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사고, '격추설'에 경고하고 나선 러시아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사고, '격추설'에 경고하고 나선 러시아

BBC News 코리아 2024-12-27 15:14: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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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ins scenes which some viewers may find upsetting. -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 투입된 구조대원들

지난 25일(현지시간) 러시아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상공에서 추락해 38명이 숨진 가운데 러시아 당국이 해당 사고의 원인에 대한 "가설"을 조장하지 말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사고 이후 일부 항공 전문가들은 해당 여객기가 러시아 체첸 자치공화국 상공의 방공 시스템에 격추된 것이라 주장했으며, 아제르바이잔의 친정부 언론 또한 러시아 미사일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출발한 여객기는 체첸 그로즈니로 향할 예정이었으나, 항로를 이탈해 카스피해를 가로질러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인근에서 비상착륙 도중 불길에 휩싸였다.

탑승자 67명 중 29명이 생존했으며, 아제르바이잔 당국은 사고 다음 날인 26일을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국가 애도의 날로 지정했다.

조각 난 항공기 기체
Reuters
'엠브라에르 190' 항공기는 착륙하며 불길에 휩싸인 탓에 산산조각 났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은 26일 "아제르바이잔 국민들에게는 크나큰 비극"이라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어떤 가설을 제시하는 것은 잘못됐다"면서 "물론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며, 누구도 그래서는 안된다.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카자흐스탄 검찰 측은 조사에 착수했으나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아제르바이잔 언론에서는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러시아 측이 격추를 인정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철저히 통제하는 몇몇 TV 채널은 지난 26일 전문가들을 초청해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출연한 전문가들은 공개적으로 러시아 책임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아제르바이잔 '어뉴Z' 채널의 경우 예비 조사에서는 해당 여객기가 러시아 '판치르-S' 방어 시스템의 지대공 미사일 파편에 맞았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친정부 언론사인 '칼리버'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누구도 비행기가 고의로 공격받았다고 주장하지는 않지만,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러시아 측의 사과를 기대한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에 대해 아제르바이잔 검찰 측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가능성을 놓고 조사 중이라고 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자 하기에 러시아가 스스로 나서 격추설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아제르바이잔 정부가 직접적으로 러시아를 비난하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제르바이잔과 카자흐스탄 관리들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이미 이에 대한 증거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으나, 우선 러시아 측이 먼저 입장을 발표하길 기다리는 듯한 모양새다.

만약 격추설을 인정한다면 이후 러시아는 왜 군사 활동이 있었다면 영공을 폐쇄하지 않았는지, 왜 여객기를 가능한 한 빨리 착륙하도록 유도하는 대신 악타우로 우회하게 했는지 등의 질문에 답해야 할 것이다.

아제르바이잔, 그로즈니, 카자흐스탄 악타우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
BBC
사고 발생 지역인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

해당 여객기는 '엠브라에르 190' 기종으로, 25일 아침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이륙했다. 항공사 측에 따르면 원래 목적지는 체첸 그로즈니였으나, 안개로 인해 우회했다고 한다.

한 생존자는 러시아 TV와의 인터뷰에서 조종사가 그로즈니 상공의 짙은 안개 속에서 두 차례 착륙을 시도했으나 "세 번째로 시도하기 전 무언가가 폭발했고 … 항공기 겉면 일부가 날아갔다"고 설명했다.

항공기는 동쪽으로 약 450km 떨어진 악타우 공항에 비상착륙 하고자 했다. 남아 있는 영상에 따르면 항공기는 활주로에서 3km 떨어진 지점에서 빠른 속도로 지상으로 내려오고, 착륙과 동시에 화염에 휩싸인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비행 데이터 기록장치를 회수했다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사고 직후 러시아 국영 TV는 가장 유력한 추락 원인은 새 떼와의 충돌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항공 분석가인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종류의 충돌 사고일 경우 일반적으로 가장 가까운 비행장을 향해 활공하게 된다면서 "항공기의 통제력을 잃을 수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항로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정보자문업체 '시빌라인'의 저스틴 크럼프는 항공기 안팎의 손상 패턴을 보면 체첸 내 러시아 방공망이 추락의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크럼프는 BBC '라디오 4'와의 인터뷰에서 "파편 패턴을 보면 항공기 후방과 왼쪽에서 방공 미사일이 폭발한 것과 유사한 패턴"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달 체첸은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을 받은 바 있으며, 근처 인구셰티야 자치공화국 당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래 처음으로 표적이 되었다고 말했다.

북오세티야 자치공화국에서는 드론이 쇼핑센터에 떨어지며 한 여성이 숨졌다.

한편 사고기의 탑승자 대부분은 아제르바이잔인이었으나, 러시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출신 승객도 일부 있었다.

생존자들이 잔해에서 기어 나오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으며, 일부는 눈에 보일 정도의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아제르바이잔의 '아제르탁 통신'은 지난 26일 7명은 바쿠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양호하다고 보도했다.

아제르바이잔 항공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항공기는 지난 10월 전면적으로 정비를 마친 상태로, 기술적 오작동은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엠브라에르는 경쟁사인 보잉과 에어버스보다는 규모가 작은 브라질의 항공기 제조업체로, 탄탄한 안전 이력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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