 후유증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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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C로 지방공항 살린다(?) "턱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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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더불어민주당·충북 청주시흥덕구)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를 보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무안공항은 6626편이 운항하며 89만6322명이 이용했다. 양양공항은 2526편이 운항하며 이용객은 11만8824명, 포항공항은 1162회 운항에 9만3769명 이용에 머물렀다. 원주는 가장 적었는데 운항은 904편, 이용객은 11만1485명이었다. 같은 기간 김포공항은 14만934편이 운항하며 2546만2044명을 실어 날랐다.
엔데믹 이후 세계 하늘길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한 지난해는 어땠을까.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사고가 난 무안공항은 2274편이 운항하며 34만4319명이 이용했고, 양양공항은 113편 운항에 1만6543명 이용에 그쳤다. 김포공항은 11만8366편 운항, 2111만6945명 이용했다.
지방공항 개항은 경제보다 정치 논리가 우선시 됐다. 세밀한 타당성 조사보다는 노후화된 공항을 대체하면서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다는 정치적 비전 아래 새 공항이 들어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무안국제공항의 경우 광주공항과 목포공항을 대신할 목적으로 세워졌지만 여전히 광주공항과 역할이 겹친다"며 "강원권 허브공항을 표방한 양양공항도 강릉공항과 속초공항 역할과 수요를 흡수하려 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고 말했다. "무안공항은 당시 사업을 주도한 한화갑 의원의 이름을 빗대 '한화갑 공항'이라고 불렸고 정치권의 입김에 오락가락하며 업계의 외면을 받은 가덕도 신공항도 다양한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공항을 정치 논리로 지었고, 공항 활성화를 위해 지역 거점 소형항공사도 운항을 시작했다"며 "지자체들은 지원금으로 해외 관광객 인바운드 수요를 늘리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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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에 쉴 새 없는 LCC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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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항공사들의 지난해 3분기 사업보고서를 보면 월평균 항공기 가동시간은 ▲대한항공 386시간 ▲아시아나항공 371시간 ▲제주항공 418시간 ▲티웨이항공 386시간 ▲진에어 371시간 ▲에어부산 340시간 등이다. 장거리 운항이 많은 FSC보다 단거리 위주 LCC의 가동시간이 많은 것은 그만큼 쉴 틈 없이 승객을 실어 날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LCC들은 정해진 규정을 준수한 만큼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관련업계에서도 '돈벌이'에 급급해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LCC들은 정비 기준도 맞추고 비행시간 기준도 맞췄지만 각종 문제로 인한 지연과 결항, 회항을 겪어야 했다.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는 아직 조사결과가 발표되지 않았지만, 버드스트라이크(조류충돌)로 인한 기체 파손이 공항의 이상한 시설물(독특하게 설치된 로컬라이저)과 함께 최악의 항공 참사로 기록됐다. 이후 항공 안전과 관련한 모든 내용이 주목을 받았고, LCC들의 엄청난 기재 가동률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가 늘어나면 코로나19 등의 위기가 다시 찾아왔을 때 국민의 세금으로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폐쇄적인 항공시장을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면 새로운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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