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의 패션 브랜드들은 오늘보다는 내일, 올해보다는 내년에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방면에 노력을 쏟고 있죠. 2024년과 2025년의 경계에 서있는 지금, 과연 어떤 패션 브랜드들이 2025년을 기대하게 만들까요?
마티유 블라지가 여는 샤넬의 뉴 챕터
샤넬(Chanel)의 2025년이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뉴 아티스틱 디렉터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샤넬의 새로운 챕터를 열기 때문입니다. 마티유 블라지의 샤넬행 소식은 스타 디자이너들의 이적 이슈로 뜨거웠던 2024년 연말의 대미를 장식했는데요. 라프 시몬스(Raf Simons)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던 마티유 블라지는 메종 마르지엘라(Maison Margiela)의 아티저널과 여성복 라인 디자인, 피비 파일로(Phoebe Philo) 시절의 셀린느(Celine), 라프 시몬스가 이끌었던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을 거쳐 2020년 다니엘 리(Daniel Lee)의 보테가 베네타(Bottega Veneta)에 합류했죠. 2021년부터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보테가 베네타를 클래식과 모던함의 미학을 두루 갖춘 세련된 하우스로 꽃피워 대중과 평단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버지니 비아르(Virginie Viard)는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 타계 이후 샤넬을 5년간 이끌었으나 2024년 6월 사임을 알려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한편,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의 다음 주자로 물망에 올랐던 유력 후보 중 한 명이었기에 전 세계 많은 이들이 그의 샤넬행을 축하했죠. 마티유 블라지는 샤넬의 오트 쿠튀르, 레디 투 웨어, 액세서리 컬렉션을 모두 총괄할 예정으로, 그의 손끝에서 변화할 샤넬의 모습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마티유 블라지와 샤넬이 새로이 떠나는 여정은 2025년 10월 파리 패션위크에서 첫 선을 보입니다.
Y2K의 정점으로 회귀하는 루이 비통
2025년 1월 1일 루이 비통(Louis Vuitton)은 신년에 첫 발을 내딛는 동시에 23년 전 하우스의 화려했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예정입니다. 최근 루이 비통은 2002년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가 일본의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와 협업했던 컬렉션을 23년 만에 다시 선보인다고 알려 화제를 모았죠. 오랜 헤리티지의 루이 비통 모노그램과 무라카미 다카시의 화려한 컬러와 독창적인 아트가 만났던 해당 컬렉션은 현재까지도 아이코닉한 컬렉션으로 남아있는데요.
특히 2000년대 초반 당시 린제이 로한(Lindsay Lohan), 패리스 힐튼(Paris Hilton), 나오미 캠벨(Naomi Campbell) 등 ‘잇 걸’들의 필수템이었죠. 영화 <퀸카로 살아남는 법>에서 레이첼 맥아담스(Rachel McAdams)가 체리블라섬 백을 든 장면은 Y2K 스타일의 대표적인 레퍼런스로 종종 언급되기도 했습니다. 루이 비통이 Y2K 스타일의 뜨거운 열풍을 이어가는 2025년의 ‘잇 걸’은 누가 될지 기대해 보세요.
윌리 차바리아의 전성기, 아메리카를 넘어 파리로 향한다
윌리 차바리아(Willy Chavarria)를 빼놓고 올해 남성복 패션을 논할 수는 없을 만큼 윌리 차바리아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는 브랜드입니다. 브랜드 파운더 윌리 차바리아는 멕시코계 미국인으로서 캘빈 클라인(Calvin Klein)의 수석 부사장과 디자이너를 역임했던 인물로, 패션 산업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2015년 본인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설립했는데요.
윌리 차바리아는 미국에 거주하는 멕시코 이민자들의 스타일을 지칭하는 치카노(Chicano) 스타일을 컬렉션에 녹여내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투박한 오버사이즈 실루엣에 기반하지만 때로는 우아한 테일러링으로 올 라운더의 면모를 드러내고, 본인의 컬렉션에서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도 유명하죠. 윌리 차바리아는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FDA)의 패션 시상식인 CFDA 패션 어워드에서 2023년에 이어 2024년까지 2년 연속 ‘올해의 미국 남성복 디자이너’ 상을 수상하며 하입의 중심에 서있음을 증명했습니다. 한편, 윌리 차바리아는 2025년 1월 파리패션위크에서 유럽 컬렉션 데뷔를 앞두고 있어 화제를 모았죠.
과연 윌리 차바리아가 아메리카 시장의 기세를 몰아 유럽 시장까지 성공적으로 휩쓸 수 있을까요?
지속가능성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호다코바
패션 산업에서 꾸준히 중요 키워드로 언급되는 ‘지속가능성’은 환경 문제에 직면한 패션 브랜드들이 풀어야 하는 과제입니다.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내세운 호다코바(Hodakova)는 유쾌하면서도 신선한 방식으로 지속가능성의 방향을 제시하는데요. 수많은 숟가락들을 드레스로 탈바꿈시키거나 오래된 벨트나 시계로 가방과 구두를 디자인하는 등 버려진 사물을 재활용한 디자인이 대표적인 예시죠. 사물이 가진 기존의 형태를 해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한 채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호다코바의 디자인 접근법은 지속가능성과 패션 디자인의 적절한 균형을 잡아주고 있습니다.
한편, 호다코바를 향한 스타들의 애정 역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널리 알리는데 한몫했는데요. 특히 영화 <보더랜드> 홍보 행사에서 케이트 블란쳇(Cate Blanchett)은 숟가락 102개로 만든 호다코바의 홀터넥 의상을 착용해 화제를 모았었죠. 이는 평소 환경 문제를 의식해온 케이트 블란쳇의 신념을 패션으로 보여주는 동시에 호다코바라는 브랜드를 대중들에게 인상적으로 각인시켜주었습니다. 지난 10월 호다코바는 2024 LVMH 프라이즈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앞으로의 지속가능성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했습니다.
코오롱 FnC라는 날개를 달은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2024년의 패션 씬에는 러닝 붐이 휩쓸고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온 러닝(On), 새티스파이(Satisfy), 옵티미스틱 러너스(Optimistic Runners)같은 러닝 브랜드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중에서도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ost Archive Faction, 이하 파프)과 온 러닝이 두 차례 협업한 ‘Current Form’ 컬렉션은 대중들의 많은 인기를 누렸는데요.
특히 파프와 온 러닝이 협업한 ‘클라우드 몬스터 2’나 클라우드벤처 피크’ 모델은 올해 발매된 협업 풋웨어 중에서도 독보적인 하입을 받았죠. 한편, 브랜드 발굴 행보에 힘을 쏟겠다는 방향을 전했던 코오롱 인더스트리 FnC부문은 지난 10월 파프에 전략적 투자를 하겠다는 소식을 발표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든든한 투자자를 만난 파프가 2025년에는 얼마나 더 실험적인 ‘Left’ 라인을 선보일지 혹은 어떤 ‘Right’ 라인으로 대중의 니즈를 사로잡을지 궁금하다면 이들의 행보를 주목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