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與野, 헌재 윤 탄핵심판 '내란죄 제외' 신경전.. 朴탄핵 당시도 '뇌물죄' 제외

[이슈] 與野, 헌재 윤 탄핵심판 '내란죄 제외' 신경전.. 朴탄핵 당시도 '뇌물죄' 제외

폴리뉴스 2025-01-05 15:20:41 신고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제외를 놓고 여권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탄핵심판에서 내란죄 제외를 놓고 여권이 반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 국회 측이 형법상 내란죄를 사건 쟁점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윤 대통령측과 여권은 '탄핵소추는 무효'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국회 탄핵소추단은 탄핵 심판의 빠른 결론을 위해 비상계엄 선포 과정의 헌법 위반만 다루고 내란죄 성립 여부는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측은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 안되면 탄핵소추가 잘못된 것'이라며 '내란죄를 빼려면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내란죄가 빠진다면 탄핵도 무효'라며 재의결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지난 2017년 박근혜 탄핵 당시에도 국회 측 탄핵소추위원장이었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신속한 탄핵 심리를 위해 탄핵 사유 중 형법상 관련 부분을 수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측 "비상계엄 헌법 위반 여부만 다루자".. 헌재 수용

尹측 "내란죄 탄핵심판 핵심.. 탄핵 소추 무효"

헌재는 3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2차 변론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국회 측은 국회가 탄핵 소추 사유로 제시한 형법상 내란죄를 철회하겠다고 했으며 헌재는 이를 수용했다. 

국회 측은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며 "자칫 헌법 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 위반 사실관계로 다투고 주장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형식 재판관은 "계엄 관련 위반 행위가 형법상 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은 철회한다는 것이냐"고 물었고, 국회 측은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며 철회 의사를 밝혔다. 

이는 탄핵심판에서 형법상 내란죄를 쟁점으로 다툴 경우 심리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측이 무더기 사실 조회와 증인 채택을 요구하면서 최대 180일을 채울 가능성도 제기됐다. 

반대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에 위배되는지만 판단하는데는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내란죄를 빼면 안된다고 반발했다.

윤 대통령 법률자문단인 윤갑근 변호사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내란죄를 소추 사유에서 철회한 것은 탄핵소추 결의 자체가 무효임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내란죄는 탄핵 심판에 있어 핵심인 만큼 철회한 이상 탄핵 소추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은 내란죄가 본질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요소다.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 안 되는 것이라면 탄핵소추가 잘못된 것"이라며 "내란죄를 빼겠다면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힘 "내란죄 제외는 사기 탄핵.. 탄핵안 재의결 해야"

여당인 국민의힘도 윤 대통령측과 동일한 주장을 펼쳤다. 

국민의힘은 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연 뒤 입장문을 통해 "헌법 재판소는 졸속 사기 탄핵 소추안을 각하해야 한다"며 "국회는 새로운 탄핵소추문을 작성해 탄핵안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밝혔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 의원총회에서 "국회 측이 탄핵사유 중 내란죄를 제외한다는 것은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니라 찐빵 없는 찐빵"이라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절차를 우습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헌법 위반 사유만 제시한다면 계엄법 위반 사유도 제외해야 한다"며 "헌법 위반 사유를 심리한다면서 내란죄 혐의만 제외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여당 내 잠룡들도 나섰다.

홍준표 대구 시장은 4일 페이스북에 "헌재 안에 이재명 의원 부역자가 있는지"라면서 "느닷없이 내란죄 철회하고도 조속히 파면 결정할 자신이 생겼나 보다"라고 주장했다.

홍 시장은 "여태 내란죄 프레임으로 죽일 놈이라고 선동하더니, 무슨 정보를 들었기에 갑자기 내란죄를 철회한다고 했을까"라며 "그러면 이미 내란죄로 구속 기소한 김용현과 군인들은 어떻게 되는가"라고 썼다. 

나경원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내란죄를 뺀 새로운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전혀 다른 소추안이므로 반드시 새로운 국회 의결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란죄는 이번 탄핵의 핵심이자 사실상 전부다"라며 "온나라를 내란죄로 뒤집어놓고, 전국에 현수막을 걸어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을 내란동조자라며 선전선동에 악용해놓고, 이제와 내란죄를 논하지 않겠다니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엿장수 엿가락 늘렸다 줄이듯 탄핵소추안 내용을 변경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앞으로도 이를 악용해 중죄를 덧씌워 탄핵을 남발하고 추후에 수정하면 된다는 식으로 국정마비 사기탄핵을 반복해 자행하지 않겠나"라며 "이것을 가능하게 길을 열어준다면 그것이야말로 국가권력배제, 국헌문란 목적의 헌법유린내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은 이재명 한 사람을 위해 국민을 농락하고, 헌법을 농락하고 있는 것"이라며 "기존 탄핵소추안은 당연히 실효되고 국회에서 다시 의결해야 한다"고 썼다. 

