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전 식민 지배, 전쟁의 폐허 속에서 사업보국 일념으로 조국의 경제도약을 이끈 1세대 기업인들의 시대정신이 재조명되고 있다. 그들의 노력과 혁신적인 비전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영 철학과 도전정신은 현재 위기를 마주한 많은 기업인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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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 원조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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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 세계 최빈국으로 분류되며 각국의 원조를 받아야 버틸 수 있었던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건 혁신을 거듭한 기업 덕분이다.
초일류 기업이 된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끊임없는 혁신을 요구한 회장들의 스토리는 현재 위기관리에 귀감이 되고 있다. 이병철 창업회장은 전자 산업의 개척자로 불린다. 이후 이건희 선대회장은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혁신을 강조했다. 지금은 이재용 회장이 신사업에 과감히 투자하며 대 이은 선구적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사업 초기엔 식품, 유통, 건설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기틀을 닦았다. 1960년대 후반 전자 산업 집중 육성 계획을 밝히며 '삼성전자'를 설립했고 오늘날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세웠다. 끊임없는 연구개발(R&D) 투자로 신기술과 혁신을 위해 노력한 결과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도전정신'의 대명사 정주영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이 기틀이 됐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 선대회장의 한마디는 국내 건설, 조선, 기계를 넘어 자동차산업 발전으로 이어졌고 숱한 일화를 남겼다. 특히 1974년 현대차가 직접 생산한 '포니'는 현재 글로벌 3위 업체로 도약하는 초석이 됐다. 품질 경영을 강조한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정의선 회장은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SK그룹은 산업을 움직이는 힘에 주목했다. 최종건 창업주, 최종현 선대회장의 통찰력은 직물회사에서 출발해 에너지와 화학, 반도체, 통신, 배터리로 영역을 넓힌 배경이 됐고 현재 최태원 회장이 그 정신을 이어가고 있다.
LG그룹은 '신뢰'로 일군 글로벌 기업이다. 구인회·허만정 창업주의 창업 일화는 격변하는 현 시장 상황에서 위기 극복을 위한 인사이트를 보여준다. 구자경, 구본무, 구광모 회장으로 이어지며 화학, 전자, 통신, 자동차 전장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 기업으로 성장했다.
롯데그룹은 '생활' 기업으로 아시아에 뿌리를 내렸다.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은 롯데의 글로벌 확장과 다각화 전략을 주도했다. 그는 자원이 부족한 한국의 약점을 오히려 역이용하며 그룹을 키웠다. 사업 초기 껌 등 식품에서 시작했고 현재는 화학, 호텔, 제조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현재는 차남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을 이끌며 아시아 대표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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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해법은 혁신과 도전, 신뢰와 통찰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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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재계는 창업 세대의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위기 극복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재계 관계자는 "1세대 기업인들이 일군 기업들은 현재 전 세계에서 사업을 펼치면서 위기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과거 위기 상황과 달리 경제 체력이 개선된 부분은 앞으로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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