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실제 주인공 숨진 역사 공간 화재…복원 '차질'

'소년이 온다' 실제 주인공 숨진 역사 공간 화재…복원 '차질'

연합뉴스 2025-01-04 11:31:1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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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최후 항전지 옛 전남도청 복원 현장서 불…공사 잠정 중지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현장 화재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현장 화재

(광주=연합뉴스) 4일 오전 광주 동구 광산동에 있는 옛전남도청 복원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5.1.4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daum@yna.co.kr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정다움 김혜인 기자 = 5·18 민주화운동의 최후 항전지이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 배경이 된 옛 전남도청 복원 공사 현장에서 4일 화재가 발생해 공사에 차질이 생길지 우려된다.

불이 난 곳은 원형 복원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옛 전남도청 부속 건물인 옛 전남도경찰국 본관 3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옛 전남도청과 경찰국 건물은 5·18 당시 시민군이 항쟁의 거점으로 삼은 곳으로 이곳을 지키기 위해 시민군들이 최후 항전을 벌이다 14명이 사망했다.

특히 불이 난 경찰국 본관 3층 중앙 로비는 고등학생 시민군인 문재학·안종필 군이 숨진 채 발견된 곳으로 문재학 열사는 '소년이 온다'의 주인공인 '동호'의 실제 인물이기도 하다.

복원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만큼 화재 현장에는 역사적 시설과 물품은 없는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 관계자는 "3층 천장에 있는 단열재가 모두 불에 탔다"며 "(역사적 장소 중 하나인) 3층 중앙 로비 쪽이 훼손됐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5·18 역사 현장인 도청 본관·별관·회의실, 옛 전남도경찰국 본관·민원실·상무관 등 6개 건물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민주평화교류원으로 리모델링하는 과정에서 원형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건물 내·외벽에 새겨진 항쟁 당시 총탄 자국이 사라졌고, 시민군의 상황실 및 방송실 내부는 전시 공간과 승강기 통로로 바뀌었다.

5·18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2016년 6월 도청 별관에서 농성하며 기나긴 투쟁을 벌인 끝에 2023년부터 복원 공사가 시작됐다.

불에 그을린 옛 전남도청 경찰국 복원 공사 현장 불에 그을린 옛 전남도청 경찰국 복원 공사 현장

[광주소방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5·18 단체 등의 요구를 받아들여 1980년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올해 9월께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날 불이 난 경찰국 본관 3층에서는 과거 리모델링 당시 설치한 철골 구조물을 철거하는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소 절단을 하던 중 불티가 단열재에 옮겨붙으면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30여분만에 완전 진화됐지만 공사 현장 내부가 시커멓게 그을렸다.

이번 화재로 복원 공사는 당분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불에 탄 잔해물을 치우고 구조상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공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원형 복원을 해야 할 옛 전남도청 복원 추진단이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오히려 원형을 훼손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옛 전남도청 복원 추진단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5월 항쟁 당시 경찰국 3층에는 여러 사무실이 있던 공간으로 문재학 열사의 마지막 장소이기도 하다"며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 공간인데 불이 났다고 하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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