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고심하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영장 만료일인 6일 오전 영장 집행 업무를 경찰에 넘겼다. 이를 위해 공수처는 오늘 법원에 체포영장 기한 연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즉,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은 경찰이 맡고, 수사는 공수처가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 3일 영장 집행이 무산된 후 추가 집행에 나서지 않던 공수처가 결국 경찰에 떠넘기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체포 영장 일임을 '공사 하청'에 빗대며 "또 다른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이 지연되면서 여권의 결집도 강해지고 있다. 이날 새벽에는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이 대통령 관저에 모여 체포영장 집행 저지에 나섰고, 국민의힘 시도지사들도 체포영장 집행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수사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오동운 공수처장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통령 경호처장 등 영장 집행을 방해한 인사들을 직위해제 하지 않을 경우 탄핵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포기.. 수사의지 있나
경찰 "공수처 공문 법적 결함.. 체포영장 집행 어려워" 尹측 "경찰 영장 집행 나서면 불법"
공수처는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경찰에 일임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공문은 이미 경찰로 발송됐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은 이날 출입기자단 대상 브리핑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답변을 본 이후 공수처가 영장을 집행하기보다 경찰에 일임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3일 대통령경호처의 인간 스크럼을 뚫지 못해 윤 대통령 체포에 실패한 바 있다. 이에 대통령경호처 지휘권을 가진 최 권한대행에게 체포 영장 협조를 두차례 요청했으나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다시 영장 집행에 나서도 대통령경호처가 막아설 것이라 판단되자 결국 영장 집행을 포기한 셈이다.
이 차장은 "더이상 답을 기다리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경찰의 영장 집행 전문성, 현장 지휘체계 통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수본에 집행을 일임해야 신속하고 효율적인 절차 진행을 도모할 수 있다고 봤다"고 덧붙였다.
이어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체포영장은 검사의 지휘에 의해 사법경찰관리가 집행하게 돼 있다"며 "지휘는 영장 집행을 사법경찰관에게 일임·촉탁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적법한 절차임을 강조했다.
공수처는 체포영장 유효기간이 6일 자정 만료됨에 따라 오늘 중 법원에 유효기간 연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 체포영장 집행은 경찰이 하더라도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공수처가 맡는다는 방침이다.
이 차장은 "공수처의 법적 전문성을 활용하겠다는 공조수사본부 취지에 따라 윤 대통령 사건은 공수처에 있다"고 말했다.
향후 검찰에 다시 사건을 이첩할 계획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차장은 "집행이 늦어지고 걱정과 염려를 끼쳐 송구하다"면서 "공수처가 수사해야 한다는 고집을 가지고 독단적으로 할 이유는 없다. 어느 단계가 되면 이첩에 대해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 수사 권한을 넘겨받은 공수처가 영장 집행만 떼어내 타 기관에 일임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협조 요청 공문도 경찰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송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집행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공수처가 경찰에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경찰 내부에선 이럴 거면 왜 사건을 이첩받았나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경찰청의 한 경찰 간부는 뉴스1에 "웃음 밖에 나오지 않고 아마 두고두고 회자될 것"이라며 "공수처를 해체하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체포영장 집행 협조 공문을 받은 경찰은 법적 결함이 있어 따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윤건영 의원은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형사소송법 81조에 따르면 검사의 지휘에 따라 사법경찰이 영장을 집행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수사 준칙 보면 검찰의 지휘 부분이 빠졌다"며 "(국수본은) 2차 집행이 어렵다. 공수처 공문 때문에 직권남용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당장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체포 영장 일임을 '공사 하청'에 빗대며 "또 다른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 윤갑근 변호사는 6일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법상 다른 수사기관에 수사 중 일부를 '일임'하는 규정은 없다고 지적했다.
윤 변호사는 "수사는 범죄의 혐의 유무를 명백히해 공소를 제기하는 수사기관의 활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공사 중 일부를 하청주듯 다른 기관에 일임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어 "공수처는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없음에도 경찰을 하부기관으로 다루고 있다"며 "수사권 독립을 염원하는 경찰 역시 공수처의 입맛대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자성하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공수처의 시녀로 위법한 영장 집행에 나설 경우 경찰공무원들에 직권남용을 하는 것"이라며 "이에 대해서도 강력한 법적조치를 취할 것임을 경고한다"고 말했다.
