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
2001년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파울로 코엘료의 책 <연금술사>의 대표 문장입니다. <연금술사>는 신비주의 종교에서나 볼 수 있었던 '우주의 기운'을 과감히 주제로 펼쳐냈습니다. 대중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지만, 어디까지나 '소설'로서였습니다.
'우주의 기운'이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진 건 자기계발서 <시크릿>(2007)의 공이 컸습니다. 책은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알고보면 '우주의 기운'을 쓰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세세히 다뤘습니다. <시크릿> 이후 '우주의 기운'은 자기계발의 단골 소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주술의 영역에 머무르던 '우주의 기운'이 실용화되기 시작한 것이죠.
대다수의 자기계발서들은 말과 글, 생각으로 '긍정 회로'를 돌려 '우주의 기운'을 내 것으로 만드는 서사 구조를 취합니다. 자기계발서 등장하는 사례자들은 대부분 불굴의 도전으로, 끝내 사회적 부와 명예를 성취합니다.
쏟아지는 자기계발서들을 접하면서 어느새 우리 마음 속에는 '긍정'이나 '성취'가 좋은 것으로 자리잡은 것 같습니다. 반면 '부정'이나 '패배'는 떠올리지조차 말아야 할 루저의 영역으로 치부됐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긍정 회로'와 '우주의 기운'의 부작용도 있습니다. 한번 '우주의 기운'을 맛본 이들은 웬만한 시련에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시련은 영웅이 되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정국을 한참 달구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씨 역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긍정 회로'만을 돌리는 듯합니다. 탄핵이 무산됐을 때, 극우 지지자들이 똘똘 뭉쳐 방패가 되어줄 경우 등 각종 경우의 수를 셈하면서.
만약 이들이 한번이라도 긍정이 아닌 부정을, 성취가 아닌 패배를 살폈다면 우리의 2025년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물론 가정법에 따른 결과야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 더 나빴을 것 같지만은 않습니다.
3일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집행됐습니다. 대한민국은 '긍정 회로'로 권력의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성취자'들의 최후를 실시간으로 목격 중입니다. 과연 우주의 기운은 어디로 향할까요. 연금술로 쌓아올린 그들만의 시크릿이 끝내 드러날까요.
야구에서 '너클볼'은 공의 회전을 거의 없애 무작위로 움직이는, 마치 마구와 같은 볼입니다. 공기의 저항, 야구공의 실밥, 미세한 흠집까지도 공의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예민한 구종인데요. 너클볼러가 공을 던지듯, 불규칙적인 요소들을 섬세하게 고려해 이슈와 사건을 살피겠습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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