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임신 20일 차의 딸을 잃은 어머니의 가슴 아픈 사연이 전해졌다. 2일 문화일보는 이날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만난 사망자 유족 김모(66) 씨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김 씨는 이번 참사로 첫째 딸 고모(43) 씨를 잃었다.
6년 만에 둘째 아이를 임신했다는 고 씨는 출산 후 여행이 어려울 것을 염려해 중·고교 동창 4명과 함께 태국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김 씨는 매체에 "딸이 둘째를 임신한 지 한 달도 안 됐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따뜻한 방에서 재우려고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어놨는데, 지금 저 찬 바닥에 누워있다"라며 오열했다.
참사 발생 닷새째인 이날, 무안공항 1층 합동분향소는 유가족들의 통곡 소리로 가득했다. 김 씨는 "(태국) 여행 가기 일주일 전 손녀와 딸, 여자 셋이서 온천 여행을 갔는데, 그게 마지막 추억이 됐다"며 황망해했다.
공항 곳곳에서도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에는 '안전하고 따듯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 함께 만들어가요'라는 추모 메시지가 가득했다.
특히 유족들이 남긴 애절한 편지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왜 나 두고 갔어. 엄마 평생 보고 싶으면 어쩌지. 나 아직 엄마 보낼 준비가 안 됐는데…', '우리 엄마, 우리 누나, 못 지켜줘서 미안해 세상에서 제일 예쁜데 말을 못 해줬네' 등 애끓는 마음이 담긴 편지들이 벽면을 채웠다.
새해 첫날인 1일에는 추모객들이 공항 외부 주차장까지 200미터 넘게 줄을 섰다. 3시간이 넘는 대기 시간에도 시민들은 사고 현장에서 직접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겠다며 추운 날씨를 견뎌냈다.
활주로 인근에는 폴리스라인이 설치됐지만, 그 앞으로 시민들이 가져온 핫팩과 빵이 줄지어 놓였다. 한 시민은 새해를 맞이하지 못하고 떠난 희생자들을 위해 사고 현장에 떡국을 놓고 가기도 했다.
한편 전국 각지에서도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전국 시·도 20곳과 시·군·구 80곳 등 총 100곳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는 1일까지 15만 7900여 명의 시민들이 찾아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사고 현장인 전남에서는 1만 9200여 명, 인근 광주에서는 8100여 명이 분향소를 찾았다. 대부분의 지자체 합동분향소는 국가애도기간인 4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여객기 참사는 지난달 29일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무안공항 착륙 과정에서 공항 시설물과 충돌하며 발생했다. 충돌 직후 기체 앞쪽이 폭발하면서, 탑승객 175명과 조종사·승무원 4명 등 총 179명이 현장에서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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