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뉴스 고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죄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인 국민의힘 내에서 '쇄신 의지'를 찾기 어렵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로 인해 추락했던 당 지지율이 반등세로 접어들자 민심과 괴리된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지역 가면 욕도 먹겠지만 각오하고 얼굴을 두껍게 다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강성 지지자들은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에게 비상계엄 사태 사과를 하지 말라며 압박에 나섰다.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보수 위기감이 커지면서 강성 지지층이 결집해 당 지지율이 오른 것인만큼 당 지도부가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행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尹 지지율 30.4%‧與 30.3%…동반 상승
지난 26일 데일리안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23~24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30.4%로 직전 조사 대비 12.9%p 상승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8.2%로 직전 조사 보다 11.9%p 하락했다.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 30.3%, 더불어민주당 44.1%로 나타나, 직전 조사 대비 국민의힘은 6.7%p, 민주당은 1.6%p 각각 상승했다. 기사에 인용된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여론조사공정 측은 "윤 대통령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동정심과 위기감 고조에 따른 보수층 결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야 간 대립 정치가 심화돼 두 주요 정당으로의 지지층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진단했다.
권영세 “단합해야”‧권성동 “단일대오”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자 비상계엄 직후 한껏 몸을 낮춘 듯했던 국민의힘은 최근 친윤석열계 권영세 의원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도로 친윤당’으로 회귀하며 상황 반전만 노리고 있다. 12·3 내란사태에 대한 공식 대국민 사과는 감감무소식이다. 권영세 비대위원장 내정자 역시 “단합이 안 되고 당이 안정이 안 된 상태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가 있겠냐”며 내란사태 이후 당 쇄신보다는 ‘단합’에 방점을 찍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지난 2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3명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단일대오’를 형성해야 한다. 지역 가면 욕도 먹겠지만 각오하고 얼굴을 두껍게 다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지역주민들이 뭐라고 하면 고개 숙이지 말고 ‘죄송하다, 잘 해결하겠다’고 말하라”거나 “방송에 나가거나 기자들을 만나서도 이런 사실을 적극 설득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내란죄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의 탄핵소추를 당론으로 반대한 데 이어, 헌법재판관 임명 절차를 지연시키기 위해 단일대오로 뭉치자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권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 당내 일부에서는 “내란사태에도 당이 심각성을 전혀 못 느끼는 거 같다”는 비판이 나왔다.
영남의 한 의원은 "한 줌밖에 안 되는 극단적 지지층만 보고 가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중부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 입장에서는 3년 반 뒤에 치러지는 총선에서 공천만 받으면 되기 때문에 극렬 지지층 눈치를 살피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위기감을 찾아볼 수 없는 국민의힘 지도부 분위기에 강성 지지자들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권 비대위원장 지명자가 취임 뒤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을 보내며 반발하고 있다.
지지자들은 "지지율도 올랐는데 왜 사과를 하느냐", "민주당이 잘못하고 있는데 왜 계엄령이 잘못됐다고 사과하려는 것이냐"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권 비대위원장 지명자의 지역구에 근조화한을 보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정책중심 정당으로 나가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이같은 강성 목소리에 휘둘리지 말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될 경우 현실화할 '조기 대선'까지 고려해 '혁신'을 통해 외연 확장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첫 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에 참여했던 안철수 의원은 지난 26일 SBS라디오에서 "당을 제대로 정책중심 정당으로 만드는 일, 민생정책을 야당보다도 훨씬 더 잘 만들어서 능력있는 정당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여의도연구원을 완전히 개혁해서 정말 싱크탱크에 해당하는 기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당원교육을 포함해 국민들께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대규모로 무료 정치강좌를 하는 것(도 하나의 혁신의 방법)"이라며 "그래서 지금까지 잘못 알려진 이런 상황들에 대해서도 국민의 정치 상식을 넓히면, 그만큼 국가에 공헌하고 국민의 인식도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권 원내대표의 발언을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진짜 얼굴 두꺼운 거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우리가 지금 국민들 앞에서 정말 죄송하다라고 얘기하고 사과하고 해야 된다”라며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어야지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들이 정치인들 사이에서 암암리에 퍼져가는 것이라면 대한민국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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