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볼리스트] 김희준 기자= 한국축구지도자협회(이하 지도자협회)가 정몽규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지도자협회 관계자들은 신문선 후보와 허정무 후보에 대한 깊은 아쉬움이 정 후보에 대한 반감을 신뢰감으로 바꾸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6일 지도자협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오는 1월 8일로 예정된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정몽규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발표했다. 정 후보를 지지하는 사유로는 ▲ 한국 축구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검증된 경영능력과 축적된 경험 보유 ▲ 제시된 공약의 구체적 실현 가능 여부 ▲ 협회의 사명을 수행할 인적쇄신 단행 및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 재무장 의지 ▲ 세계적 명장을 키울 전문 지도자교육 프로그램 지원 및 현장 애로사항 반영 여부 ▲ 객관적인 세평 고려 당선 후 전체 축구인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적 인격과 리더십 등 다섯 가지 항목을 들었다.
지도자협회의 당초 방침은 축구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었다.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다수 포함됐기 때문에 축구인이 축구인을 잘 이해할 거라는 기대감이 형성돼있었다. 정 후보가 축구협회장을 지내며 저지른 실책에 대한 반감도 존재했다. 출범 시기 자체가 정 회장과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논란으로 시끄럽던 지난해였다. 출범 이후 앞장서 정 후보가 축구협회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던 단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축구인 출신 허정무, 신문선 중 한 후보를 지지해야 했다.
지도자협회가 기존 입장을 뒤집어 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배경에는 정 후보에 대한 신뢰 형성도 있었지만, 신 후보와 허 후보에 대한 실망도 큰 영향을 끼쳤다. 지도자협회 고위 관계자인 감독 A씨는 “신 후보와 허 후보가 대승적 차원에서 단일화를 하지 않아 축구인들을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라며 “두 후보가 공론화에 집중한 나머지 공약을 제시하기 전에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점에서 축구인 후보들이 화합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지도자협회 관계자 B씨는 “축구인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기존 입장이 바뀐 건 사실”이라면서도 “허 후보와 신 후보가 축구인이다보니 지도자협회 내부에서 일종의 레퍼런스 체크가 이뤄졌고, 그 결과 오히려 정 후보가 차기 축구협회장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라고 설명했다. 상기한 다섯 항목 중 '객관적인 세평 고려 당선 후 전체 축구인을 아우를 수 있는 포용적 인격과 리더십'에 해당한다.
또한 지도자협회는 현장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았던 후보가 정 후보였다고 이야기했다. 정 회장이 여러 차례 지도자협회와 이야기를 나누며 지도자협회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등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이었다는 전언이다. B씨는 “지도자협회는 지도자가 잠재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현 문제점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축구코치협회(USC)식 역량 강화 모델을 따라가려 한다. 지도자협회가 문제 삼는 지점과 그 해결 방안을 가장 잘 이해하고, 높은 관심을 보인 후보가 정 후보”라고 말했다.
지도자협회 관계자들도 이번 선거가 최선이 아닌 차악을 뽑는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점은 입을 모아 인정했다. 그럼에도 여론에서 ‘최악’으로 꼽는 정 후보를 '차악'으로 판단하고 지지한 배경에는 현장에 대한 이해도와 문제 해결 의지를 가장 많이 보인 후보라는 점이 주효했음을 강조했다.
지도자협회는 단순히 정 후보에 대한 지지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향후 축구협회장을 육성하는 장기적 프로젝트를 실행할 계획이다. 이번에 따로 후보를 내지 않은 이유도 축구인 후보들의 단일화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측면도 있고, 다음 선거를 체계적으로 준비해 축구인들과 축구팬들이 모두 만족하는 후보를 선보일 예정이다.
설동식 지도자협회장은 “지금까지 단독 선거로 정 후보가 회장 3연임을 한 데에는 축구인들의 책임도 있다”라며 “경선으로 진행되니 우리가 정 후보에 대한 부정적 발언을 했음에도 직접 찾아와 소통하고 해결방안을 찾아갔다. 앞으로도 축구협회장 선거가 경선으로 치러져야 한다"라며 지도자협회에서도 후보 배출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도자협회 지지 선언으로 정 후보가 4연임 도전에 한층 탄력을 얻을 전망이다.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은 대의원, 시도협회 및 연맹 임원, 선수, 지도자, 심판 등 총 194인으로 구성되는 게 원칙이다. 이번 선거인단은 173인으로 이뤄졌는데, 이 중 지도자 표 상당수를 정 후보가 획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진= 풋볼리스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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