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화관광연구원 보고서…"작가·작품 정보 표준화 사업 등 필요"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지난해 말 기준 북미 주요 20개 미술관이 소장한 한국 현대미술품이 약 1천120점 수준이며 미국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소수의 작가 작품에 집중돼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31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외미술관 한국 현대미술 작품 소장 현황 및 확대 방안 연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현대미술관(MoMA)과 구겐하임미술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등 북미 미술관 20곳이 235명 작가의 작품 1천118점을 소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품 수집 시기는 2000년대 366점, 2010년대 401점 등으로 대부분 2000년대 이후 수집된 것으로 조사됐다.
소장품은 사진이 33%로 가장 많았고 이어 회화 23%, 판화 15%, 조각과 미디어 아트 각 8% 순으로 집계됐다. 작가별로는 백남준 작품이 14.6%(164점)로 가장 많았고 양혜규(4.0%. 45점), 김기찬(3.6%. 41점) 등 순이었다.
수집 경로는 기증이 594점으로 53.1%를 차지했다. 기증 작품 중에서 민간 기증이 58%였고 구매 작품도 민간 기금에 의한 구매취득이 63.7%였다.
조사 대상 미술관 중 한국미술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곳은 휴스턴미술관으로 양혜규(27점), 김홍석(11점) 등 153점을 소장하고 있었다.
전체 소장품이 20만점에 달하는 MoMA는 백남준 39점(백남준 협력작품 14점 포함), 김범 13점, 양혜규·서수경 각 6점, 이우환 4점 등 한국 현대미술 작품 107점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스미스소니언 허시혼 미술관은 한국미술 소장품 34점 중 14점이 니키 리의 작품이었다.
보고서는 이들 미술관이 소장한 한국미술품이 소수의 현대미술 작가 작품에 집중돼 있고, 이들 작가 대부분이 미국 활동 경험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작가 연령별로는 1930년대 출생 작가 작품이 가장 많았다.
보고서는 예산 한계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신진 작가 작품을 수집할 의향이 있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정보 부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조사 과정에서 작가의 기본 정보 오류와 누락이 많이 발견됐고 같은 작가라도 영문명 표기가 제각각이거나 호(號) 등으로만 이름을 표기해 작가명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단색화나 실험 미술 등 유명 작가의 작품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고가인 이들 작품을 두고 서구권 미술에 비해 덜 알려진 한국 작품을 왜 그 가격에 사야 하는가에 대한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외미술관의 한국미술품 소장 확대 방안으로 국외미술관이 이미 소장한 한국미술품에 대한 연구를 돕기 위해 한국미술 데이터베이스(DB)와 리서치 정리 인력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한국미술 작가와 작품 정보에 대한 표준화 사업, 미술진흥전담기구(가칭)를 통한 기부금 마련, 한국미술공동구입(가칭) 기금 조성, 북미권역의 한국계 큐레이터 네트워크 지원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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