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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최소 38명의 사상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러시아 방공망에 격추됐다는 아제르바이잔의 예비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비행기가 러시아의 판치르-S방공 시스템에 맞았고 비행기가 그로즈니로 가는 동안 전자전 시스템에 의해 통신이 마비됐다고 말했다. 판치르- S 방공시스템은 러시아에서 개발한 단거리·중거리 방공 체제다.
소식통은 “아무도 러시아 방공망의 격추가 의도적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면서도 “확립된 사실을 고려할 때, 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 측이 항공기를 격추한 것을 시인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당국자 역시 러시아 방공망이 항공기를 공격했을 수 있다는 초기 징후가 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이 당국자는 로이터에 해당 정보가 사실로 드러나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무모함을 강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외무부는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러시아에 이 사건에 대한 공개적이고 투명한 조사를 허용하고 그 결과를 수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카나트 보줌바예프 카자흐스탄 부총리는 러시아 방공망이 비행기를 격추했다는 주장에 대해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카자흐스탄 당국은 아직 조사 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조사결과가 나오기 전 러시아 측 잘못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드미트리 폐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어떤 가설을 세우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며,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할 수 없고, 누구도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러시아 방공망에 따른 비행기 격추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러시아의 국내 공항에 대한 우려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이런 불안이 커지면 러시아와 중국 등 신흥국을 잇는 비행길이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가던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가 지난 25일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67명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에는 추락 원인으로 여객기가 새 떼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항공전문가들은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해당 여객기가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드론을 격추하던 지역으로 비행경로를 변경했고, 비행기 꼬리 부분의 구멍들이 미사일 공격 혹은 방공시스템 작동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항공 전문가의 의견 등으로 미뤄 러시아군의 오인 격추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는 러시아와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이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브라질 공군 역시 카자흐스탄에 파견돼 추락원인 조사과정에 대한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 추락한 비행기는 브라질의 엠브라에르에서 제작한 쌍발 제트기(ERJ-190A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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