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민주 기자] 3일 오전 11시 한강진역 2번 출구 앞.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를 향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들은 ‘불법영장 원천무효’ ‘탄핵 반대, 주사파 척결’ ‘불법 탄핵, 부정선거’ ‘이재명 구속’ 등의 문구가 적힌 손펫말을 들고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역 앞에는 태극기와 성조기 깃발이 크기별로 3000원, 6000원에 팔리고 있었다. 매대에는 이스라엘 국기도 진열돼 있었다. 한 시위 참가자가 가격을 묻자, 상인은 “이스라엘기는 직접 제작해 작은 게 5000원, 큰 게 6000원”이라고 답했다. 다만 시위대 중 실제로 이스라엘기를 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 8시 4분, 공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공동으로 구성한 공조수사본부(공조본)는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작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체포영장 집행 소식에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일대로 몰려들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 기준 약 1200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김영식(67)씨는 “윤석열을 찍었지만 비상계엄 선포는 잘했다고 볼 수 없다. 정치적으로 충분한 설득을 해야 했고 끝까지 노력해 봤어야 한다. 갑자기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은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수사는 해야 하지만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공수처를 비판했다.
시위 참가자들 중 일부는 비상계엄 선포가 정당했다고 주장했다. 약사인 심모(41)씨는 “체포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 나왔다”며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 행사일 뿐, 내란이 아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흐름은 스피커들이 (탄핵 인용으로) 방향을 잡고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황교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설립한 ‘부정선거방지대’(부방대) 요원이라고 밝힌 50대 한 여성은 “대선 때 부정선거가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포의 주요 원인”이라며 “그때 십몇 %는 더 이겼어야 했는데 사전선거 조작으로 윤 대통령이 몇 %밖에 못 이겼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대통령이 자기 임기 채우면 끝나는 건데 임기 상관없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국민이 감사해야 할 일”이라며 “절대 내란이 아니다. 부정선거라는 게 밝혀지면 증명이 될 거다. 진실이 거짓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장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층도 눈에 띄었다. 한 90년생 남성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할 때 ‘이건 아니구나’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시 30분, 공조본은 “(대통령 경호처와의)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며 5시간 반 만에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체포영장의 집행기한은 오는 6일까지로, 기한까지 영장을 집행하지 못하면 영장을 다시 청구해 발부받아야 한다. 공조본은 4~5일 체포영장을 재집행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권능을 정지시킬 목적으로 군경을 동원한 폭동을 일으킨 혐의(내란우두머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공조본은 윤 대통령이 세 차례 출석요구에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영장과 수색영장을 청구해 지난달 31일 발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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