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 잡재홍이 '노가다' 콘텐츠를 찍는 이유, 그리고 요즘 자꾸 다른 걸 찍는 이유

유튜버 잡재홍이 '노가다' 콘텐츠를 찍는 이유, 그리고 요즘 자꾸 다른 걸 찍는 이유

에스콰이어 2025-01-02 00:00:03 신고

파카 라퍼지스토어. 니트 풀오버 렉토. 팬츠 비디알. 캡 더뮤지엄비지터. 데님 재킷, 글러브, 보스턴백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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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인데, 그에 비해 영상 업로드는 좀 뜸한 편인 것 같아요.
(웃음) 저희 채널이 좀 그래요. 많아야 한 달에 4개 정도 올리고, 어떤 때는 한 달에 1개 올라갈 때도 있죠. 그래서 차라리 ‘얘는 하나를 올리더라도 생각을 많이 하고 열심히 만들어서 올리는구나’라고 느끼게끔 하려고 노력해요.
수익 면에서 좀 손해를 보더라도.
네. 일단은 저도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 유튜브를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거나 막 찍기는 싫은 거죠. 수익만 따지면 정말 소위 말하는 ‘영상 싸개(저급 콘텐츠를 끊임없이 올리는 유튜버를 낮잡아 이르는 표현)’가 되기 쉽거든요. 제가 그렇게 되면 보시는 분들이 실망할 것 같아요. 다행히 저희 채널은 구독자 분포가 10대부터 60대까지 꽤 균등한 편이고, 그래서 한 달에 한두 개 올린다고 유지가 어려워지지는 않아요. 무엇보다 제 경우에는 일을 하면서 버는 돈도 있으니까요.
‘시급 일당 높게 받는 방법, 시급 쎈 알바 찾는 법’ 영상. 일용직 일을 찾는 방법을 비교하고 유의점을 정리한 영상으로, 인력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잡재홍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부업의 끝판왕이라던데 그냥 미쳤습니다’ 영상.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첫 경험을 촬영한 영상으로, <잡재홍> 채널은 이외에도 다양한 일용직의 실제 현장과 업무 방식을 전달하고 있다.
유튜브 수익과 일용직 노동으로 버는 돈은 단위가 다르잖아요. 거기에서 오는 가치 판단의 혼란은 없을까요?
그건 확실히 있죠.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갭이 크니까. 그래서 제가 더욱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돈만 좇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주기를 좀 느리게 가져가고, 조회수가 잘 안 나올 것 같아도 제가 좋아하는 걸 찍고. 그렇게 열정을 따르면 적어도 후회는 없잖아요.
처음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는 뭐였어요?
그냥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나의 소소한 일상을 담아보자 하는 정도였죠. 그 당시에 과포화라고 할 정도로 많이 나왔던 콘텐츠가 성공한 사업가, 잘나가는 대표님들 찾아가서 그분들 스토리 찍어주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그것들 대부분이 좀 뜬구름 잡는 느낌인 거예요. 사실 그때 제가 1년 좀 넘는 기간 동안 아무런 수입이 없는 백수 상태였으니까요. 그래서 그냥 ‘나 같은 사람이 일을 하고 시간을 보내는 평범한 일상을 가볍게 찍어보자’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사람들을 미몽에 빠트리는 콘텐츠들에 대한 반감이 있었던 거군요. 왜 요즘 보면 사회에 노동이 경시되는 풍조가 있잖아요. 일반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돈은 돈으로 버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고요. 저는 하루하루 묵묵히, 또 즐겁게 육체노동을 하는 〈잡재홍〉의 영상들이 은연중에 그와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와, 기자님 정말 제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오신 것 같네요.(웃음) 맞아요. 사실 제가 정말로 하고 싶은 얘기가 그런 거였어요. 제가 예전에 동생이랑 냉난방기 설치하는 사업을 했는데요. 그때 공사 현장 같은 데를 가보면 인부가 대부분 외국인인 거예요. 사실 요새는 뭐 어디를 가봐도 다 그렇거든요, 공사 현장이든 농촌이든. ‘노가다’를 했던 사람으로서 그게 좀 아쉽더라고요. ‘이거 사실은 되게 가치 있는 일이다.’ ‘땀 흘리면서 일하면 정말 재미있다.’ ‘하다 보면 중독된다.’ 그런 걸 육체노동을 별로 접해보지 않은 젊은 분들도 알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던 거죠.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느끼거든요. 그래서 콘텐츠를 통해 은연중에 다양한 배경을 가진 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노가다는 이렇게 땀을 흘리면서 정직하게 보수를 받고, 하루하루 보람을 얻을 수 있는 일이라고.
