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투표제, 누가 청구하든 효과… MBK는 왜 반발하나

집중투표제, 누가 청구하든 효과… MBK는 왜 반발하나

머니S 2024-12-26 17:07:3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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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밝히자 MBK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박찬규 기자 고려아연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밝히자 MBK측이 반발하고 나섰다. /사진=박찬규 기자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 정부·정치권의 밸류업 기조에 발 맞추는 듯 하던 MBK가 돌연 반기를 드는 모양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내달 열릴 임시 주총 안건을 확정했다. 이 중 고려아연 주주인 유미개발이 제안한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안'이 주목받았다. 집중투표제는 소수주주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로 꼽히는 방안이다.

다음달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에서 처리될 예정인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단체나 금융당국, 정치권 등에서 대표적인 소수주주 보호제도로 적극 권장되고 있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MBK는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집중투표제가 기업 지배구조를 나타내는 핵심 정보라고 판단,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사들에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고려아연에 집중투표제가 적용될 경우 MBK의 적대적 인수와 투자금 회수 등의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단체나 시민단체는 물론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서 소수주주를 위한 제도로 적극 권장돼 왔다. 이 때문에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 등을 내세웠던 MBK파트너스가 이를 반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자신들이 다른 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나아가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고려아연 내 소수주주의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투자금 회수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표시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MBK파트너스는 집행임원제와 이사회 장악을 위해 자신들이 추천한 14명의 이사 선임의 건 외에 주주가치 제고나 소액주주들을 위한 안건을 제시하지 않았는데 고려아연의 현 이사회가 다양한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은 상황.

기존 단순 투표 방식으로 이사를 선임할 경우 과반의 주식을 소유한 대주주의 의사에 따라 모든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집중투표 방식을 이용하면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집중해 이들이 추천한 이사를 선임함으로써 모든 이사가 대주주의 의사대로 선임되는 걸 막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MBK 측은 집중투표제의 취지와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하면서도 이번엔 '안 된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유미개발의 주주제안에 따른 집중투표제 도입 청구 절차는 법적으로나 실무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데도 일단 불만부터 제기한 것. 조건부 집중투표 청구(정지조건부 주주제안)는 다수 선례가 존재하는데도 이를 부정하는 데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제도가 도입됐을 경우 다른 주주의 반대로 고려아연을 인수하는 게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만약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소수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면 투자금 회수 등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하지만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단체나 시민단체는 물론 금융당국과 정치권 등에서 대표적인 소수주주 보호제도로 적극 권장해 온 만큼 반대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MBK 측 이외 주주들 역시 집중투표제 도입에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집중투표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권장해 오고 있다. 정부는 상장사의 지배구조에 대한 정보를 주주 등 관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는데, 해당 보고서에 명시해야 하는 15개 핵심 지표에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포함돼 있다.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가 기업지배구조의 핵심적인 정보로 많은 주주들이 이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 때문이다.

2019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상장사에 공개를 의무화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적어도 이때부터 집중투표제 도입을 공식 권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우국내 정치권에서도 소수주주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MBK가 국내 대기업 전반에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내세워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만큼 집중투표제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하지만 고려아연 인수 건처럼 MBK가 직접 대주주가 돼서 향후 매각을 계획할 경우 오히려 소수주주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달갑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지분이 적을 때는 사모펀드에 유리할 수 있는 제도지만 반대로 사모펀드가 1대 주주로 지분을 갖고 있을 땐 되레 불편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MBK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워 놓고, 지배구조가 매우 부실한 것으로 평가되는 영풍과 손을 잡았다는 점에서 명분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제는 여기에 더해 소수주주 권익 보호의 대표 제도로 꼽히는 집중투표제를 반대하기까지 하면서 결국 MBK가 바라는 것은 지배구조 개선이 아니라 투자금 회수일 뿐이라는 사실이 더욱 명백해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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