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머 "야당, 거짓에 편승" 비난…보수당대표 "총리가 중상모략"
英언론 "트럼프 2기·스타머 정부 관계에 심각한 리스크"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와 노동당 정부를 겨냥해 공세를 퍼부으면서 영국 정계가 시끄럽다.
머스크는 지난 2일부터 며칠간 엑스(X·옛 트위터)에 과거 영국에서 장기간 벌어진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에 영국 정부가 대응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담은 수십 개 글을 쏟아냈다.
머스크는 스타머 총리가 왕립검찰청(CPS) 청장이었던 시절 사건을 은폐했다며 "범죄에 연루됐다(complicit). 비열하다"는 인신공격성 언급도 계속했고 노동당 정부가 중앙 정부 차원의 진상 조사를 거부한다며 맹공을 펼쳤다.
스타머 총리는 6일 기자회견에서 당시 관련 사건들을 적극적으로 다뤘다며 머스크의 주장은 "선을 넘은 것"이고 "거짓말과 허위 정보"라고 반박했다. 그간 직접 대응을 삼가던 그는 이날 눈에 띄게 분노한 모습이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제1야당 보수당을 비롯한 우파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내가 참을 수 없는 건 14년간 정부에서 손 놓고 앉아 떠들기만 해놓고 관심을 끌려고 유행에 편승하고 있는 정치인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극우가 말하는 것을 확대한다"고도 주장했다.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를 비롯한 보수당 인사들이 지난주 머스크의 엑스 게시물 이후 문제의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에 대한 전면적인 전국적 조사를 촉구한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그러자 베이드녹 대표는 바로 엑스에 글을 올려 "스타머는 20년 전 노동당의 중상모략 전술을 쓰고 있다"며 이런 중요한 사건을 신경 쓰는 사람을 '극우'로 몰아가지 말라고 받아쳤다.
집권 노동당과 제1야당 보수당 등 영국의 전통적 양당뿐 아니라 신생 정당도 이번 사태에 휩쓸렸다.
우익 포퓰리즘 정당인 영국개혁당은 거액 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오갈 정도로 머스크와 관계가 진전했으나 나이절 패라지 개혁당 대표가 머스크의 '엑스 공세' 중 일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가 바로 관계가 틀어졌다.
앞서 영국의 조기 총선을 촉구했던 머스크는 이날 엑스에 "미국이 독재적 정부로부터 영국민을 해방해야 한다"는 온라인 투표도 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머스크가 내정간섭 논란에 전혀 개의치 않고 맹방인 영국에 도발적으로 '훈수'를 두고, 실제로 영국 정계도 이에 휩쓸려 정치적 공방을 이어가는 모양새가 됐다.
BBC 방송은 이같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일론 머스크가 (영국의 다트 선수)루크 리틀러가 실제 던진 것만큼이나 많은 디지털 다트를 대서양 너머로 던졌다"고 꼬집었다.
영국 언론은 이런 사태에 대해 출범을 앞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스타머 정부의 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시하고 있다.
일간 더타임스는 "머스크는 이미 영국 내 정치적 분위기를 조성할 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며 "트럼프와 관계에 대한 더 큰 우려도 있다. 트럼프는 이 논쟁에 개입을 자제해 왔으나 머스크와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은 심각한 리스크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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