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철강·조선업계 간 후판 가격 협상이 해를 넘긴 가운데, 중국의 반덤핑 관세 조치가 시행되면 두 업계간 협상 우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6일 철강·조선업계에 따르면, 선박제조 재료로 쓰이는 후판 가격 협상을 두고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양측간의 협상이 해를 넘겨 신년에도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제철사인 포스코·현대제철과 국내 대표 조선사인 삼성중공업·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 등이 후판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제품으로 인한 업계 불황 극복을 위해서라도 후판 가격 인상을 주장하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난색을 표하며 팽팽한 대립 중이다.
특히 조선업계는 저가에 공급되는 중국산 물량을 선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철강업계 입장에서는 협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내 철강사 제품보다 최대 20만원 이상 저렴하다. 현재 국내 기업의 후판은 톤(t)당 90만원대 선이고 중국산은 7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이 난항을 보이는 가운데 신년부터 양 업계는 세미나 등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등 협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두 업계의 후판가 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알 수 없지만 지난해부터 철강·조선업계 세미나를 진행해왔고 올해도 상반기에 준비 중”이라며 “대화의 자리를 계속해서 마련해 협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도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세미나 같은 자리에는 상생의 관점에서 조선업계도 늘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업계의 후판가 협상에서 현재 최대 변수로 꼽히는 것은 현대제철이 지난해 10월 제기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치의 일환으로 관세가 부과될 경우 후판가 협상은 철강업계에 다시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 산업부 무역위원회에서 진행 중인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 결과 덤핑이 인정돼 관세가 부가될 경우 조선업계는 선택지가 줄어들어 철강 업계 입장에서는 협상 환경이 좋아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조선업계는 후판가 반덤핑 조사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산 후판가에 관세가 적용되면 결과적으로 국내 유통되는 후판가격을 전부 상승시켜 10년만에 호황을 맞은 조선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에 관세가 붙게 되면 국내 유통되는 제품 금액 전체가 올라간다. 철강·조선업계가 상반기와 하반기에 진행하는 후판 가격 협상의 시작가가 더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0년만에 업계 활황을 맞은 조선업계는 중국 조선사와의 경쟁을 위해 저탄소 선박 및 자율운항 기술 등 최신 기술 개발에도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면서 "배 가격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우리업계는 가격경쟁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산 철강에 대한 덤핑이 사실로 확인되더라도 철강업계 피해가 그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인과관계를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며 “혹여 철강업계가 그간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는 아닌건지 이번 기회에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현대제철의 제소로 지난 10월 시작된 중국산 후판에 대한 무역위원회 반덤핑 예비조사는 오는 3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면 위주로 진행되는 예비조사 결과 덤핑 의혹이 드러날 경우 조사는 본조사로 넘어가 무역위원회는 실사 조사에 나서게 된다. 본조사에서도 덤핑 사실과 그로 인한 산업계 피해가 인정될 경우 반덤핑 조치의 일환으로 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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