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 사흘째를 맞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집행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있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인 만큼, 체포영장과 수색영장 집행을 둘러싼 논란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체포영장 유효기간 6일까지...조만간 집행시도 확실시
공수처가 발부받은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이 오는 6일까지인 만큼 공수처는 이르면 3일 오전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체포영장집행에 성공해 윤 대통령이 체포될 경우 윤 대통령은 서울구치소에 구금되며, 공수처 조사실에서 조사를 받게된다. 체포한 뒤 48시간 이내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하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최대 20일동안 구속가능하고, 20일 이내 모든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기소를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만약에 어떤 이유든 유효기간내에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못할 경우 공수처는 법원에 영장을 반환한 뒤 재청구를 고려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
공수처, 신중한 접근...위법소지 차단 vs 전략적 지연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위해 대부분의 준비를 완료한 상태다.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한 질문지 작성, 조사실과 휴게 장소 마련 등 세부 작업을 마쳤으며, 체포가 이뤄질 경우 이대환 수사3부장과 차정현 수사4부장을 투입해 총력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경찰과의 공조를 통해 영장을 집행하고, 집행 방해가 발생할 경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한다는 기본 방침도 세웠다.
그러나 집행 과정에서 기관 간 역할 분담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 등 세부 조율이 남아 있다는 이유로 아직 실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신중한 접근은 법적 위법 소지 차단을 위한 조치라는 공수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는 영장 유효기간(1월 6일)을 소진하려는 전략적 지연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윤 대통령 측,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가처분 ... 강경 대응에 여론전까지
윤 대통령 측은 법적 대응과 여론전을 통해 공수처의 집행을 강력히 저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데 이어, 체포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추가 권한쟁의심판 신청을 통해 영장의 법적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대통령 측은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일 관저 주변 집회 주최측을 통해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애국시민'에게 보내는 A4용지에 쓴 편지를 공개했다. 대통령실 행정관이 편지원본을 대통령실 전용봉투에 담아 주최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집회 사회자가 무대위에서 편지를 대독했다. 윤 대통령은 메시지를 통해 “새해 첫날부터 추운 날씨에도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줘서 감사하다"며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변호인단은 경찰 기동대가 체포영장 집행에 나설 경우 직권남용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집행을 물리적으로 저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는 1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경찰 기동대가 공수처를 대신해 체포영장 집행에 나서는 것은 법적 권한을 벗어난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그러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와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며, 관련자는 형사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공수처와 경찰은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 범위 안에서만 행동해야 한다"며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與 "사법부, 정치 먹고사는 괴물" vs 野 "내란 수괴로 즉각 체포돼야"
여당의원들은 법원의 체포영장 발부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1일 기자회견에서 "사법부는 이제 정치를 먹고 사는 괴물이 됐다"며 체포영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상범 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불법적인 영장은 집행의 정당성조차 상실한 것"이라며, 공수처가 법적 기준을 무시한 채 움직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야당 의원들 역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은 내란 행위의 수괴로 즉각 체포돼야 한다"며 공수처의 신속한 집행을 촉구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대통령 경호처가 적법한 법 집행을 방해한다면 이는 내란 동조 행위"라고 비판하며 공수처의 결단을 압박했다.
한남동 관저 앞 지지자들 체포영장 집행저지...30여명 드러누워 경찰 강제해산
체포영장 발부 사흘째인 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에서는 대통령 지지자 1만여명이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해 모여 강력히 항의했다. 이들은 관저 정문 앞에서 연좌 농성을 벌이며 체포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으려 했고, 경찰과 충돌이 발생했다.
대통령 지지자 30여 명은 이날 낮 12시 20분경 경찰 저지선을 뚫고 관저 정문 앞 도로까지 진입해 스크럼을 짜고 드러누웠다. 이들은 "계엄 합법, 탄핵 무효"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이어갔다. 경찰은 5차례 해산 명령을 내린 뒤 오후 4시 37분경 기동대를 투입해 지지자들을 강제로 해산시켰다. 이 과정에서 일부 지지자가 연행됐으며, "윤석열"을 외치는 모습도 포착됐다.
관저 인근 국제루터교회 앞에는 약 1만 1천 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지지자가 모여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등을 외쳤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연단에 올라 "윤 대통령을 지키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체제를 지키는 것"이라며 지지자들을 독려했다.
한편, 탄핵을 촉구하는 단체도 관저 앞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과 동조 세력은 체포영장을 저지하며 헌정질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에 대비해 관저 주변에 기동대를 배치해 집회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일 체포영장 집행과 관련, "(관저 주변에) 집회가 있는 것으로 아는 데, 너무 지나친 환호와 지나친 반대가 있지 않기를 바란다. 큰 소요없이 진행되기를 바란다"며 "그런 사태에 대비해 경찰인력을 동원하기 위해 협조를 받고있다"고 설명했다.
체포영장 집행을 두고 경호처와 공수처의 물리적 충돌 우려
한남동 관저앞 탄핵반대 집회 인파가 늘면서 체포영장 집행에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도 적지않게 예상된다. 체포영장이 강제집행될 경우, 대통령 경호처와 공수처 간의 물리적 충돌이 생길 수 있고, 이 와중에 탄핵 반대 집회에 참가한 지지자들이 자극받아 집행저지에 나서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인명피해가 빚어질 우려도 있다.
경호처는 대통령의 신변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공수처의 집행 시도가 대통령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판단할 경우 강경 대응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충돌은 법적·정치적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통령 경호와 법 집행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할 경우, 이는 단순한 법적 문제를 넘어 국가적 파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양 기관은 충돌을 피하고 법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는 공수처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체포영장 집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영장 집행이 지연되면서 윤 대통령에게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다른 형사 사건 피의자와 달리 즉각적인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 점은 법적 형평성 논란을 낳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여당은 공수처가 정치적 판단에 휘둘리고 있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야당은 법치주의 회복을 위해 신속한 영장 집행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결정이 대한민국의 법치와 정치적 정당성 모두를 시험하는 순간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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