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가 철회된 것과 관련해 여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면서, 향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에서 이 부분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단은 최근 탄핵안에서 내란죄 등 형법상 범죄 혐의에 해당하는 부분을 철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불필요한 표현을 제외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서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다시 의결해야 한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앞서 민주당 등 야당과 일부 여당 의원들은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성과 내란죄 혐의 내용을 담은 탄핵소추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탄핵소추안 의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여당 의원들은 '내란죄 철회'에 어떤 입장인지, BBC 코리아가 그들의 자세한 입장을 들어봤다.
조경태 '내란죄 삭제, 대세에 영향없다'
탄핵소추에 지지 의사를 밝혔던 여당 의원들은 대부분 "야당의 '내란죄' 철회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면서도, 내란죄가 빠진 탄핵소추안이라고 하더라도 탄핵 찬성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2차 표결 당시 찬성표를 던진 6선 조경태 의원은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괜히 쓸데없는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 공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조 의원은 "내란죄 부분이 철회됐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에 대한 탄핵이기 때문에, 표결을 다시 한다고 하더라도 탄핵 결과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조 의원은 여당에서 탄핵안 의결을 다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그렇다면 우리 여당은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잘했다는 것이냐"며 "요즘같은 시대에 비상계엄은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위헌적이고 불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탄핵안에 찬성한 주된 이유이기 때문에 내란죄 부분을 소추안에서 뺀다고 하더라도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조 의원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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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내란죄 반드시 헌재서 다뤄야'
반면 탄핵소추안 표결 당시 공개 찬성표를 던졌던 김상욱 의원은 "당연히 내란죄 부분은 헌법재판소에서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6일 통화에서 "우리 헌정사에 내란이라는 것이 두 번 다시 없어야 될 일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의 관점에서 내란에 대한 부분을 판단하고, 그 판단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게 역사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상욱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킬 때 개별 헌법 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탄핵소추안에 찬성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내란'이라는 부분이 탄핵소추안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내란죄 부분을 민주당에서 철회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도 없고, 이 때문에 사회 갈등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야당의 의도와 관련해 "만약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는 타임라인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 이는 야당이 국가의 이익과 시대적 사명을 저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김상욱 의원은 국회에서 탄핵안을 재의결해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그건 정쟁이라고 본다"며 "헌법재판소가 과거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심리 당시의 선례에 따라 잘 판단하면 또 되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은 탄핵소추안이라면 결과가 달라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저는 그래도 무조건 탄핵 찬성표를 던졌을 것"이라며 "비상계엄의 위헌성과 2차 비상계엄 위험성이 있었고, 헌법을 위반한 대통령의 직무를 즉시 중지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야당에 반드시 내란죄를 소추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섭 '이제와서 내란죄 삭제? 용납할 수 없어'
윤 대통령 탄핵 소추에 찬성한 김재섭 의원 역시 통화에서 "민주당이 내란죄 부분을 철회한 게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탄핵소추안의 가장 핵심 내용 중의 하나인 내란죄를 빼고 심사하겠다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탄핵을 찬성한 제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의 정치적 의도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여러 가지 재판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본인의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윤 대통령을 탄핵하고 조기대선을 열면 본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목적 이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탄핵소추 찬성을 밝혀왔던 여당 의원 중에서 국회의 재의결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탄핵안에 찬성했던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소추안은 원안대로 제출해서 헌재에서 판단하도록 맡겨야 한다"며 '내란죄 철회' 시 "재의결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은 '내란죄' 등 불필요한 표현을 제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내란진상조사단 간사를 맡은 이소연 의원은 "탄핵소추사유서에 '내란죄' 같은 불필요한 표현을 적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헌재가 탄핵심판 요건에 맞게 쟁점 정리를 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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