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관련된 두 차례 변론준비기일을 마치고 오는 14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헌재는 신속한 재판을 위해 주 2회 변론기일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날 헌재는 '12·3 비상계엄' 관련 언론보도 중 일부와 국회 회의록 등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증거로 채택하고, 재판부에 수사 기록을 보내 달라는 국회 측 신청도 받아들였다.
한편, 윤 대통령 측은 이날 헌재에 "비상 계엄 선포 이전으로 모든 것이 회복돼 탄핵 심판 필요성이 없다"며 "탄핵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했다.
2차 변론준비기일.. 비상계엄 수사기록 증거 채택키로
헌법재판소는 3일 오후 2시 소심판정에서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된 정형식 재판관과 이미선 재판관 주재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2회 변론준비절차 기일을 열고 사건의 쟁점과 증거 등을 정리한 뒤 향후 변론 절차를 논의했다.
국회 측에선 소추위원인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탄핵소추단 공동대표를 맡은 김이수·송두환 변호사 등이 참석했고, 윤 대통령 측에선 기존 배보윤·배진한 변호사 외에 추가로 합류한 최거훈·서성건·도태우·김계리 변호사가 자리했다.
이날 헌재는 '12·3 비상계엄' 관련 언론보도 중 일부와 국회 회의록 등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증거로 채택하고, 재판부에 수사 기록을 보내 달라는 국회 측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각 형사사법기관이 작성한 형사기록을 헌재가 직접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 측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은 것이다. 탄핵소추 사유 입증 책임은 국회 측에 있는데 수사 기록이 증거로 채택되면 입증 책임이 전환된다는 이유에서다.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법 32조의 '(재판부는) 재판·소추 또는 범죄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의 기록에 대해서는 송부를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근거로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선 재판관은 "채택은 일단 결정했다"며 "이의신청을 내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 측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배경엔 야당의 국무위원 '줄탄핵'이 있다면서 헌재에 접수된 국무위원 탄핵심판 사건을 먼저 심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의 배경에는 무차별 탄핵이 있다. 앞서 접수된 탄핵소추가 정당했는지는 이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며 "만일 대통령을 탄핵하고 주요 탄핵 사건이 기각되면 입법부의 탄핵권 남용, 행정부 마비 시도 행태에 있어 헌재가 결과적으로 면죄부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줄탄핵' 사건에 대한 사실조사와 헌재의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할 것"이라며 "(앞서 접수된 탄핵 사건을) 먼저 심리하거나 적어도 동시에 심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양측은 형법상 내란죄를 사건 쟁점으로 다툴지 여부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국회 측은 "형법을 위반한 사실관계와 헌법을 위반한 사실관계가 사실상 동일하다"며 "자칫 헌법 재판이 형법 위반 여부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헌법 위반 사실관계로 다투고 주장할 것"이라며 사건 쟁점으로 내란죄를 다루는 것을 철회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자 윤 대통령 측은 "이 사건은 내란죄가 본질적이고도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형법상 내란죄가 성립 안 되는 것이라면 탄핵소추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란죄 빼겠다면 국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회 의결을 거쳐 내란죄를 뺀다면 그때 가서 동의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했다.
이어진 재판관들의 쟁점 정리하에 국회 측은 소추 사유를 △12·3 계엄 선포 △계엄사령관을 통한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 발표 △군과 경찰을 동원한 국회 봉쇄 및 활동 방해 △군대를 동원해 영장 없이 실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비상계엄 당일 무장병력 등에 의한 법조인 체포 지시 사실 등 5가지 쟁점으로 정리하기로 했다.
尹 측 "대통령, 고립된 약자.. 난도질당하고 있다"
황당 답변서 "계엄 전으로 모든 것 회복.. 탄핵심판 필요 없다"
이날 기일에서 정형식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이 제출한 답변서의 요지를 간략히 정리했다. 윤 대통령측이 제출한 답변서는 4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핵이 가결된 지난달 14일 이후 20일 만이다.
정 재판관은 윤 대통령 측이 답변서를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조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점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반한 점 △탄핵소추권을 남용한 점 △보호이익의 결여로 탄핵심판이 필요하지 않은 점 등 4가지 사유를 들어 탄핵 소추가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측은 정 재판관이 '왜 계엄을 선포했고 군과 경찰을 투입한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자 "말 한마디 가지고 체포영장까지 발부되는 상황이다 보니 양해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제 국가에서 이렇게 대통령이 '고립된 약자'가 되는 경우는 처음 겪어봤다. 저희는 지금 한마디만 나가면 그냥 난도질을 당하는 상황"이라고도 말했다.
한겨례에 따르면 답변서에는 본안 내용보다 탄핵소추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는 내용이 주로 담겼다고 한다.
또, JTBC는 "비상 계엄 선포 이전으로 모든 것이 회복돼 탄핵 심판 필요성이 없다"며 "탄핵 청구를 각하 또는 기각해야 한다"는 내용이 답변서에 담겼다고 보도했다.
JTBC에 따르면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헌법과 계엄법에 따라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국회가 의결로 계엄 해제를 요구해 곧바로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계엄으로 생명, 신체 등 국민의 기본권 침해가 전혀 없었다"면서 "비상계엄 선포 이전으로 모든 것이 회복돼 보호 이익이 없어졌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5차 변론기일까지 미리 지정.. "주2회 신속재판 의지"
한편, 헌재는 오는 14일 정식 변론 시작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다섯 차례의 정식 변론기일 일정을 한꺼번에 안내했다.
헌재가 알린 변론 기일은 오는 14일부터 16일, 21일, 23일, 2월 4일이다. 이 일정대로 변론 기일을 열면 주당 2회꼴로 재판이 진행되는 셈이다.
윤 대통령 측은 이에 대해 "피청구인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증거 조사 계획과 관련해 준비 기일이 한 번 더 필요하다"며 "다음 준비 기일까지 이름을 정리해서 방대한 가운데 줄기를 잡겠다"고 요구했으나 헌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변론기일 일정을 당사자들에게 추가로 알리는 한편 기자단에게도 공지했다.
첫 변론 기일에는 탄핵심판 대상이 원칙적으로 출석해야 하고, 출석하지 않으면 다시 기일을 지정해야 한다. 두번째 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을 경우 궐석으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1차 변론기일은 14일 오후 2시, 2차 변론기일은 16일 오후 2시에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다. 2차 기일은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본인이 1차 때 출석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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