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tch’ Still Life with Flowers, Cartons and Desserts’(1982).
PAUL WONNER
선명한 빛과 날카로운 그림자. 초현실적으로 팽창된 공간에 각각의 사물이 분리돼 나열된 정물화는 성숙하면서도 독특하다. 폴 워너는 네덜란드 바로크 정물화의 전통에서 역사적 출처를 찾아 지극히 현대적인 일상 사물을 그렸다. 정물은 미술사에서 오래도록 위치와 가치가 전복되어온 장르. 과거에는 가장 소박한 예술이었으나 현대에 들어서면서 가장 실험적인 분야가 됐다. 폴 워너의 스틸 라이프가 보여주듯.
‘Still Life’(2010).
NICOLAS PARTY
간단한 것들을 모은다. 관찰하고 상상한다. 정물은 그 순간 흥미로워진다. 사람처럼 배가 불룩하고, 기대 있거나 힘없이 쓰러져 있고, 주름진 배들은 16~17세기 네덜란드의 바니타스화에 등장하는 과일을 연상시킨다. 조르조 모란디에게서 ‘완전히 몰두해 집중하는 방법’을 깨친다고 말하는 파티의 사물 풍경에서는 생생한 색상 팔레트와 예리한 시각으로 해석한 변형이 아름답고 기이하게 빛난다.
‘Egg’(2024)
‘White Tulips(Friday)’(2023).
POPPY JONES
얼룩덜룩한 톤과 흐릿한 촉감이 주는 아늑한 향수. 포피 존스의 그림에는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긴장감이 있다. 달걀과 꽃, 셔츠 등 지극히 일상적인 사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존스의 묘사는 초현실적이다. 사물이 정물이며, 그것이 곧 내면의 독백인 그의 작업은 직물에 수채화, 리소그래피, 사진을 능숙하게 섞고 이 매체들의 촉각적 특성을 렌더링해 매혹적인 장면을 만들어냈다.
’Untitled’(2018).
NATHALIE DU PASQUIER
팽팽한 붓놀림과 이와 상반되는 고요함, 사물의 배열을 주의 깊게 관찰한 풍경. 1980년대 멤피스 그룹의 핵심 멤버였던 나탈리 뒤 파스퀴에는 1987년 디자이너에서 작가로 전향하며 그림과 스틸 라이프 작업에 전념했다. 사물과 사물이 설치된 공간의 관계에 흥미를 느꼈기 때문. 그림과 조각, 디자인, 패턴, 구조물, 카펫, 책, 도자기 등 자신 앞에 있는 것들을 세심하게 병치하고 표현해 이상한 사물들이 이룬 질서를 탐색했다. 순수한 직관과 정확한 방법론으로 풍부해진 정물의 세계.
‘Arthur Ashe Trophy with White Raspberries, Bee Orchid and Venus Fly Trap’(2024).
JANE HAMMOND
책과 문자로 구성된 일상생활에서 매료된 이미지를 콜라주한 아름답고 반복적인 형상. 제인 해먼드는 긴 시간 동안 물리적 요소와 그것의 상징성이 지닌 연관성을 탐구하는 비정형적인 식물 시리즈를 이어왔다. 다양한 컷아웃을 사용해 복잡하지만 구체적이지 않게 말이다. 전사와 인화, 구아슈 페인트, 잉크, 흑연 등을 사용해 수집한 이미지와 떠오른 아이디어를 의도적으로 암시하고 연결해서 완성한 상상 속의 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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