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제주항공 참사 여파로 여야 정치권이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새해를 맞이한 모습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남 무안 현장에 머물면서 유가족을 위로하고 사고 수습에 주력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및 탄핵 정국에서 국민의힘은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으로서, 민주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권성동 “이태원 참사 선례에 준해 유가족 지원 대책 마련 할 것”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발생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권 원내대표의 전남 무안국제공항 방문은 지난달 30일에 이어 두 번째다.
권 원내대표와 함께 참사 수습 태스크포스(TF) 위원들이 이날 오전부터 전남 무안군 참사 현장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한 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책 회의를 진행했다. 당은 TF 명칭을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 대책위원회’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대책위원회’로 바꿨다.
권 원내대표는 유족들에게 “우리 당은 유족들의 생활 안정이나 생계비, 트라우마 치료 등 유족이 원하는 부분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한다”라며 “하루빨리 고인을 모시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후 필요하다면 추모 사업에 대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사태가 잘 수습되고 사고 원인이 잘 규명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다시 한번 이번 사고로 희생된 고인의 영혼에 큰 애도를 표하고, 유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라며 “공무원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국민을 대신해 감사 인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지난해 12월 31일 "이태원 참사 선례에 준해 생활·의료·심리상담 치료 지원, 근로자 치유 휴직을 포함한 유가족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라며 "당 차원에서 사고 수습과 피해자 유가족 지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정부에 요청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일어나는 안 될 국가적인 비극인 만큼 의원들도 애도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언행에 유의해주기를 바란다"라고 의원들에게 당부했다.
국민의힘은 국가 애도 기간인 4일까지 소속 의원 20여명이 매일 릴레이로 무안공항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희생자를 조문할 계획이다.
한편, 국민의힘은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가짜뉴스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1일 논평을 통해 "박한신 유족 대표는 정치적 당적이 없는 분으로, 이번 사고로 인해 친동생을 잃은 유가족"이라며 "'특정 정당의 당원이다'또는 '유가족이 아니다'라는 허위 사실이 유포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가족 협의회의 가슴아픈 호소를 엄중히 받아들이며 유가족들을 향한 가짜뉴스와 허위사실 유포를 즉각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또 경찰과 방송심의위원회를 향해 가짜뉴스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에 엄정하게 법적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2일 무안공항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참배하고, 유족을 위로할 예정이다.
이재명, 사흘 연속 전남 무안 찾아
이재명 대표는 1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 일정이 끝난 뒤 사흘 연속 전남 무안을 찾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 대표는 이날 무안군 전남도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항공참사대책위 긴급 연석회의에서 “당은 항공참사대책위를 중심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 중앙정부, 전남도, 광주시에 적극 협력하겠다”며 “대책위가 현장에 머물면서 피해자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구체적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주철현 민주당 항공참사대책위원장 겸 전남도당위원장은 “지금은 희생자분들을 진심으로 애도하고, 그분들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특히 희생자 조롱이나 애도 분위기를 해치며 혼란을 조성하는 가짜뉴스 유포 행위에 대해서는 대책위 차원에서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 차려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 헌화했다. 이 대표와 함께 광주 지역 출신 민주당 의원들도 유족들에게 추모의 뜻을 전했다. 조인철 의원, 양부남 의원, 민형배 의원, 이해식 의원, 김태선 의원 등이 함께했다.
이 대표는 조문록에 ‘이승의 번잡함 다 덜어내고 편히 잠드소서’라고 적었다.
이 대표는 이어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해 희생자 유가족과 함께 참사 현장을 찾아 여객기 잔해를 살펴보고 사고 수습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들었다. 오후 5시쯤부터 희생자 2명의 빈소가 마련된 광주시의 한 장례식장을 찾아 조문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했다.
이 대표는 며칠간 무안에서 머무르며 유족들을 위로하고 정부의 참사 대응 등을 직접 챙겨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해 12월 30일 무안국제공항에 방문해 유족을 위로하고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우 의장은 “국회가 현장 수습과 진상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정치인 의전에 업무 밀린다는 비판도 이어져
이처럼 참사가 일어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정치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지만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은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의 현장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이 정치인들의 의전에 급급해져 유족 지원 업무가 후순위로 밀린다는 비판 때문이다. 한 공무원은 유족들을 돕기 위해 비상 업무 체계를 구축했는데, 정치인들이 오면 의전 때문에 앞뒤로 몇 시간은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30일에도 권 원내대표, 우 의장 등이 현장을 방문했지만, 유족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이들은 유족들에게 애로사항을 물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 유족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일부 유족들은 정치인들을 향해 “사진 찍으러 왔냐”며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이 대표의 전남 무안국제공항 방문에도 유족 측에서 항의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 당국의 ‘사망자 신원확인 현황’에 대한 브리핑이 오전 9시로 미뤄진 상황에서 이 대표가 등장하자 유족들의 항의가 이어진 것이다. 한 유족은 "사고 수습이 제일 먼저인데, 정치인이 오는 건 현장 수습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으며, 다른 유가족도 "고생은 말단 공무원들이 하고 있는데, 저들이 와서 악수하고 위로의 말 건네면서 사진 찍고 폼을 잡고 있다"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