‘충격적인 울릉도 근황(물가 얘기 아님)’ 영상. 친동생, 친구와 함께 울릉도로 떠나 일용직을 구하고 경험해본 영상으로, 이외에도 지역 인력시장을 몸소 겪고 리뷰하는 다수의 영상을 제작했다. ‘위험한 직업으로 살아남기’ 영상. 진입 장벽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현장직 ‘로프공’에 도전한 영상으로, 훈련부터 현장 투입, 실제 종사자들의 생각까지 다채롭게 담아냈다.
‘현장직’ ‘막노동’ ‘잡부’ 등 다른 표현도 많은데, 재홍 씨는 ‘노가다’라는 표현을 애용하는 것 같아요.
(웃음) 사실 제가 그 표현을 좋아해요. 가장 친숙하고, 어쩌면 프라이드 같은 게 좀 담겨 있기도 한 거죠. 기자님도 그 표현은 아무렇게나 입에 올리기가 좀 그렇다고 하셨잖아요. 같은 말이라도 업계 바깥 사람이 그렇게 하면 무게가 좀 달라지는 거예요. 제가 ‘노가다’라고 할 때 거기에 따라붙는 건 우리나라를 일군 ‘산업역군’, 세계 어디를 가든 인정받는 한국의 큰 역량이라는 자부심이거든요. 그래서 궁극적으로는 그 단어가 사람들에게도 좀 더 친숙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카페, 펍 종업원 같은 흔한 아르바이트 경험기도 많이 다루셨죠.
초반에는 오히려 아르바이트 콘텐츠를 많이 했어요. 누구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이어야 누구나 쉽게 움직일 수 있으니까요. 노가다는 생각보다 준비물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일단 첫 번째 준비물은 ‘용기’죠. 거친 세상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용기가 없으면 들어갈 수가 없으니까. 두 번째는 실질적으로 노가다를 할 수 있는 자격증 역할을 하는 건설기초안전교육 이수증이고요. 거기다 안전화, 편한 청바지 같은 복장 세팅도 필요하겠죠. 그래서 비교적 진입 장벽이 낮은 일들부터 다루려고 했던 거예요.
그럼 〈잡재홍〉 채널의 변천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일단 누구나 할 수 있는 알바들 콘텐츠로 시작을 했고, 다음으로 다룬 게 제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노가다였죠. 그다음에는 좀 독특한 성격의 일들을 찾아 나섰고요. 로프를 타고 건물 외벽 청소를 한다거나, 농촌에서 일을 한다거나, 나중에는 강과 바다까지 나갈 계획이었죠. 그리고 사실 〈잡재홍〉이 일만 하려고 만든 채널은 아니었어요. ‘job’뿐 아니라 이것저것 다 한다는 ‘잡(雜)’이 초창기 슬로건이었기 때문에 제 일상이나 가족, 형제, 친구의 이야기까지 두루 다루는 부분이 있어요. 그리고 지금은 가능하다면 해외에서 사업을 하시는 분들 밑에서 일을 하거나 해외의 일당직을 경험해본다는 구상도 하고 있고요.
채널이 일정 규모 이상 커지면 전략적인 부분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잖아요. 주변에서도 분명 ‘콘셉트를 일목요연하게 다듬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했을 것 같은데요.
정확합니다. 제가 MCN 회사와 계약하러 갔을 때, 그분들이 저한테 하신 말씀도 그런 취지였죠. ‘〈잡재홍〉이 약간 리얼한 느낌의 〈워크맨〉이 되었으면 좋겠다.’ ‘콘텐츠의 결을 바꾸면 안 된다.’ ‘브이로그를 계속하면 성장하기 어렵다.’ 그런데 제 생각은 좀 달랐어요. 채널이 크게 성장한 다음에 방향을 트는 건 너무 어렵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해볼 수 있는 걸 다 하면서 넓혀놔야 한다고 봤어요. 결국 이것저것 다 해본다는 게 채널의 정체성이 되었고, 덕분에 ‘리어카로 서울에서 속초 가기’ 같은 콘텐츠도 만들 수 있었던 거죠.