원 전 장관은 "내란죄가 탄핵소추안에 없었다면, 탄핵소추안은 통과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여권 내 윤 대통령 탄핵 찬성파들도 내란죄를 제외하는 것에는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헌법재판소에서 형사상 내란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탄핵소추에 동의한 것에 내란의 점에 대한 판단이 있을 것"이라며 "헌정사에 내란이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게 엄격하게 평가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을 탄핵하려는 사유의 본질은 내란죄였다. 계엄은 형식이었고 내란이 본질"이라며 "12월 14일 204명의 찬성으로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의 핵심도 내란"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란 혐의를 제외하고 헌재가 탄핵을 심판한다면, 그 결정이 기각이든 인용이든 헌재 결정 이후 이 나라는 무법천지 내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며 "그 책임은 헌법재판소와 민주당에 있다는 점을 똑바로 알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민주 "무식한 주장.. 형사법 아닌 헌법 위반 따지는 것"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 여부로 탄핵을 다투겠다는 의미지 탄핵 핵심 사유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5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국회 탄핵소추단이 '형법상 내란죄'를 제외했기 때문에 내란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정신착란적 주장을 펴고 있다"며 "탄핵 심판에서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 여부를 가리기 위해 탄핵소추 사유를 정리한 것을 이렇게 왜곡하다니 정말 얼굴 두꺼운 사람들"이라고 지적했다.

한 대변인은 "윤석열의 내란죄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헌법적 책임을 묻고 형사재판에서 형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다. 결국 내란죄에서 벗어난 것처럼 우겨 내란 공범임을 숨기고 내란 수괴를 비호하려는 의도 아니냐"라며 "국민의힘이 계속해서 내란 종식을 방해하고 내란 수괴를 비호한다면 앞으로 영원히 국민께 외면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성윤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대통령 탄핵소추서 요지' 중 '내란죄'가 '내란행위'로 바뀐 것이라며 "거의 차이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사재판은 윤석열의 행위가 형사처벌이 되는 내란죄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이어서 '탄핵재판'보다 더 까다롭고 시간도 길게 걸린다"라며 "탄핵소추단은 윤석열의 지연전략을 미연에 막고자 탄핵소추사유를 정리했다. 불필요한 지연작전에 말려들지 않고 신속히 윤석열을 파면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도 4일 서면 브리핑에서 "내란수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내란 수사까지 방해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이번엔 윤석열 탄핵 사유를 갖고 시비를 걸고 있다"면서 "쓴웃음만 유발하는 무식한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노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탄핵은 형사 소송이 아니라 헌법 재판이기 때문에 당연한 확인이자 정리일 뿐, '내란죄를 뺐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17년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장, '朴탄핵 사유'서 뇌물죄 제외

민주당은 과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형법상 뇌물죄를 탄핵 사유에서 제외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2017년 박근혜 탄핵 심판 때도 마찬가지였다"며 "당시 탄핵소추단은 뇌물죄, 강요죄 등 형법상의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위헌 여부만 분명히 밝히겠다며 탄핵 사유서를 재정리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핵 재판은 형사 재판이 아니라 행정소송, 헌법 재판", "형법상의 범죄 성립은 헌법 재판의 대상이 아니라 형사 재판의 대상" 등 당시 탄핵소추위원장이었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소추 사유서 재작성 사실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한 발언을 인용했다.

실제로 당시 권 원내대표는 소추안 수정과 관련해 "대통령의 법률 위배 사항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 훼손 등 헌법 위반 사항을 소추 사유로 다시 정리해서 헌재 심판을 구하겠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는 "탄핵소추안을 급하게 만들다 보니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며 "형사재판과 다른 헌법재판의 특수성을 감안해 법리 구성을 변경한 뒤 최대한 빨리 헌재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수정된 소추안은 별도의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김용민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4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법사위·행안위원 합동 비상연석회의에서 "처음에 내란 행위를 탄핵 사유로 삼은 건 전혀 달라지지 않았고, 빠른 탄핵심판을 위해 평가 부분만 삭제한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죄명을 빼고 정리했던 권 원내대표가 후안무치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용기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의 최대 적은 자기 자신으로, 무지성 공격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과거 권 원내대표가 개별 범죄가 아니라 헌법 위배로 탄핵 사유를 변경한 사례가 있다.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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