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문영서 기자】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주요 시중은행들이 대출 정책을 완화하며 신규 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전문가들은 가처분소득 감소로 내수 위축이 심화될 수 있어 시기적으로 바람직 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제한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MCI·MCG는 주담대를 받을 때 가입하는 보험으로,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가 줄어든다.
또 주담대 거치식 상품(구입자금 1년 이내·생활안정자금 3년 이내)의 운영도 재개하고 2억원으로 축소했던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없애기로 했다.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이내로 제한한 전세자금대출 대출한도와 다른 은행 대환 용도의 전세대출 신규 취급 제한도 해제한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17일부터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으며 플러스모기지론(MCI) 취급과 대출 모집인 접수를 재개했다.
하나은행도 주담대 MCI·MCG 가입 제한을 해제했다. 지난달 12일에는 이번 달부터 실행되는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우리은행도 2일부터 주담대 MCI·MCG 가입 제한을 해제한다. 지난달 23일부터 비대면 주담대재개에 이어 생활안정자금 목적의 주담대 최대한도를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했다. 전세대출은 유주택자의 수도권 소재 목적물 취급 제한을 해제하며 다른 은행으로 갈아타기도 가능하다.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지난 12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가계의 소비여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 가운데 부채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채무상환부담이 가중되어 소비가 제약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저소득층의 부채의존도가 중·고소득층에 비해 크게 확대됨에 따라 소비제약이 심화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은행권의 대출 규제 완화는 한은이 가계부채 디레버리징을 유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시한 것과는 상반되는 행보다.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이동진 교수는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 안팎”이라며 “임계치인 6-70%를 넘어가면 부채 때문에 소비가 위축되고, 우리나라는 이미 그 수준을 훨씬 넘겼다”고 말했다.
세종대 부동산자산관리학과 임재만 교수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니 대출로 해결하려는 것 같아 보이는데 사실상 지금은 대출 규제를 풀어서는 안 되는 시기”라며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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