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 첫 권한대행 탄핵...韓 “국회 결정 존중...직무 정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뉴시스]

【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대한민국 헌정사에 첫 권한대행 탄핵 사례로 기록됐다.

한 권한대행은 27일 국회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존중”한다며 “더 이상의 혼란과 불확실성을 보태지 않기 위해 관련법에 따라 직무를 정지하고, 헌법재판소의 신속하고 현명한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이날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야당이 합리적 반론 대신 이번 정부 들어 29번째 탄핵안으로 답한 것을 저 개인의 거취를 떠나 이 나라의 다음 세대를 위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탄핵의 배경으로 지목된 헌법재판관 임명 문제에 대해서도 한 대행은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우리 헌정사에는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헌법재판관이 아직 한 분도 없다”며 “헌정사의 전례를 뛰어넘어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기 위해서는 여야의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야가 합의를 못 할 테니 그냥 임명하라는 말씀은 우리 정치문화에서 더 이상 토론과 합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라는 말씀”이라며 “깊은 숙고 끝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 대행은 “헌법재판관 충원이 시급한 사안임을 잘 알고 있지만, 충원하는 과정도 중요하다는 점을 국민 여러분과 여야에 간곡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 권한대행은 안정된 국정운영에 전념하되 고유 권한 행사는 자제하라는 헌법과 법률의 일관된 기조를 따랐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헌재 탄핵심판 이후에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국무위원들과 모든 부처의 공직자들은 평상심을 가지고 맡은 바 소임을 수행해달라”며 “한평생 공직 외길을 걸으며 국민 여러분을 섬길 수 있었던 것을 제 인생의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앞서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300명 중 192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92표로 한 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표결에 앞서 한 권한대행 탄핵안의 의결 정족수는 대통령 탄핵과 달리 ‘재적 과반(151석)’이라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