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전시현 기자] 50조원대 투자자 피해를 초래한 테라·루나 사태의 주범 권도형 전 테라폼랩스 대표의 송환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몬테네그로 헌법재판소가 24일(현지시간) 권 전 대표의 헌법소원을 전원일치로 기각하면서다.
헌재는 이날 "법률 해석은 일반 법원의 고유 권한"이라며 "헌재는 법이 명백히 잘못 적용되거나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한 경우에만 개입한다"고 밝혔다. 권 전 대표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충분히 보장됐다는 판단이다.
이로써 지난 10월 19일부터 약 2개월간 중단됐던 범죄인 인도 절차가 재개된다. 몬테네그로 법무부 장관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권 전 대표를 송환할지 결정해야 한다.
◆ 한·미 법집행기관 '신경전' 치열
권 전 대표 측은 한국행을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미 법무부는 지난 3월 한국 송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며 몬테네그로 법과 조약에 따른 신병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양국의 기소 내용도 판이하다. 한국 검찰은 증권사기·배임 등 5개 혐의를, 미국은 금융사기·시세조작 등 8개 혐의를 적용했다. 특히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고 100년 이상의 징역형이 가능하다.
◆ 역대급 금융사기의 전말
권 전 대표는 2022년 5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와 루나의 폭락 사태를 초래한 핵심 인물이다. 한때 시가총액 10위권까지 올랐던 테라는 며칠 만에 99.99% 폭락,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400억 달러(약 50조원)의 손실을 안겼다.
도피 생활 중이던 권 전 대표는 2023년 3월 23일, 측근 한창준 전 재무총괄과 함께 코스타리카 위조여권으로 두바이행 전세기 탑승을 시도하다 포드고리차 국제공항에서 체포됐다.
검찰은 권 전 대표가 사업의 실현 불가능성을 알면서도 허위광고와 시세조작으로 투자자들을 기만했다고 보고 있다. 국내 피해자만 28만명, 피해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향후 몬테네그로 법무부의 결정에 따라 권 전 대표의 최종 송환지가 결정될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와 중범죄자 처벌 전례를 고려할 때 미국 송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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