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채연 기자] 고물가에 따른 내수 침체와 소비심리 낙폭, 이상기온 등으로 패션업계가 고초를 겪는 가운데 패션 플랫폼들은 거래액 1조원 돌파 등 성과를 내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에이블리는 올해 상반기 거래액 1조원을 넘기고, 연 거래액 2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최근 중국 알리바바그룹으로부터 3조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1000억원을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지그재그를 비롯해 패션바이카카오, 포스티 등을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도 올해 상반기 거래액 1조원 육박을 기록했다. 무신사가 운영하는 29CM도 지난달 24일을 기점으로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넘어섰다.
◇AI 개인화 추천 기술·포트폴리오 확장 ‘주효’
이들 업체가 패션 불황에도 줄줄이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개인화 추천 기술, 맞춤형 큐레이션 전략 등이 주효했다.
에이블리는 ‘AI 개인화 추천 기술’을 도입해 25억개의 취향 데이터를 기반으로 원하는 스타일을 추천받는 쇼핑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지그재그도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선호 상품이나 쇼핑몰을 추천해 주는 기능을 앞세우고 있다.
최근 지그재그가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진행한 ‘2024년 직잭세일 블랙 프라이데이’ 거래액은 14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했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처음 도입한 AI 개인화 추천과 지난해 대비 규모를 확장한 한정 수량 쿠폰, 포인트·마일리지 혜택, 특가 코너 등이 성장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무신사는 지난 8월 고객의 편의성을 확대하고자 사용자 환경(UI)·사용자 경험(UX)을 개선했다. 또 고객에게 최적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AI 추천 기술을 바탕으로 개인화 영역을 고도화했다.
UI·UX 개편 효과로 지난 9월부터 이달까지 3개월간 무신사 스토어 홈에서 상품 구매를 위해 상세 페이지를 확인한 조회수는 전년 동기 대비 157% 늘었다.
또 AI 추천 기술을 적용한 무신사 스토어 추천판에서 제안한 상품을 구매한 고객 수가 전년 대비 180% 이상 증가하고, 거래액은 4배 가까이 올랐다.
29CM도 자사만의 큐레이션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도록 보세와 라벨 변경(택갈이) 상품을 배제하고 정체성이 뚜렷한 브랜드만을 선별해 선보인다.
이들 업체의 성장 배경에는 포트폴리오 확장도 있다. 뷰티·디지털·라이프 등 패션 이외의 영역으로 소비 보폭을 넓혀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플랫폼을 추구해 온 것이 통했다는 설명이다.
에이블리 내 패션 부문에서 상반기 소호 패션과 브랜드 패션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가량, 115% 증가했다. 패션을 제외한 분야에서도 상반기 뷰티 부문 거래액은 전년 동기에 비해 120% 늘어났고 라이프 부문의 거래액도 같은 기간 160% 늘었다.
에이블리가 신사업으로 선보인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과 일본 패션 앱 아무드(amood)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상반기 4910 거래액은 베타 서비스 기간이었던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370%, 아무드 역시 상반기 거래액이 지난해 하반기보다 180%, 주문 고객 수가 200% 각각 증가했다.
지그재그의 상반기 뷰티 카테고리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4% 늘었으며, 카카오스타일의 신사업인 4050 패션 플랫폼 포스티는 AI 개인화 추천 강화, 라이브 방송, 전문관 오픈 등으로 상반기 거래액이 전년 대비 56% 올랐다.
또 포스티가 지난달 14~19일 진행한 ‘포스티 블랙 프라이데이’ 거래액은 전년 동일 프로모션 대비 50% 늘었다. 주문량이 가장 많은 단일 상품은 ‘버버리힐스폴로클럽 니트 카디건’, ‘인디안 남성 다운 사파리’가 1·2위를 차지했으며, ‘동국제약 마데카크림’과 ‘크로커다일 감탄브라’가 3·4위를 차지하며, 의류부터 이너웨어·뷰티 등 다양한 카테고리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29CM는 지난 9월부터 이달 22일까지 프리미엄 주방용품 카테고리 거래액이 전년 대비 3배 증가했다. 특히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맞아 홈 파티 수요도 증가하면서 지난달 22일부터 이달 22일까지 거래액은 전년 대비 116% 상승했다.
29CM가 운영하는 이구에디션은 지난 8월부터 지난달까지 이구에디션에 참여한 입점 브랜드별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이구에디션 발매 후 2주간의 브랜드 거래액이 전년 대비 평균 11배 이상 증가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AI와 데이터를 통한 개인화 추천 서비스가 고객들의 구매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도 패션 플랫폼들은 고객의 취향과 니즈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패션업계는 소비 심리 위축에 올해 9월 최고기온 기록이 깨지는 등 이상고온 여파까지 더해져 3분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코오롱인더스트리FnC·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SI) 등 주요 패션 기업 4사 모두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 현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하며 내년에도 패션 업계는 어두울 전망이다. 한은이 발표한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12.3포인트 떨어진 88.4로,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이상 기온으로 계절별 의류 수요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재고 부담이 커지는 등 패션 업계가 복합적인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며 “보통 어려운 시기에는 자연스럽게 의류 등 꾸밈을 위한 아이템 소비가 줄어드는데 3고 현상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내년에도 패션 불황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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