그러네요. 듣고 보니 만약 ‘직업 세계를 탐구하는 채널’로 딱 굳어 있었다면 그런 도전 콘텐츠가 올라왔을 때 구독자들이 좀 더 의아함이나 반감을 가졌을 수 있겠어요.
사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희 채널이 살짝 정체성의 혼란을 겪은 시기가 있었어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채널이 어느새 구독자 40만을 넘기게 되었는데, 채널을 돌아보니 제가 ‘노가다꾼’이 되어 있는 거예요. 물론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일꾼’ ‘노가다꾼’인 제 자신이 너무 좋지만 그렇다고 그것만 할 줄 아는 캐릭터로 굳는 건 싫었던 거죠. 그러던 중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인력거 콘텐츠를 봤어요. 일본 분이었는데, 인력거를 끌고 아프리카를 달리더라고요. ‘이거다’ 했죠. 그게 제 채널의 새로운 지향점이라는 뜻이 아니라, 어떤 변곡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느낀 거예요. 결국 그게 터졌고요. (‘리어카로 서울에서 속초 가기’ 영상은 현재 조회수 228만 회로 〈잡재홍〉 채널의 최고 조회수를 자랑한다.)
유튜브 생태계에 형성된 일종의 불문율을 그냥 맨몸으로 뚫은 거네요.
사실 다른 채널에서 이런 경우가 있었는지 그건 제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쨌든 제 개인으로 보면 주변의 만류를 무릅쓰고 도전했고, 말씀하신 것처럼 몸소 뚫었죠. 그리고 느꼈어요. ‘영상만 잘 만들고 재미있으면 얼마든지 호소력이 생기는구나.’ 저도 놀랐거든요. 실제로 리어카 영상에 댓글이 거의 7000개쯤 달렸는데, ‘하던 거 하라’는 식의 부정적 반응은 그중 1%도 안 됐어요.
딱 물이 쏟아져 들어오는 타이밍에 다른 물결을 타기로 마음먹은 것도 놀라운 부분이고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그냥 일하는 사람으로 굳는 게 싫기도 했고요. 그리고 제 나름대로 다른 채널들을 보면서 연구를 한 부분도 있었죠. 잘되는 채널을 보면 그분들이 특정한 뭔가를 해서 좋아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냥 그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거예요. 그에 비하면 〈잡재홍〉 채널은 ‘일’이 메인이고 저라는 사람은 그 뒤에 묻힌 부분이 좀 있지 않았나 싶었고요. 좀 더 저라는 사람으로 교감을 쌓고, 공감대를 얻고, 친숙하게 다가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틀게 된 거죠.
그런데 〈잡재홍〉 채널도 댓글을 보면 일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잡재홍이라는 사람의 태도와 생각들에 감탄하는 반응이 많잖아요. 다양한 일을 경험해보는 콘셉트의 아류 채널들이 실제로 〈잡재홍〉 같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도 하고요.
감사한 일이죠.
스스로도 내심 그렇게 생각하시지는 않나요? 〈잡재홍〉 채널의 요체는 채널주의 인간적 매력이라거나….
그건… 제 입으로 말하기는 좀 그렇고요.(웃음) 시청해주시는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감사한 일이죠. 많이들 칭찬해주시는 부분이, 제가 약간 그런 면은 있는 것 같아요.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거. 그걸 또 잘 표현하려고 하고요. 사실 제가 제 채널에서는 많이 자제하는 편이거든요. 원래는 더해요. 만약 누가 저에게 작은 호의를 베풀었다, 그러면 저는 “아이고 감사합니다. 좋은 추억 만들어주셔서 제가 오늘….” 뭐 이렇게 되어버리죠. 스스로 보기에도 너무 과해서 최대한 덜어낸 게 이 정도입니다.(웃음)
어쩐지, 영상들을 보면 대부분의 일터에서 고용주나 선배들과 너무 친하더라고요. 편집된 중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제가 또 친화력이 있는 편이라서요. 일단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오는 부분도 있겠죠. 저는 어떤 일을 하든 ‘이 일을 사장님보다 더 잘 해내야겠다’ 하는 마음을 먹고 시작하거든요. 그러다 보면 손도 빨라지고, 일도 빨리 배우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댓글을 봤어요. “내가 19년 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별사람을 다 만나봤는데, 이 사람은 진짜다. 생각과 인성이 어나더 레벨이다.”
