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은 기가 막히게 달리기 좋은 날씨다.
일찌감치 기상하여 온 가족이 따끈 기부런에 참여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다들 생기가 돌았다.
막내는 아직 너무 어려 어머니께 맡기고 나와 아내, 첫째 딸은 경산의 러닝 메카 남매지로 이동했다.
캬 한강 부럽지 않다.
사람은 물을 보고 살아야 한다지.
무인매점에서 음료를 구매하여 함께 달리기로 한 GRC 멤버들을 기다렸다.
10시가 다 되어가자 하나 둘 사람들이 모인다.
사전에 참여하기로 한 사람 외에도 몇 사람이 더 왔다.
감사한 일이다.
좋은 일은 나눌수록 배가 된다.
마음은 더 그렇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국 각지의 따끈 기부런 참여자들의
크리스마스 12.25km 인증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었다.
1번으로 가장 먼저 인증하신 분은 새벽 6시부터 달리신 듯 했다.
힘이 불끈 솟아 오른다.
12.25km는 숙련된 러너라도 쉬운 거리는 아니다.
그러나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달리니 힘든 줄도 모르고 달리게 된다.
함께 가면 더 멀리 갈 수 있다.
경산팀은 1명의 낙오자도 없이 12.25km를 완주할 수 있었다.
러닝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수령할 수 있도록 치킨과 피자를 주문해놓았다.
그리고 예상 외로 많이 모인 후원금은 현금으로 준비하여 봉투에 담았다.
그리고 다함께 성림아동원으로 출발했다.
성림아동원과 성림요양원이 함께 운영되는 곳이다.
뭐라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기분이 묘했다.
입구에 들어서자 원장님과 아이들이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활기차고 밝은 분위기였다.
아이들의 얼굴도 너무 밝고 해맑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아동복지시설에 와본 것조차 처음이다.
매체에서 느낀 이미지와 편견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성림아동원에 대해 조사를 하다가 보게 된 문구가 떠오른다.
"맹목적인 동정을 삼간다."
그렇다.
우리가 좋은 마음, 좋은 뜻으로 아이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지만 이들을 감히 동정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은 마냥 안타깝고 불쌍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된다.
아이들 모두 자신만의 힘을 가지고 자신만의 행복, 자신만의 가치를 배우며 성장한다.
준비한 선물들과 후원금을 전달하고 다음 기회에 또 방문드릴 것을 약속했다.
저번 주에 급하게 기획한 크리스마스 12.25km 따끈 기부런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전국 각지의 다양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후원금은 생각보다 많이 모금되었고
단 1원도 허투루 쓰이지 않고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122.5m도 좋고 1.225km도 좋다.
이들의 구슬 땀과 따뜻한 마음이 한데 모여 세상의 온도가 0.01도 올라갔다고 믿는다.
참여자들의 후기글들을 찬찬히 보다보면 다들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있지만 선뜻 나설만한 기회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떠한 작은 동기부여가 되어준다면 사람들은 언제든 마음을 열 준비가 된 것이다.
만약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참여자들을 위한 굿즈도 준비해보고 싶다.
메달 모양의 키링같이 기념할 수 있는 무언가였으면 좋겠다.
급하게 준비된 허술한 나의 계획에 기꺼이 동참해준 42명에게 너무나도 감사하다.
2024년을 따뜻하게 마무리하고 2025년에는 뜻하는 바를 모두 이루는 한 해가 되셨으면 좋겠다.
모두 메리크리스마스!!
러닝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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