권영세 "공수처, 민주당 하수인" 與 시도지사들 "체포영장 중단돼야"
與의원 30여명, '尹영장 저지' 관저 집결
이처럼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포기하며 강한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자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여권은 더 강하게 결집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6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공수처를 겨냥해 "작금의 상황을 보면 현재의 정국을 자신들의 지위를 공고하게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며 사법체계의 공정성을 크게 흔들고 있다"며 "시중에 '공수처는 민주당의 하수인'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수사기관인 공수처는 위법적인 행태를 보이며 오히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걸고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진정한 수사기관이라고 한다면 민주당의 정치 선동에 놀아날 것이 아니라 국격을 고려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임의 방식으로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시도지사협의회도 5일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의 대통령 내란죄에 대한 수사와 체포영장은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로 일시 직무가 정지된 상태라 하지만,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며 "헌법과 법 절차에 의해 정당하고 신중한 재판과 반론권이 보장돼야 한다. 민주당은 권력 야욕에 눈이 멀어 이재명 일인의 방탄을 위해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트리고 국정을 마비시키는 불법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 의원 30여명은 체포영장 집행 저지를 위해 이날 새벽 대통령 관저 앞에 모이기도 했다.
이날 관저 앞에는 김기현 윤상현 조배숙 박대출 김석기 김정재 이만희 임이자 권영진 유상범 이인선 강승규 박성훈 임종득 등 의원 30여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김기현 의원은 "저와 국민의힘 의원들은 원천무효 영장을 반드시 막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며 "지금 공수처는 수사권한 없는 수사에 대해서 자신들의 권한행사인 것처럼 가장하고 있다. 이런 영장 집행은 불법으로서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직권남용이라는 꼬리를 수사할 권한을 주었더니, 그 '꼬리 권한'을 가지고서 몸통을 흔들겠다고 하는, 본말이 전도된 궤변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불법적인 수사 주체, 또 형사소송법의 명시된 조항에 위반된 압수수색 영장은 당연 무효로서 이것을 저지할 권리가 모든 국민에게 있다"며 "원천 무효인 사기 탄핵이 진행되지 않도록 저와 우리 함께하고 있는 의원들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싸워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민주 "공수처장, 무능하고 우유부단해".. 최 대행 탄핵 카드 '만지작'
김건희 라인, 경호처장 '패싱' 실탄 지급 지시 "차장·본부장이 주도"
민주당은 공수처의 소극적인 행태를 비판하면서 최 권한대행에게 대통령 경호처장 등 영장 집행을 방해한 인사들에 대한 직위해제를 촉구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수처장의 무능과 우유부단함에 대해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공수처장의 행태를 묵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오 처장은 엄동설한에 밤 세워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를 촉구한 국민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길 바란다"면서 "경찰은 이제 실추된 공권력 권위를 세워야 한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고 누구라도 법 집행을 피할 수 없다는 원칙을 확고하게 확립해야 무법천지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최 권한대행을 향해 "헌법과 법을 수호할 의무가 있고 경호처를 지휘할 권한이 있는 만큼 경호처의 불법행위를 즉각 진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종준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이 법 집행을 주도적으로 방해했고, 심지어 경호처 직원들에게 발포 명령을 내렸다"며 "구체적 의혹이 있는 만큼 즉시 직위 해제하고 업무에서 배제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박 원내대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윤석열 내란수괴에 부역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고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일 대통령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할 당시 경호처 내 '김건희 라인'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경호처의 김건희 라인인 김성훈 경호처 차장, 이광우 경호본부장, 김신 가족부 부장이 박종준 경호처장을 '패싱'하고 실탄 지급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김건희 라인이 경호처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앞장서서 독려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있다"며 "이들이 경호처장을 패싱하고 '실탄 지급'을 논의하다가 경호처장이 중단시켰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호본부장이 지난 4일 경호처 간부들을 모아놓고 '군과 경찰이 우리를 배신했다. 경호처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며 분위기를 잡았고 '케이블타이 400개를 준비해라'고 이야기했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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