저도 그 댓글 기억나요. 제가 악플은 다 잊어버리는 편인데 그런 건 뇌리에 딱 남거든요. 아마 폐기물 정리하는 편 영상에 달려 있었던 것 같은데요. 참 감사한 말씀이죠. 돌아보면 저는 그래도 제가 지금껏 열심히 잘 살아왔다고 생각해요. 어디를 가든 인정받으면서 일했던 것 같고요. 어디서든 제일 힘든 일, 제일 무거운 자리, 제일 더러운 작업을 도맡았기 때문이겠죠. 저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에도 20대 때부터 계속 그렇게 일을 해왔거든요.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는 리어카로 서울에서 속초 가기’ 영상. 동생과 함께 리어카를 끌고 서울부터 속초까지 걷는 영상으로, 〈잡재홍〉 채널의 새로운 챕터를 여는 기점이 된 영상이다. ‘일이 없네요...’ 영상. <잡재홍> 채널은 ‘일’이라는 주제를 넘어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 브이로그 포맷의 해당 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미와 따뜻함 역시 채널의 큰 매력이다.‘일이 없네요...’ 영상. <잡재홍> 채널은 ‘일’이라는 주제를 넘어 다채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있으며, 브이로그 포맷의 해당 영상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미와 따뜻함 역시 채널의 큰 매력이다.
타고난 성격인가요? 아니면 그런 진취성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을까요?
저한테는 군대였던 것 같아요. 제가 사실 성장기에 누군가의 인정을 받은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요. 그러다 군대를 갔는데, 거긴 너무 공평하더라고요. 사회에서 입던 옷 대신 다 똑같은 옷 입고, 무슨 대학 나왔는지 전혀 중요하지 않고, 다 같이 0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 환경에 놓이니까 제가 뭘 잘한대요. 저도 몰랐는데 제가 사격에 소질이 있더라고요. 살면서 거의 처음 칭찬을 받았던 것 같아요. 생활을 잘하면 상까지 준다길래, 그때 처음으로 ‘열심히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좀 열심히 하니까 실제로 훈련소 수료할 때 단상에 나가서 상도 받았고요. 저는 그래서 군생활 정말 열심히 했어요. 덕분에 간부들, 동기들, 선임들, 후임들, 누구랄 것 없이 다 저를 좋아해줬고요.
학생 때도 인기 많지 않았어요? 아까 동생분에게 듣기로는 강남8학군 출신이라고 하던데.
그건 정말 순전히 집 위치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였어요. 아버지가 대치동에서 족발집을 하셨거든요. 제 성적은 전국에서 깔아주는 수준이었고요.(웃음) 학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문제가, 그런 학교에서 그런 학생은 아예 존재감 자체가 사라진다는 거죠. 공부를 못하면 운동이라도 하든가, 아니면 엇나가기라도 해야 하는데 저는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학생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학창 시절 내내 기가 죽어 있었고, 아마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도 지금 제 채널을 보면서 대부분 저를 기억해내지 못할 거예요.
설마요. 실명도 내걸고 하는 채널인데.
일화를 하나 들려드리자면, 제가 졸업할 때 학교에서 책자를 하나 만들었거든요. 그 책자 안에 반 아이들 별명이 다 적혀 있었어요. 그런데 제 이름에는 거기에 본명이 한 번 더 적혀 있었죠. ‘윤재홍’ 괄호 열고, ‘윤재홍’ 괄호 닫고.
어 뭐야, 너무 가슴 아픈 얘기잖아요.
(웃음) 좀 슬픈 얘기이긴 하죠. 그만큼 극단적으로 존재감이 없었다는 거니까. 그래서 또 누군가의 인정이라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고요. 군대라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칭찬을 받으면서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거든요. ‘나 쓸모 있는 사람이구나.’ ‘뭔가를 열심히 하면 이런 보상이 찾아오는구나.’ ‘내가 누군가의 인정을 받을 수 있구나.’
