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 제1회 작가 공모 대상=최유경 작가] 일 년간 많은 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현상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 여느 때처럼 그림으로 표출해왔다. 표출하는 데에 집중한 나머지 외부로 어떻게 공개할까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못했다. 작가로서 산다는 건 작업에만 치우치지 않고 현실적인 문제도 고민을 해야 함을 늘 알고는 있지만, 깊게 빠져 다음을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그러던 와중 이제껏 그려왔던 그림들을 제대로 공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문화매거진 작가 공모를 발견하였고, 기업이 지닌 가치(슬로건)이 크게 와닿았다. ‘세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라는 문장을 곳곳에 새긴 모습이 어쩌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진다 느꼈다. 예술을 글로 다루며, 아름다운 세상을 논하는 사람들과 함께 준비하는 전시는 어떨지 기대가 되었다. 공모에 지원하게 된 계기는 이러했다.
감사하게도 최종 1인으로 선정되어 개인전을 진행하게 되었다. 내 진심이 전달된 것 같아 기뻤다.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내 그림을 보고 공감을 하고, 위로를 받고, 다양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 나는 참 운이 좋은 사람이다. 이에 보답하고자 진심을 최선을 다해 전시를 준비했다. 분산되어 있던 작가노트를 정리하며 글을 다듬고, 캔버스 상태를 점검하고, 와이어를 달고, 전시장을 확인하고, 포스터를 만들었다. 부족함은 당연히 있지만, 시간과 정성을 많이 쏟은지라 전시에 애정이 많이 갔다. 이 과정에서 문화매거진 측의 적극적인 도움의 손길은 내게 많은 힘이 되었다.
그림을 들고 관계자분들과 직접 대면한 첫날부터 선정 이후 진행된 인터뷰들, 전시가 진행되는 순간들까지도 이 만남은 내게 큰 의미가 있었다. 본인 일에 대한 애정도, 전시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 마음가짐 등에서 그들이 지닌 포부와 희망이 전이됐다. 나 역시 작가로서 모두의 노력에 힘을 싣기 위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 깨달았다. 전시는 기획자 혹은 작가가 혼자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뜻이 맞아야 하고, 제법 많은 소통과 고민을 하며 만들어진다. 그런 면에서 나와 문화매거진은 긍정적인 시너지를 냈음이 분명하다.
준비 과정과 마찬가지로, 전시장에 방문해 주신 분들과도 최대한 많은 소통을 하고자 했다. 아직 사람들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나를 소개한다는 것에 떨림을 느낀다. 그렇기에 지금 이 시기가 작가로서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좋은 시기로 여겨지기도 한다. 나는 될 수 있는 한 솔직한 작가로 살고 싶다. 보이는 모습만 챙기는 가식은 내가 추구하는 세상과 거리가 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접촉하고자 했다. 방문자 중엔 이전과 달라진 작업에서 변화를 느끼고,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인들도 있었고, 처음 나를 접하는 서로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특히 많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그림만으로 교류가 되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항상 신비하다. 전시를 엶으로써 타인이 바라보는 객관적인 정보의 ‘나’를 알아가게 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 전시 계기와 과정, 마주한 사람들과 활발한 소통 등 모든 것들이 전시를 구성하는 요소가 되었다. 지원-작가-작품-의도-관객. 여러모로 호흡이 잘 맞아떨어진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Copyright ⓒ 문화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