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김진호 정치에디터][편집자주] 폴리뉴스는 그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돌아보며 [폴리뉴스 선정 2024년 9대뉴스]를 싣는다.
2024년은 국민의힘 내 리더십 갈등과 보수 진영의 분열양상을 보여준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간 갈등이 단순한 개인적 불화를 넘어 보수 진영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둘러싼 근본적 논쟁으로 번졌다.
한동훈, 보수의 개혁 아이콘에서 윤한갈등의 중심으로
지난 2022년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되면서 국민들에게 알려진 한동훈 전 대표는 2023년 말 법무부 장관직을 사퇴한 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았다. 이 때만해도 윤 대통령이 한 전 대표를 지원했으나 이후 한 전 대표가 총선 공천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를 마리앙뜨와네뜨에 비유한 김경률을 비호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일로 한 전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사이가 완전히 금이 간 것으로 전해졌다.
4·10 총선 이후 한 전 대표는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같은 해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당대표로 출마해 선출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러나 12월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한 전 대표는 이틀뒤인 16일 당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갈등은 보수 진영 내부의 균열양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윤석열과 한동훈간 점증하는 당내 갈등...2024년 보수진영의 화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 간의 갈등은 2024년 내내 보수 진영의 주요 화두였다. 특히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책임론을 한 전 대표에게 돌리며 관계가 급격히 악화됐다. 윤 대통령은 공공연히 당내 리더십의 변화를 요구했고, 한 전 대표는 이를 "당의 자율성을 해치는 부당한 간섭"으로 간주하며 반발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메가서울 프로젝트와 같은 혁신적 공약을 내세우며 국민의힘의 젊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윤 대통령의 측근 참모들은 이를 "포퓰리즘적 접근"으로 평가하며 비판하고 나섰다. 결국, 여당인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두 리더 간에 정책적, 전략적 입장 차이가 세상에 그대로 표출되며 국민의힘 내 분열은 가속화됐다.
한동훈, 비상계엄령에는 반대... 탄핵엔 찬성-반대-찬성 오락가락
한동훈 전 대표는 12월 3일 비상계엄 해제 의결에 앞장서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갈등을 본격화했다. 그는 비상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며 민주적 질서 회복을 강조했지만, 계엄 해제 이후 윤 대통령과의 회동에서는 질서 있는 퇴진론을 주창하며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동시에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국정 공동운영을 제안했으나, 이는 여론의 강한 반발을 샀다.
그러나 12월 12일,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자신의 퇴진 약속을 번복하자, 이를 헌정 질서와 민주주의의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 그는 “국민과 주권자인 국민의 선택을 배신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이 결정을 자신의 정치적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입장 변화는 보수 진영 내 갈등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전환점이 됐다.
한 전 대표의 탄핵찬성으로 친한계 의원 상당수가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재적의원 300명 중 찬성 204표·반대 85표·기권 3표·무효 8표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그는 탄핵소추안 의결 직후 친윤계 의원들로부터 당 대표 사퇴를 요구받았지만 사퇴를 거부했으나 이틀후인 1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직에서 사퇴했다.
한 전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이 12월 3일 밤 당 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서 우리 당이 배출한 대통령의 불법 계엄을 막아냈다”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지킨 것이 진정한 보수 정신임을 강조했다. 그는 탄핵 소추안 가결과 관련해 “저는 어떤 일이 있어도 대한민국과 주권자인 국민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결정을 내렸다”며 여전히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사퇴 압박과 지도부 붕괴 상황 속에서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물러났다.
비대위원장-당대표 사퇴, 보수의 정체성과 리더십 논쟁 반영
한동훈 전 대표의 2024년 행보는 드라마틱한 급반전의 연속이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았다가 총선 실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고, 또 다시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출마해 당선되면서 다시 복귀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 간의 갈등은 단순히 두 정치인 간의 불화가 아니다. 이는 보수 진영의 정체성, 리더십, 그리고 미래비전을 둘러싼 근본적인 논쟁을 반영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당 대표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지지자들에게 "저를 지키려고 하지 마라. 제가 여러분을 지키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랬던 한 전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정국에서 또 다시 보수 진영의 아이콘으로 등장할 수 있을까. 보수진영의 재편은 눈앞에 확실한 현재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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