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정권 요직에 참여한 인물들의 면면에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의사 결정에 참여할 인물의 성향에 따라 美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충성파 인물들로 2기 내각 밑그림을 마친 상태이긴 하지만 여전히 대통령 선임고문, 백악관 행정실장 등 주요 직책은 공석인 상태다.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내각 2기에는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인물이 발탁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여전히 공석으로 남아있는 美 백악관 요직들…등판 가능성 높은 인물들의 면면은
트럼프 행정부 2기 공석 중 세간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자리는 단연 백악관 행정실장(White House Cabinet Secretary) 자리다. 백악관 행정실장은 미국 대통령과 내각 부서 간 정보 흐름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업무 특성상 내각 모든 부서 업무에 대해 알고 있어 백악관 내에서도 정보를 가장 빠르고 많이 접하는 직책이다. 현재 백악관 행정실장은 미국 국무장관 앤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의 아내 에반 라이언(Evan Ryan)이 맡고 있다.
다수의 미국 소식통을 종합한 결과 백악관 행정실장으로 발탁될 가장 유력한 인물은 '빌 맥긴리'(Bill McGinley) 전 백악관 행정실장이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 첫 취임 시절인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2년 동안 백악관 행정실장 직책을 맡은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트럼프 선거 캠프 외부 변호사로 활동하며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도왔다.
당초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승리 직후 백악관 고문에 내정된 바 있으나 행정실장 직책에 걸맞은 적임자를 찾지 못해 그의 재선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빌 맥긴리 전 행정실장은 캘리포니아 대학교(UCLA)를 졸업하고 조지 워싱턴 대학교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인물이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상임위원회 고문직, 공화당 전당 대회 규칙 위원회 고문 등을 역임했다.
다음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는 대통령 선임고문(Senior Advisor to the President) 직책이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정치 고문 자리로 백악관 고위 구성원으로 대우받는다.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을 할 수 있는 자리다. 트럼프 1기 시절에는 이방카 트럼프(Ivanka Trump) 남편이자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Jared Kushner)가 선임고문 역할을 맡았었다. 과거 사위를 중요 직책에 앉혔다는 미국 현지 여론의 비판이 상당했던데다 현재 재러드 쿠슈너가 갑상선암 치료를 받고 있어 재임은 힘들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번에 트럼프2기 대통령 선임고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측되는 인물은 제이슨 밀러(Jason Miller) 전 대통령 선임고문이다. 그는 워싱턴에서 유명한 커뮤니케이션 전략가로 과거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캠프 수석 대변인, 이번 대선에선 트럼프캠프 고문으로 각각 활약했다. 두 번의 선거에서 대통령 당선의 혁혁한 공로를 세운 셈이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권 도전이 확정되자마자 재직 중이던 소셜 네트워크 게터(Gettr) CEO 직을 내려놓고 선거 캠프에 합류한 트럼프 충성파로도 유명하다.
제이슨 밀러 전 선임고문은 트럼프 1기 내각에서 백악관 대외연락국장(White House communications director) 직책을 약속받았었지만 불륜 스캔들로 불발됐다. 이후 트럼프 1기 내각 말기에 짧게나마 대통령 선임고문을 역임한 바 있다. 8년이 지난 지금 불륜 스캔들은 사실로 밝혀졌지만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힌 상태다. 이에 미국 정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제이슨 밀러 고문의 선임고문 직책을 짧게 경험한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서라도 정권 초기부터 같은 직책을 맡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가에서 제이슨 밀러 고문은 능력적으로는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1994년 슬레이드 고튼(Slade Gorton) 공화당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발탁되며 정계에 첫발을 들였다. 이후 릭 켈러(Ric Keller) 하원의원과 잭 라이언(Jack Ryan) 상원의원 선거 운동 등에서 캠프 관리자로 활약하며 다수의 공화당 의원들을 성공적 당선시킨 이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 들어 입김이 강해진 환경위원장(Chairman of The Council on Enviromental Quality) 직책도 누가 맡을 지 정해지지 않았다. 백악관 환경위원회는 미국 에너지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만큼 일찌감치 해당 직책은 동맹국들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발언을 해왔기 때문에 그 자리에 어떤 성향을 가진 인물을 앉힐 지가 주요 관심사다.
실제로 환경위원장은 에너지, 천연자원, 개발 등에도 깊이 관여할 정도로 입김이 막강한 자리다. 이들 분야 모두 환경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에게 환경 영향 평가를 보고하고 에너지 관련 부서와 협력해 환경 평가 적절성도 평가하고 감시하는 것도 환경위원장의 역할이다.
현재 환경위원장 자리를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지는 인물은 스콧 프루잇(Scott Pruitt) 전 환경보호청장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환경보호청장(E.P.A Administrator)을 역임한 바 있다. 환경보호청장은 환경 관련 법안을 만드는 자리로 환경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대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리다.