아무 의욕도 없던 학생이 그 작은 계기로 무작정 뉴질랜드로 워킹홀리데이도 떠나고, 독학으로 중국어도 마스터하고, 맨손으로 자기 사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되었군요.
네. 말년 휴가 때 카페 알바를 구해서 전역 당일 바로 시작했어요. 그 후로도 투잡, 스리잡 하며 정말 무수한 아르바이트를 해봤고요. 말씀하신 것처럼 뉴질랜드로 가서 거기서 노가다도 해보고, 혼자 중국어 공부를 매일 최소 12시간 이상 해서 중국도 다녀와보고, 두 달 동안 자전거로 여행도 하고… 그래서 제가 요즘 뭘 느끼냐면요. 살면서 하는 경험 중에 헛된 게 정말 하나도 없다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할 때 제가 나중에 유튜브를 할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런데 지금 와 보니까 그 모든 게 자산인 거예요.
가난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어렵게 성장했다고 했어요. 지금 부모님과 살고 있는 집은 동생과 함께 한 냉난방기 설치 사업을 통해 마련한 거고요. 〈잡재홍〉 채널의 메시지도 그렇지만, 그 뒤에 숨은 재홍 씨 이야기를 알게 될수록 IMF 키드로서 마음이 뜨거워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저 사람은 그 상황에서 끊임없이 뭔가를 해보려고 했구나’ 하고요.
감사합니다. 그게 제가 정말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예요. ‘뭔가를 해보려고 했구나.’ 제가 발버둥이라는 모티브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발버둥을 쳐야 최소한 현상 유지가 되고, 물결과 잘 맞닿으면 앞으로 나아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한테도 기자님 말씀이 와닿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잡재홍〉 채널이 이제 동일한 발버둥으로 나아가기에는 너무 큰 배가 된 느낌이 있죠. 최근 라이브 방송에서 그런 고민을 하고 계시다고 했어요.
일을 하는 콘텐츠를 지속하는 게 좀 어려워진 부분이 있죠. 일하기 싫어서 그러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저는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고 재미도 있는데, 문제는 그게 제3자의 눈으로 봤을 때는 기만적으로 보일 수 있는 지점이 계속 생기는 거예요. 편집하면서 제가 봐도 그래요. 아까 얘기했던 유튜브 수익과 일당의 갭 차이가 좋은 예죠. 채널 구독자가 이제 50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제가 금일봉을 받고는 막 좋아하는 모습이 나온다고 쳐요. 비록 저는 진심이었다고 해도 누군가의 눈에는 기만일 수 있잖아요. 말하자면 이제 저라는 사람에게 이런 부분에서는 공감을 못 해주실 수도 있겠다는 혼란이 생긴 거예요. 예전에는 특정 일의 어떤 부분이 좋았고 어떤 부분이 별로였는지 가감 없이 말했는데, 말의 무게감이 커지면서 혹시나 특정 업체에 피해가 갈까 봐 표현을 조심하는 부분도 있고요. 채널이 커질수록 촬영 협조를 구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는 점도 있죠.
쉽지 않은 고민이네요.
그렇긴 한데요. 사실 정리는 거의 다 됐어요. 뜬구름 잡는 소리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거 하자’는 게 제가 선택한 방향성입니다. ‘초심 찾으라’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제가 좋아하는 걸 해야 그런 뜨거운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 바로 내일 아침에 시작하는 프로젝트도 있는데요. ‘극단적 무일푼으로 살아남기’, 뭐 이런 느낌이거든요. 스마트폰 하나만 들고 무작정 서울역에 가는 거죠. 그리고 일거리를 찾아서 돈을 벌고, 생필품을 사고, 하루를 보내고, 그러면서 조금씩 의식주를 갖춰가는 거예요.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일종의 RPG처럼요.
와, 재홍 씨가 할 수 있는 걸 망라하는데, 또 희한하게 새롭네요.
어떻게 보면 저는 시청자들이 ‘이번에는 무슨 영상 올라오겠구나’ 하고 예측이 가능해지는 게 싫은 것 같아요. 이것저것 다 하는 ‘잡’ 재홍이잖아요. 앞으로도 뭐가 올라올지 알 수 없는 채널을 만드는 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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