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칼럼] 작가님은 취미가 뭐세요?

[유정 칼럼] 작가님은 취미가 뭐세요?

문화매거진 2024-12-31 15:47:55 신고

[문화매거진=유정 작가] “작가님은 취미가 뭐세요?”

종종 예술 분야와 관련이 없는 직종과 생활상에서 지내던 사람들과 만나면, 작가라는 직업이 ‘다른’ 카테고리 안에 들어 있는 뉘앙스를 받곤 한다. 최근 그런 뉘앙스가 전제된 하에 받는 질문 중 하나가 이것이다. 당신의 취미는 무엇인가.

특별한 답변을 바랐다면 미안하지만 되묻곤 한다.

“취미가 꼭 있어야 하나요?”
“취미가 없다고 하면 기대하던 모습과 다른가요?”

어떤 친구는 그렇게 되묻는건 악취미다. 친절하게가 안되면 그냥 대충 대답해주면 안되겠느냐 하지만, 내가 결국 말하고 싶은 것은 하나다. 

‘취미가 없어도 괜찮아.’

우리들은 너무 쉽게 남들이 뭉텅이로 많이 말하는 이야기들을 규칙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연말이니까 여행가야 해, 크리스마스니까 특별한 이벤트가 있어야 해, 생일이니까 파티를 해야 해 등. 

좋아하는 일들이라면 즐겁게 하면 될 것이요, 나처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사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그런 이벤트가 사치로 치부될 수 있으니 안 하면 될 것이요. 단지 그런 덩어리진 채 굴러다니는 ‘덩어리 규칙’들을 행하려 하기 전에 정말 내가 필요한 일인가? 혹은 내가 이 것을 하고 싶은가? 와 같은 질문 한 번 해보면 좋겠다.

취미라는 게 생활을 조금 더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에 권장하는 사항이지, 없으면 이상하거나 문제가 되는 사항이 아니란 것을 짚고 넘어가 보면 좋겠다.

▲ 작업노트 중. 갑자기 떠오르는 문장을 적기 위해 늘 작은 수첩과 펜을 들고 다닌다. 이 이야기에 무슨 낱말이 더 적절할까 여러가지를 써두고 계속 문장을 다듬는다. 다듬은 문장은 작품에 쓰인다 / 사진: 유정 제공
▲ 작업노트 중. 갑자기 떠오르는 문장을 적기 위해 늘 작은 수첩과 펜을 들고 다닌다. 이 이야기에 무슨 낱말이 더 적절할까 여러가지를 써두고 계속 문장을 다듬는다. 다듬은 문장은 작품에 쓰인다 / 사진: 유정 제공


▲ 작업구상 중. 25년에 있을 첫 개인전을 위한 구상이다. 러프하게 아무 생각이나 그려놓고 다듬는다 / 사진: 유정 제공
▲ 작업구상 중. 25년에 있을 첫 개인전을 위한 구상이다. 러프하게 아무 생각이나 그려놓고 다듬는다 / 사진: 유정 제공


“그래서 제 취미는요, 맛있는 한 잔 두고 책 읽으며 작업 구상하는 것입니다.”

굳이 찾아낸 답변이다. 유정이라는 사람의 모든 생활, 그 결이 작업으로 노출되는 것을 기꺼이 선택한 삶에서 취미라고 명명할만한 것을 따로 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그래도 여행은 다녀봐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 이들에게 답하자면. 만약 제가 여행을 간다고 한다면 구상하고 있는 요소가 그곳에 있기 때문에 여행 간다고 말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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