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언급않던 이창용, 논란 감수한 이유는

정치 언급않던 이창용, 논란 감수한 이유는

이데일리 2025-01-03 05: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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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발표하다 돌연 앞을 바라봤다. 최근 정치 상황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을 읽어내린 후였다.

이 총재는 “최상목 권한대행께서 지난 화요일 대외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해서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했다”며 헌법재판관 임명 건에 대해 언급했다.

이어 이 총재는 신년 인사차 기자실을 방문해 “국정에 책임이 있는 국무위원들은 그런(헌법 재판관 관련) 비판이 해외 투자, 해외 신용평가사에 대해서 어떤 함의가 있는지 생각을 한번 고려해달라”며 국무위원을 향한 쓴소리도 서슴지 않았다.



신년사 발표 도중 그간 사실상 금기시해온 정치적 메시지를 꺼낸 이 총재는 “공보관 등 여러 간부가 그냥 (신년사를) 읽기만 하고 절대 애드리브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읽다 보니 한마디 안 할 수가 없을 것 같다”라고 돌연 속내를 털어놨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막역한 사이라고 알려졌다고 해도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총재가 최근 가장 민감한 이슈를 시무식에서 꺼내 든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상황을 지켜보며 이 총재의 심경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이 총재의 어조는 담담했지만 한은 관계자와 소식통 등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총재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안 없는’ 결정과 비판에 대해 상당히 분노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대통령 탄핵에 이어 권한대행 총리까지 탄핵된 사상 초유의 사태 이후 이 총재가 경제에 대해 상당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심경 변화는 기자들과 만나 나눈 얘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직후만 해도 기자들과 만나 “다행스러운 것은 계엄이 오래됐으면 인식이 더 나빠질 수 있었는데 6시간 만에 해제됐기 때문에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의 대외신인도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 달 후인 이날 이 총재는 기자들에게 “해외에서 보는 시각이 ‘단기적으로 대응을 잘해서 외환시장, 금융시장을 안정시켰다’ 이 단계는 넘어 버렸다”며 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 총재는 “정치적 리스크가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줄 텐데 신용등급은 한 번 내려가면 다시 올라가기 굉장히 어렵다”고도 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가장 바쁘게 뛰어온 사람 중 하나다. 국제 사회에서 한국과 관련한 가장 공신력 있는 인물로 통하기 때문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을 비롯한 이사들과 유럽중앙은행(ECB) 주요 인사들은 물론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에도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비상계엄사태가 터진 직후에는 말 그대로 ‘답하기 어려울 정도’의 전화와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행보를 그려볼 때 과거 대통령 탄핵 사례를 들어가며 우리 경제의 탄탄함과 정치 리스크와 별도로 경제 프로세스는 정상적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점을 열심히 강조하던 이 총재도 헌정 사상 첫 ‘대행의 대행’ 체제 앞엔 힘이 빠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심지어 권한대행 부총리도 탄핵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자 해외에 ‘한국은 문제 없다’고 말할 수 있는 논리가 빈약해졌다. 실제로 신용평가사 등 해외 기관들의 우려 섞인 지적까지 나오자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모두 “신용평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치는 정치일 뿐”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밖에서 보기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합의와 협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 ‘불안한 나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돌려 말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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