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강현민 기자】 연초부터 이어진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전환점을 맞았다. 고 임성기 창업주 장남 임종윤 사내이사가 상대 측인 4자연합에 발을 걸치면서 사실상 이번 분쟁이 마무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형인 임 사내이사의 입장 선회에 혼자 남은 임종훈 대표는 고립에 빠졌다. 이번 분쟁의 마지막 퍼즐 임종훈 대표의 거취에 세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8일 업계애 따르면 4자연합은 지난 26일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가 보유한 지분 5%를 매입과 함께 ‘경영권 분쟁 종식’ 합의를 도출했다. 한미약품그룹은 4자연합(신동국, 송영숙, 임주현, 라데팡스)과 형제(임종윤, 임종훈)가 경영권을 두고 대립 중이다.
임종윤 이사의 지분 매각으로 4자연합의 세는 더욱 커졌다. 지난 24일 체결된 임 이사의 주식매매계약으로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과 라데팡스(킬링턴 유한회사)는 각각 3%, 2% 매입했다. 이로써 4자연합의 지분은 기존 49.42%에서 54.42%로 불어났고 형제 측은 21.86%로 줄어들었다.
임 이사의 이번 결정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미약품 오너일가는 고 임성기 창업주 사망으로 약 5400억원의 상속세를 안게 됐다.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담보대출을 끌어왔는데, 임 이사의 경우 앞으로 상환해야할 담보 대출 건만 10건에 달한다. 그는 이번 매각을 제외하고 이달에만 한미사이언스 주식 45만6559주를 장내매도 하기도 했다.
임 사내이사의 변심에 임종훈 대표는 궁지에 몰렸다. 그는 지난해 11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를 중심으로 한 경영 체제는 2027년까지 유지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2027년 이전까지 4자연합 측 이사진 4명의 임기 만료로 발생하는 빈자리를 자신의 인사들로 채워 이사회를 장악하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4자연합이 지분 과반 이상을 획득하면서 그의 계획은 틀어졌다. 이사 선임의 경우 의결권 과반수로 처리되는 보통결의 안건이다. 4자연합은 내년 3월 열릴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 만료 이사진 3명을 연임할 것으로 보인다.
형 임종윤 사내이사가 4자연합과 주주총회 의결 방향을 함께할 경우, 상황은 더욱 불리해진다. 앞서 4자연합은 기존 10명이던 이사회 정원을 11명으로 늘려 구도 역전을 꾀한 바 있다. 이사회 구성 변경은 특별결의 안건으로 의결권의 66.7% 동의를 필요로 하는데, 자녀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9.29%의 지분을 가진 임 이사의 지분을 합치면 4자연합의 지분은 63.71%가 된다.
4자연합은 사실상 임 대표 해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4자연합 관계자는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전문경영인을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해 회사를 정상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형제 측의 균열도 감지되고 있다. 앞서 임 이사는 지난 19일 열린 한미약품 주총을 앞두고 주총 철회를 제안했으나, 임 대표와 논의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4자연합과의 이번 합의도 두 사람 사이 사전 교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에 밝은 한 관계자는 “두 사람 사이 소통이 뜸한 게 꽤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임종윤 이사의 입장 변화에 동생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아직 거취 결정이 안 됐다는 입장이다. 임종훈 대표는 “형님이 이 상태로 계속 다툼만 해서는 여러모로 안되겠다는 답답함에 결심한 걸로 알려왔다”며 “형님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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