무엇보다 스콧 프루잇 전 청장은 환경 정책에 대해 트럼프 당선인과 같은 기조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그도 기후변화를 부정하며 화석연료 산업을 선호한다는 견해를 꾸준히 피력해 왔다. 특히 그는 가장 친 기업적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현재 그는 2022년 상원의원 선거에서 낙선한 이후 이렇다 할 대외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에 언제든지 합류 가능한 상태다. 미국 현지에서는 그가 환경위원장에 발탁된다면 기업에 대한 환경 감시와 규제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d있다.
K-기업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주목해야 할 백악관 경제 브레인도 윤곽
이번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전 세계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자리는 경제 분야 요직이다. 그 중 가장 이목을 끄는 인물은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후보자다. 미국 무역 대표는 대외 무역 정책 업무를 수행한다. 미국 무역에 대한 규제와 협상, 협정, 투자, 분쟁 등을 모두 관할하는 만큼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다. 최근 미국 투자를 늘리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선 가장 눈여겨 볼 수밖에 없는 자리인 셈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후보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직후부터 일찍이 무역대표부 후보로 내세웠을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제이미슨은 미국 무역대표부에서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퇴치하기 위해 중국과 다른 나라에 관세를 부과하고 실패한 NAFTA 협정을 USMCA로 대체하여 미국 근로자에게 훨씬 더 나은 협정을 만드는 데 첫 임기 동안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추켜세운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무역대표부 수석 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다. 수석 보좌관 시절에는 주로 중국에 대한 관세 정책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 대표로 서명하기도 했다. 버지니아 대학교 로스쿨을 졸업했고 모르몬교 신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트럼프 행정부 2기 무역대표 역할을 본격적으로 수행한다면 과거 1기 때보다 강경한 보호 무역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악관 고위 인사 중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또 다른 직책으로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Chairman of the Council of Economic Advisor)이 꼽힌다.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대통령에게 경제 상황 및 전망을 보고하고 조언해 주는 역할이다. 기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권한은 없지만 미국 경제 정책에 깊게 관여하고 또 대통령에게 직접 경제 조언하는 만큼 영향력은 막강하다.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트럼프가 점찍은 인물은 스테판 미란(Stephen Miran) 박사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로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경기부양책을 강하게 비판해 유명세를 탔다. 올해 바이든 정부 재무부가 인플레이션을 장기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적 기조를 담은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테판 미란 박사와 트럼프 당선인 간의 직접적인 접촉은 없지만 바이든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만큼 현재까지는 경제적 정책에 있어 깊은 공감대를 지니고 있다는 게 미국 현지의 반응이다.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 선임고문(senior counselor for trade and manufacturing)도 세계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직책으로 분류된다. 해당 직책은 대통령에게 미국 근로자와 제조업 보호에 대해 조언하는 역할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세'와 관련된 내용을 주로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트럼프 1기 시절에도 관세 장벽 법안의 초안 작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직책에는 피터 나바로(Peter Navarro) 전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내정돼 있다. 하버드 경제학 박사 출신인 그는 트럼프만큼이나 중국에 대해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중무역 전쟁의 1등 공신으로 꼽힌다. 실제로 나바로는 "중국 기업은 미국이 허용하는 것보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근로자들을 학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트럼프의 최대 관심 분야 이끌게 될 조직 수장엔 억만장자·영화감독 출신 민간인 발탁
이번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새로운 직책도 많이 생겨났다. 가장 대표적이고 많이 알려진 직책으로는 정부 효율부(Department of Gavernment Efficiency)가 꼽힌다. 해당 부서는 행정부 비용 절감을 위한 부서로 사실상 '해고'에 특화된 인사 기관이다. 해당 부서는 일론 머스크(Elon Musk)테슬라 CEO를 수장으로 발탁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머스크뿐만 아니라 사업가 출신 인도계 정치신인 비벡 라마스와미(Vivek Ramaswamy)도 해당 부서의 공동 수장으로 지명됐다. 두 인물 모두 트럼프에 배팅한 사업가들로 조직 관리에 있어 '효율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 왔다.
새롭게 생겨난 또 다른 직책으로는 백악관 인공지능·암호화폐 차르(White House A.I. and crypto czar)가 있다. 여기서 '차르'라는 직함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는 고위 관리에게 붙여지는 비공식 명칭이다. 해당 조직의 차르로 발탁된 인물은 데이비드 삭스(David Sacks) 과학기술자문위원회 위원장 내정자다. 그는 페이팔 공동 창립자임과 동시에 영화감독인 다소 특이한 경력을 지닌 인물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똑같이 반PC주의자(Political Correct)로도 유명하다.
'차르'란 직책은 시대별로 필요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생겨나는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기에는 '에볼라 차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때는 '사이버 보안 차르'가 각각 존재했었다.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 암호화폐·인공지능 관련 산업 육성 및 관련 정책 개발에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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