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현령 기자] 유통업계가 대용량·초저가 등 가성비 상품을 활발히 출시한다. 고물가가 이어지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출을 줄이려는 절약 소비 현상이 일어나서다.
트렌드모니터의 ‘2024 대용량(벌크형) vs 소포장 식품 소비 관련 조사’에 따르면 대용량 식품을 구매해 본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86.5%로 높은 수치다. 특히 양이 많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제품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64.4%로 지난해보다 2.2% 올랐다. 이런 수요에 소비자들은 대용량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창고형 할인점에 눈길을 보내고 있다.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지난 3분기 매출 9652억 원, 영업이익 344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2.3%, 30.3% 증가했다.
이에 대형 마트들도 크기를 키운 대용량 제품을 판매한다. 롯데마트는 최근 풀무원과 점보 밀떡볶이, 점보 돈까스 등 대용량 간편식 2종을 단독으로 공개했다. 연말·연초 홈파티를 계획하는 고객들의 대용량 상품 구매 수요가 높다는 점을 고려해 기존 제품보다 2배가량 크기를 키웠다. 이런 수요에 이 시리즈는 출시 직후 2주간 약 2만 개가 판매돼 호실적을 기록했다. 지난 6월 말에는 일본 ‘간바레오또상’ 사케를 1.8L 대용량으로 선보였다. 국내 주로 유통되는 900ml 상품보다 용량을 두 배 올리고 100ml당 가격은 20% 줄였다. 이런 가성비 요소에 인기를 끌어 목표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달성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가성비 메리트가 뛰어난 대용량 먹거리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며 “앞으로도 가성비 대용량 상품을 홈파티 시즌 혹은 나들이 시즌에 맞춰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마트는 대왕 라면 시리즈 3종을 단독 출시했다. 대왕라면, 대왕쟁반짜장, 대왕튀김우동 등이 있으며 4인분 대용량이다. 지난 10월 쓱데이와 11월 이마트 창립기념 행사를 위한 한정 상품으로 기획했다. 당시 이 시리즈의 준비 물량 총 12만 개가 전부 팔리는 등 뜨거운 반응을 받았다. 이마트는 현재 지난 11월부터 이달까지 한정 물량으로 이 시리즈를 판매 중이다. 한정 상품인 만큼 희소성을 위해 이후 판매는 계획하지 않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고기나 과일 등 대용량 신선 식품이 가장 인기를 끄는 편”이라며 “대용량 제품은 차별화된 한정 상품으로 개발해 오프라인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1000원 이하 가격대의 초저가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자체브랜드(PB) 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8% 상승했다. 특히 편의점들은 자체 브랜드를 활용해 제조업체 고유 제품보다 평균 20%가량 저렴한 초저가 상품들을 활발히 출시한다.
CU는 올해 1000원 이하 상품을 꾸준히 출시한다. 지난 26일에는 ‘290 블렌드 캡슐커피’를 공개했다. 해당 제품은 10개입 2900원으로 하나당 290원인 가격이다. 기존부터 판매 중인 ‘get커피’의 원두 중 일부를 캡슐 커피로 바꿔 원가를 절감했다. CU는 올해 초부터 880원 육개장 라면, 990원 스낵 등 다채로운 초저가 상품을 제공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11월까지 1000원 이하 제품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9.5%를 기록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5일부터 1000원 가격인 과자 ‘착한콘칩’을 판매 중이다. 앞서 세븐일레븐은 지난 7월 저가 상품인 ‘착한’ 시리즈 6종을 발매해 현재 20여 종으로 확대했다. 이 시리즈는 낮은 가격으로 2030세대 층에 인기를 끌며 지난 11월 매출이 출시 월 대비 30%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은 맥주도 1000원 가격으로 제공했다. 지난 8월부터 9월까지 해당 행사를 진행해 무려 판매량 55만 캔을 기록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젊은 소비자들 중심으로 절약 소비인 ‘무지출 챌린지’ 등이 유행해 식탁 물가 체감이 큰 상품을 위주로 착한 시리즈를 발매했다”며 “콘칩은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과자라는 점을 고려해 출시했다”고 밝혔다.
GS25도 1000원 이하 상품을 지속적으로 발매한다. PB상품인 리얼프라이스 아이스크림, 천냥콩나물, 천냥양파는 물론 우유, 마들렌, 마카롱 등 다채로운 카테고리에서 초저가 상품을 제공한다. GS25의 1000원 이하 상품군 매출 신장률은 지난 11월까지 45.3%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GS25는 식품군뿐만 아니라 화장품도 저렴한 가격대 상품을 출시한다. 지난 11일과 25일 싸이닉 수분 톤업 선크림, 이즈앤트리 어니언 프레쉬 겔크림 등 기초 화장품 총 6종을 각각 3000원 가격으로 공개했다. 앞서 GS25는 듀이트리와 700원 마스크팩, 메디힐과 1000원 패드 등도 판매 중이다.
GS25 관계자는 “우유나 라면 등 생활 필수 아이템을 비롯해 신선식품 등 카테고리 내 초저가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라면서 “고물가 장기화에 맞춰 먹거리부터 생필품까지 다양한 카테고리 내 초저가 라인업을 지속 확대 및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