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실제로 들어본 '그놈 목소리'다. 처음 접해본 보이스피싱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드라마에서 보던 영락없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 전문적인 형사' 말투였다. 기자의 주민등록증 사본으로 누군가가 사기를 저질렀다며 참고인으로 진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기자의 경우는 운좋게 실제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됐다.
보이스피싱이라고 하면 흔히 떠올리는 모습은 개그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어수룩한 범인들일 것이다. 그들은 한국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말씨에 수법도 단순해서 누구도 속지 않을 것만 같다. 이 같은 보이스피싱에 대한 이미지는 '순진한 사람들만 당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범죄는 더 이상 남의 일만은 아니다. 금융감독원의 '2023년 보이스피싱 피해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965억원으로 2022년보다 514억원이 증가했다. 전체 피해자 수는 2022년 1만2816명에서 지난해 1만1503명으로 10% 감소했으나 1000만원 이상 고액 피해사례는 오히려 늘어났다. 특히 20대 이하 피해액은 139억원, 30대는 135억원으로 젊은 층의 피해 액수는 증가했다.
일단 올해 기관사칭형 수법에서 20대 피해자들의 비중은 54%로 다소 줄어들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기관사칭형 범죄에서 20대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20대들의 피해 액수가 적을 뿐 아니라 그들이 많이 당하는 URL 문자 사기 수법에 대해 학습이 돼 성공률이 떨어진다"며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이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20대보다 중장년층으로 범행의 타겟을 변화시켰다"고 언급했다.
물론 기관사칭형 사기 범죄에서 20대 피해자의 비중이 과반수를 넘는다는 것에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해당 관계자는 "어떤 기관에서 전화를 받는다면 그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무런 불이익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반드시 전화를 끊고 주변인들에게 이런 전화를 받았는데 어떤 전화인지만 물어봐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또 "요즘 유행하는 수법이 택배 문자 사기인데 메시지를 받았을 때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URL을 누르거나 어떤 특정 앱을 설치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많은 예방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월 실제 보이스피싱범의 녹음 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실제로 이를 들어 보면 보이스피싱범들의 수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 예방법과 피해 시 대처방법도 안내하고 있다.철저한 예방에도 보이스피싱을 당한 것이 의심되면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에 신고를 해야 한다. 검찰사칭형이라고 생각되면 24시간 운영되는 검찰청 찐센터를 통해 확인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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